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시작됐다": 구글 바드, 챗GPT 견제하다 망신? 전쟁터 된 AI 시장 상황

라효진 2023. 2. 2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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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지능(AI)'이 더 똑똑해지면 인간은 더 행복해질까요, 아니면 불행해질까요? 학생들의 논술 단골 주제였던 이 질문이 현실과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오픈AI가 내놓은 인공지능 챗봇, 챗GPT는 출시 석 달 사이 그야말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챗GPT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도록 설계된 모델인데요. 챗GPT가 의사 시험에 합격하고 책 한 권을 한나절도 안 돼 썼다는 뉴스들이 쏟아집니다. 이젠 그 뉴스들조차 챗GPT가 쓰게 될 지 모르고요.

챗GPT의 등장으로 가장 긴장한 건 인터넷 검색 시장의 패왕 구글입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구글에서 검색한다'라는 뜻의 '구글링'이라는 말은 통할 정도였는데요.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역시 검색 엔진으로 활용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구글과 유튜브는 사용자가 검색하려는 단어를 입력한 후 나온 결과에서 최적의 정보를 직접 찾아야 합니다. 원하는 정보가 나올 때까지 검색어를 조합해서 계속 재검색하는 경우도 있죠. 이게 현재 주류인 검색 문법입니다. 그런데 챗GPT가 검색 엔진에 스며들면 그럴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미 챗GPT는 주제어 몇 개 만으로 레포트를 쓰는 수준인 걸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대규모의 투자를 감행하고 챗GPT의 라이선스 독점 이용 계약까지 체결한 마이크로소프(MS)는 신이 났습니다. 웹 브라우저 '엣지(Edge)'와 쓰는 사람이 있는지도 불분명했던 검색엔진 '빙(Bing)'에 챗GPT 및 생성 AI를 이식하기로 했거든요.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최근 본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검색)경주는 시작됐다"라고 말한 이유가 있죠. 챗GPT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1억 명에 달합니다. 시장을 제대로 선점했습니다.

구글도 2월 초, 곧바로 대항마 '바드(Bard)'를 공개했습니다. 몇 주 동안 테스트를 거쳐 검색 엔진에 바드를 추가하겠다고 선언했죠. 아직 학습이 덜 된 챗GPT보다 바드가 더 최신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내세운 구글은 곧바로 시연회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바드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시연자의 질문에 오답을 내놨습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내부 비판에 휩싸였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10%가 넘도록 떨어졌습니다. 피차이 CEO는 시연회 이후 구글 직원들에게 바드 테스트를 하루 2~4시간 씩 해 줄 것을 독려 중이라고 해요.

바드는 단순 검색으로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틀렸지만, 빙도 시연회에서 오답을 제시한 적이 있어요. 챗GPT 이용 후기를 봐도 이 챗봇이 언제나 완벽한 답을 내놓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럴 듯하게 답변할 뿐이죠. 챗GPT는 대화형이기 때문에, 마치 우리가 SF 영화에서 봤던 강인공지능 로봇들처럼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사고를 한다고 착각할 수 있는데요. 챗GPT도 바드도 '생각하는 기계'는 아닙니다. 그래서 챗GPT의 훌륭해 보이는 답변도 인간이 아직은 한 번 훑어 봐야 해요.

두 글로벌 빅테크의 격돌에 한국 기업들도 AI 개발을 서두르는 중입니다. 국내 검색 엔진 양강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와 한국어 특화 AI 모델 '코GPT'를 활용한 서비스를 연내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네요. SK텔레콤도 자사 초거대 AI 모델 '에이닷'의 학습을 돕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확대 구축해 인프라를 닦고 있습니다. KT도 초거대 AI '믿음'을 기반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요.

한편 오픈AI는 챗GPT의 유료 버전인 챗GPT 플러스를 10일(현지시각) 내놨는데요. 월 20달러(약 2만5000원) 선의 구독료로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거예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를 탑재한 빙의 검색 결과에 광고를 붙여 수익화를 도모하겠다는 입장이고요. 다만 이런 경우엔 사용자들이 검색 결과가 오염됐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들의 생각보다 빠른 유료화, AI 시장에 어떤 결과를 불러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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