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파업 NO"…'MZ노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첫 날개 편다
“노동조합에 생소하거나 부정적인 86% 노동자들의 인식을 바꾸겠습니다.”
검은 가디건에 회색 라운드티, 짙은 청바지에 새하얀 운동화. 양복도 투쟁복도 아닌 가벼운 옷차림으로 단상에 선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은 이렇게 기존 정치 파업을 벗어난 새로운 노동 운동의 출발을 알렸다.
새로고침 협의회는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발대식을 갖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조합원 권익 신장 등 노조의 본질에 집중하고, 아직 노조를 조직하지 못한 전체 86% 근로자의 단결권 실현을 통해 진정으로 노사가 상생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기본 목표다. 현재 협의회는 윤 의장이 노조위원장으로 있는 LG전자를 비롯해 서울교통공사·LS일렉트릭·금호타이어·LG에너지솔루션·코레일네트웍스·한국가스공사·부산관광공사 등 8개 기업 노조 6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협의회는 2030세대 구성원이 많아 일명 ‘MZ노조’로도 불린다. 하지만 윤 의장은 실제 분포를 살펴보면 MZ세대가 특별히 많은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보통 MZ세대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공정과 합리’라는 가치관에 협의회가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설명했다.
편안한 후드티 차림으로 개회사에 나선 송시영 부의장(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기존 양대노총이 보여주는 정치적 쟁의 방식에서 벗어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야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노조의 본질에 맞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쟁의나 시위는 노조의 기본권이지만, 누군가의 석방 운동이나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하는 것은 맞다 틀리다를 떠나 노조의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이고 편향적인 구호를 외치는 대신 현 노동시장에 다양하고 올바른 소리를 내겠다”이라고 했다.
그러나 협의희는 정치적 영역일지라도 노동자 권익에 필요하다면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윤 의장은 “정치와 아예 선을 긋겠다는 것은 아니다. 입법이 필요한 정책도 있기에 완전히 선을 그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연장근로 산정 단위 확대는 노동자 가운데 찬성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간담회 참석 등을 통해 최대한 의견을 낼 것”이라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와 관련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송 부의장은 “협의회는 회계를 투명하게 공시할 것”이라며 “운영 기금은 노동자들의 소중한 임금의 일부인데, 소중한 가치를 훼손한다면 노동자 대표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노동계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냈다. 한국노총 이지현 대변인은 “세대별이든 직군별이든 노동권이나 임금 근로 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조 활동에 관심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도 “기존 정치 파업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오히려 정치권에 이용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부분 소수 노조인 만큼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로 인해 제대로 된 교섭권을 얻는 것조차 힘들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날 축사에 나선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협의회가 시선을 끄는 이유는 법치와 원칙을 강조하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기업은 투쟁의 함성보다 바른 소리, 옳은 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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