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층 폐지’ 첫 사례…임대주택 조정이 관건 [재건축 임장노트]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3. 2. 21. 19: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준공 40년을 앞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한보미도맨션1·2차)가 강남권에서는 처음으로 ‘35층 규제’를 깬 단지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의 정비사업 패스트 트랙인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라서다. 현재 2436가구 규모인 미도아파트가 재건축을 마치면 최고 50층 높이의 3800가구 규모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신통기획은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가 함께 계획안을 짜 빠른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제도다. 통상 5년 이상인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으로 줄이는 게 골자다. 이후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는 통상 1년 6개월 걸리던 건축·교통·환경 통합심의 기간이 9개월까지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여러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서울시는 기부채납, 임대주택 등으로 공공성을 확보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스피드 주택 공급’ 정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도’는 강남권에서는 처음으로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한다. (윤관식 기자)
서울시의 ‘미도’아파트 양재천변 스카이라인 계획안. (서울시 제공)
강남 최초 50층 재건축 단지

기존 2436가구서 3800가구로

1983년 준공된 미도아파트는 대치동 대장 재건축 단지인 ‘우선미(우성·선경·미도)’ 중 한 곳이다. 동네 대장 단지였지만 건물이 낡아가면서 여름철 침수 피해가 심각했다. 2017년 정비구역을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냈지만 반려되면서 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1000가구 이상 대단지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을 신청해 사업이 확정됐다. 미도1·2차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신속통합기획 신청을 위해 주민을 대상으로 참여조사를 진행한 결과 찬성률이 90%대였을 정도로 주민 호응도가 높았다. 서울시는 서울시대로 신속통합기획 설명회 단계부터 시범아파트와 함께 미도아파트를 초대해 참여를 독려했다. 이때 서울시는 미도아파트에 35층 이상 층수 상향과 역세권 고밀복합개발을 제안한 바 있다.

35층 규제 폐지 방침이 신속통합기획안에 반영됨에 따라 미도아파트는 최고 50층, 3800가구 규모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강남권에서는 ‘신속통합기획 1호’ 사업지면서 그간 서울 내 고층 재건축을 가로막았던 ‘35층 룰’이 폐지되는 첫 재건축 단지가 되는 셈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미도아파트는 초고층과 중저층이 섞여 있는 다양한 유형의 건물을 도입해 조망권을 확보한다. 최고 50층으로 짓되 19만5080㎡ 부지 중심부에 타워형의 50층 주동(住棟)을 배치하고 다양한 주동 유형을 도입해 조화로운 스카이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현재 미도아파트는 최고 14층이다. 앞서 신통기획안이 확정된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경우 준주거지역을 적용해 65층 재건축을 계획했는데, 일반주거지역(3종)에서 50층 재건축 계획을 세운 건 대치 미도가 처음이다.

신통기획안은 또 빽빽한 아파트가 아닌 통경축(通經軸·조망을 확보할 수 있게 시각적으로 열린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내용을 담았다. 통경축은 조망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열린 공간을 말한다. 단지 안을 가로지르는 보행로는 주민 편의를 위해 우물 정자(井)형으로 계획했다.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에는 단지 방향으로 출입구를 신설한다. 역 출입구에서 보행자 동선을 따라 남부순환로 방향으로 가로변 상가도 배치한다. 양재천 주변에는 공공 기여를 활용해 대치~개포 생활권을 연결하는 보행교도 신설할 계획이다. 주변 환경(학원가, 수목지, 지하철 등)을 고려한 시설 배치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미도아파트가 민간의 사업성과 도시의 공공성을 모두 갖춘, 재건축 사업의 선도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대 줄이는 대신 기부채납 추진

이르면 3월 말 정비구역 공고서 밝혀

하지만 막상 신속통합기획안이 발표된 직후 주민 반응은 시큰둥했다. 신속통합기획안에서 서울시는 공공 임대주택 등의 기부채납을 요구한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미도아파트에 대해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정비계획안 주민 설명회를 열고 임대주택 물량을 약 630가구로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임대 물량이 너무 많다는 반대 여론이 조성됐다. 일각에서는 신속통합기획으로 빼곡한 주택을 짓느니 차라리 ‘35층 룰’을 적용한 민간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에 서울시는 “주민 설명회에서 언급된 630이라는 임대 가구 숫자는 확정이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일 뿐 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임대주택 수는 기부채납 시설의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아직 기부채납 시설 수요가 미정인 상황”이라며 한발 물러났다.

현재 미도아파트는 600여가구에 달하는 임대주택을 줄이는 대신 공공청사나 체육시설, 도서관 등 공공·기반시설을 기부채납하는 방안을 놓고 서울시와 논의 중이다. 서울시도 적극적으로 검토에 나선 상태로 2월 중 수요 조사를 마무리한다. 강남구청은 그 결과를 반영해 이르면 3월 말 정비사업 공고를 낼 예정이다.

46평 → 52평 받아도 이익

용적률 인센티브 없는 민간 재건축 기준

아직 정비구역 지정 전인 데다 신속통합기획이 적용되는 첫 강남 아파트인 만큼 민간 아파트 대비 사업성이 얼마나 좋아질지도 계산하기 쉽지 않다. 다만 일반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다고 가정해도 미도아파트 재건축 사업성은 꽤 높은 편이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다윈중개가 전국 아파트 재건축 사업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미도아파트(116점)는 강남구 압구정 현대8차, 대치 쌍용2차와 함께 전국에서 사업성이 30번째로 높다. 재건축 사업성 점수가 100보다 높다는 것은 재건축으로 기존 주택과 같은 평형을 신청할 경우 이익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도아파트는 14층짜리 아파트인 데다 용적률이 179%에 달한다.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은 79.86㎡(24.2평)다. 소위 재건축 사업성이 가장 높다는 5층 이하 저층 단지들과 비교하면 용적률이 낮은 편이 아닌데도 대지지분이 높은 이유는 미도아파트가 중대형 평형(전용 84~191㎡·34~66평)으로만 이뤄진 단지기 때문이다. 가장 작은 평형이 전용 84~85㎡(34평)고,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40평대 평형(1344가구)이다.

다윈중개가 시뮬레이션한 결과 46평(전용 128㎡) 아파트 소유자가 재건축 후 크기가 비슷한 43평을 분양받는다면 재건축 후에도 7억5000만원가량은 돌려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은 고려하지 않은 이익이다. 만약 크기를 줄여 32평을 분양받는다면 돌려받을 금액이 14억원이 넘는다. 반대로 52평으로 집 크기를 늘린다 해도 2억원가량은 돌려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7호 (2023.02.22~2023.02.28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