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특례보금자리론…굿모닝 송도

2023. 2. 2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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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장진단] 급매물 사라지는 ‘인천의 강남’

인천 지하철 1호선 지식정보단지역 4번 출구로 나와 약 5분 정도 걸었을까. 넓은 도로가 교차하는 가운데 거대한 사거리가 나온다. 꽤 긴 횡단보도를 건너면 왼쪽에 아파트 단지가 한 곳 나타난다. ‘송도더샵센트럴시티’다. 2018년 준공했으며 총 2610가구 대단지로 송도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 중 하나다. 워낙 대단지라는 점에서 이곳은 주택 시장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매월 꾸준히 거래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송도 집값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매월 실거래 변화를 한눈에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곳 분위기가 심상찮다. 전용 59㎡ 기준으로 2021년 9월 8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은 이곳은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지난해 5월에는 7억원 선이 무너졌으며 8월에는 6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급기야 11월에는 5억원대도 무너지며 2층 매물이 4억2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지난해 3개월에 1억원씩 하락하던 이 단지가 반등에 성공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지난해 12월 다시 5억원대를 회복한 이후 꾸준히 같은 면적 물건이 5억원 초중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그동안 쌓였던 급매물이 거의 소진되면서 5억원대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현지 중개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간혹 전용 59㎡ 5억원 초중반대 매물이 있기는 하지만 입주가 늦거나 다른 사연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지금은 대부분 5억원 중후반대 혹은 6억원 이상 매물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전세보다 매매 가격 하락이 가파른 만큼 갭이 줄어 지금을 매수 타이밍으로 보는 투자자가 증가했다”며 “게다가 특례보금자리론까지 등장하면서 실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송도에서 급매물이 조금씩 소진되면서 집값 반등의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급매물 소진의 첫 번째 배경은 갭투자다. 지난해 말부터 송도에서는 아파트 가격 급락으로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집값이 연일 하락하던 송도에서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집값 반등의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인천 연수구 동춘터널에서 바라본 송도국제도시 모습. (연합뉴스)
갭투자 성지가 된 ‘송도’

6개월 동안 10건 중 1건 갭투자

양지영R&C연구소와 부동산 빅데이터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전국 읍·면·동 기준으로 아파트 갭투자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으로 나타났다.

갭투자란 매맷값과 전셋값 격차가 작은 지역 혹은 부동산 물건을 보다 적은 비용으로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한때 송도 아파트 가격은 전용 84㎡ 기준으로 1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고점 대비 3억~4억원 가격이 떨어졌다. 반면 전셋값 하락폭은 1억~2억원 수준으로 매맷값 대비 폭이 크지 않다. 예전 같으면 매매 시세 10억원, 전세 5억원이라고 할 경우 자기자본이 5억원(세금이나 중개 수수료 제외)이 필요했다. 지금은 시세 7억원, 전세 4억원 수준으로 3억원만 있으면 아파트 매수가 가능하다.

아실은 매수자가 아파트를 구입한 후 실거주하지 않고 2~3개월 이내에 신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갭투자로 분류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속한 송도동은 최근 6개월간 매매 거래 총 619건 중 70건(11.3%)이 갭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기존 전세 세입자를 안고 매수하는 것도 실질적인 ‘갭투자’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갭투자 비중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송도 갭투자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송도가 속해 있는 인천 연수구는 2019년 서울을 지나 남양주까지 이어지는 GTX B노선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후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급격히 오른 만큼 하락폭도 가팔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은 7.22% 하락한 반면 인천 연수구 아파트값은 15.1% 하락했다.

매맷값은 단기간 폭락한 데 비해 전셋값 하락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면서 소액 갭투자가 가능한 조건이 형성됐다. 지난해 연수구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려나는 등 규제 완화도 영향을 미쳤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송도동 ‘더샵엑스포10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6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일주일 후 6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매맷값과 전셋값 격차는 5000만원에 불과하다. 이 단지 전용 84㎡ 신고가는 2021년 8월에 거래된 8억5000만원, 전세 가격은 같은 해 최고 6억3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집값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매매 호가가 전셋값 수준으로 떨어져 5000만원으로 갭투자가 가능했다.

‘송도더샵센트럴시티’ 전용 59㎡ 역시 지난해 11월 4억9500만원에 매매된 후 약 한 달 만에 4억1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매맷값과 전셋값 격차는 8500만원이다.

‘e편한세상송도’ 전용 70㎡(5층)는 지난해 12월 직전 실거래가보다 4000만원 하락한 4억5000만원에 팔린 뒤, 올해 1월 18일 2억8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었다. 매맷값과 전셋값 차이는 1억7000만원이다.

실수요자 매수 늘어나

금리 인상에 특례보금자리론 영향도

갭투자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 이자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고정금리인 특례보금자리론이 도입되면서 “차라리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아 집을 사자”는 실수요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앞서 아실 통계에서 거래 기간을 지난 3개월로 줄여 살펴보면 송도동 갭투자는 전체 매매 거래 323건 중 12건으로 비중이 3.7%에 불과하다. 기간을 6개월(11.3%)로 늘린 것과 비교하면 최근 갭투자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그만큼 지난해 11월 이후에는 실수요자 매수 역시 상당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는 1차 원인은 집값 하락이다. 한때 10억원 했던 물건이 6억~7억원으로 하락했으니 충분히 매수할 만한 타이밍으로 본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특례보금자리론 역시 매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상품은 4%대 고정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주택 가격이 9억원 이내로 제한된다. 가격이 급락한 송도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단지가 이 조건에 적합하다.

만약 전세대출 3억원을 받는 경우 요즘 시중 평균인 금리 5~6% 선을 적용하면 매달 납입하는 이자 금액은 150만원 수준이다. 원금 상환은 별도다. 반면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5억원 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30년 상환 기준으로 매달 원리금 약 240만원을 낸다. 요즘 유행하는 ‘체증식상환방식’을 적용할 경우 처음 1년 동안 매달 납입할 상환 금액은 170만~180만원 수준이다. 전세대출 이자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데다 내집마련이 가능하고 원금도 상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월수입이 일정 이상 되는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이 상품을 활용해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가 늘었다. 송도 현재 아파트 시세가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기 적합한 단지라는 점에서 송도 거주에 만족감을 느끼는 일부 수요자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송도 집값이 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다소 일시적인 현상으로 급매물 소진 후 시장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갭투자의 경우 전체적으로 전셋값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상환 압박이나 역전세 등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7호 (2023.02.22~2023.02.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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