이재명 진술증거인멸 우려? 납득 안 되는 검찰의 선택

정한중 입력 2023. 2. 22. 15:06 수정 2023. 2. 22. 15: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고] 형사소송법, 녹음 목격담 증거능력 인정... 증거인멸 염려, 제한적으로 판단해야

[정한중 교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최근 검찰이 국회의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국회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있어, 수사단계에서의 구속요건을 다시 생각해 본다.

검사가 장기간·광범위하게 압수수색… 인멸할 물적 증거는 거의 없어

우리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요건을 인정하고 있다. 먼저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의 범죄혐의는 '현저한혐의'로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물론 이러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추가 구속 사유도 있어야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는 도망이나 도망할 염려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증거인멸은 인적 증거(목격자인 증인이나 공범의 진술, 그들의 진술이 기재된 서류), 물적 증거(범행에 사용한 물건 등)에 대하여 부정한 영향을 미쳐 진실발견을 곤란하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 수사와 같이 검사가 장기간· 광범위하게 물적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 등을 한 경우, 이재명 대표가 인멸할 수 있는 물적 증거는 거의 없어 인적 증거의 인멸이 주로 문제될 것이다. 예를 들면, 공범자, 증인 등(아래 증인)에 대한 허위진술 부탁 등이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미국이나 독일에 비하여 증인이 자기의 목격담을 기재한 서류 및 검사나 정부기관, 친구를 비롯한 제 3자가 증인의 목격담을 기재한 서류나 녹음한 녹음테이프 등에 대하여 광범위하게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증거능력이란 어떤 증거가 유죄 인정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을 말하며, 판사는 이 자격이 있는 것을 전제로 그 증거가 신빙성이 있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미국·독일의 경우 : 증인의 목격담으로 유죄를 선고하려면

미국에서는 증인이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으면서 자기의 목격담을 진술하고 수사기관이 목격담을 서류에 기재하거나 녹음한 경우(①), 증인이 수사 시작 전에 목격담을 스스로 적은 자술서나 증인이 수사기관이 아닌 정부기관, 친구 등에게 목격담을 말하고 그들이 목격담을 서류에 기재하거나 녹음한 경우, 그 서류나 녹음테이프(②), 증인이 본인 재판을 포함하여 다른 재판의 판사나 배심원앞에서 목격담을 이야기하여 그 목격담이 공판조서에 기재되거나 녹음된 경우(③)에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

그 이유는 피고인이 재판받는 법정에서 증인이 목격담을 진술하지 않아 피고인이 증인을 반대 신문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목격담이 담긴 서류, 녹음테이프는 증거 능력이 없다. 즉, 이러한 증거는 모두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증인을 배심원 앞에서 피고인이 대질신문할 수 있는 미국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여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연방대법원 Crawford v. Washington 판결참조).

독일 형사소송법 제250조도 원칙적으로 검사가 증인의 목격담으로 피고인의유죄를 증명하고자 하면, 증인이 사망하거나 질병으로 법정에 출석할 수 없을 때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정에서 증인을 신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독일 판사가 증인의 목격담으로 유죄를 선고하려면, 서류나 녹음테이프의 내용으로는 할 수 없고 피고인이 재판받는 법정에서 증인의 목격 진술이 필요하다. 이 원칙은 수사기관 서류뿐만 아니라 ③과 같은 법관의 조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증인의 목격담으로 유죄 선고 가능… 구속사유 인정에 신중 기해야
 
 촛불행동(대표단 김민웅, 은우근, 우희종, 김은진, 안진걸)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숭례문 부근 부영빌딩앞 농성장에서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전면거부, 윤석열 타도 범국민단식농성단’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집회 장소인 숭례문과 서울시청 사이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무기한 릴레이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 권우성
 
우리 형사소송법은 어떤가? ①의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②의 경우는 제313조, ③의 경우는 제311조 또는 제315조의 요건을 각각 갖추면 이들 서류나 녹음테이프 안에 들어 있는 증인 목격담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판사는 법정에서 증인이 직접 말한 목격담과 위 서류나 녹음테이프에 있는 목격담을 비교하여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여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결국 두 법률 선진국 판사와 달리 우리나라 판사는 서류나 녹음테이프 등에 있는 증인의 목격담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표 사건의 경우, 검사가 이미 확보한 증인의 목격담이 들어 있는 서류나 녹음테이프가 기소 후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판사가 이러한 목격담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이재명 대표에게 유죄 선고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법정에서 증인이 이재명 대표 측의 회유 등으로 서류 등에 있는 목격담과 다르게 이야기하더라도 판사의 진실 발견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인적증거 인멸 염려를 이 대표 구속사유로 인정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위원,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위원 및 위원장 직무대리 등으로 활동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