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입시맘'…사교육 현실 그린 시청률 13% '일타스캔들'
“이번 시험 어려웠지? 울지마. 다 '스불재'야.”
드라마 속 학부모는 물론 드라마 밖 시청자 상당수가 낯설어할 법한 표현이다. TV 화면 왼쪽 아래 귀퉁이에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는 설명자막이 뜬다. tvN 토·일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수학 강사 최치열(정경호)이 모의고사 해설 라이브 방송에 등장해 학생들과 신조어로 소통하는 장면이다. ‘6모(6월 모의고사)’, ‘킹정(매우 인정)’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다. 일타강사가 진행하는 강의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드라마는 요즘 세대의 낯선 표현들을 세심하게 담는다.
작가의 ‘입시맘’ 시절 경험 담겨…입소문·몰입도↑
그런 노력 덕분인지 드라마의 인기가 뜨겁다. 지난달 14일 첫 방송 시청률 4%(닐슨, 전국 기준)로 시작했지만 10회 만에 13%를 돌파했다. 입소문을 타며 TV·OTT 통합 화제성 조사(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도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중심 서사는 일타 강사 최치열과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전도연) 간의 로맨스다. 하지만 두 주인공의 로맨스만큼이나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부분이 드라마의 배경인 사교육 전쟁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멜로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대부분 당대의 인기 있는 직업인으로 설정하는데 요즘은 '일타 강사'가 그렇다”며 “인터넷 강의 등의 영향으로 강사들이 연예인처럼 인기와 부를 동시에 누리는데, 그런 부분을 드라마와 잘 묶었다”고 분석했다. “학부모들이 사교육 시장에서 입김을 발휘하는 현상도 잘 끌어와 녹인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조문주 스튜디오드래곤 책임프로듀서(CP)는 최근 중앙일보에 “대한민국 사람 상당수가 드라마와 비슷한 입시 과정을 겪는다”며 “입시와 교육 현실을 ‘나쁘다’ ‘불합리하다’고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그 과정을 어떻게 잘 지내고 (사회로) 나오는 것이 좋을지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조 CP는 드라마의 기획·제작을 맡았다.
그는 “최초 기획은 양희승 작가로부터 시작됐다”고 입을 뗐다. 2018년 양 작가는 고등학생 아들의 ‘입시맘’으로 입시 전쟁을 직접 경험했다고 한다. “당시 (작가님이) 드라마 ‘아는 와이프’를 집필 중이었는데 굉장히 힘들어했다”며 “학원 줄을 대신 서고, 아침저녁으로 교통체증을 뚫고 아들을 픽업해 다니면서 신세계라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드라마엔 그런 경험이 투영됐다. 남행선은 딸처럼 키우는 조카 남해이(노윤서)의 학원 자리를 맡기 위해 반찬 가게를 뒤로하고 아침부터 뛰어가 줄을 선다. 학원 인근 카페에선 아이들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보를 주고받는다.
본격적으로 드라마로 개발하면서 제작진은 학원가 취재에 들어갔다. 강남의 학원 원장과 강사들을 만나 현실적인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조 CP는 “(학원가 취재는) 보안사항도 있고 강사 개인적인 부분도 많아 취재한 내용을 그대로 드라마에 반영하긴 어려웠다”며 "다만 제작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현실감을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제작 현장엔 방대한 분량의 수학 문제를 자문해 주는 강사가 줄곧 함께했다. 그는 “학원 강의 장면 외에 칠판이나 문제집에도 수학 문제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수학 강사와 계약을 맺고 대본 감수와 협조를 받았다”고 했다. 촬영 도중 서울대생 보조 출연자가 칠판에 적힌 틀린 수식을 잡아내기도 했다.
배우 정경호는 집에 칠판을 두고 판서를 연습했다고 한다. 조 CP는 “정경호씨는 수학뿐 아니라 영어, 국어 등 기존 학원 강사들의 동영상을 보면서 어떤 부분을 유머러스하게 할지 등을 많이 연구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드라마는 공교육 교사들의 애환, 사이버 렉카(이슈를 쫓는 인플루언서) 등 우리 사회의 단면도 담아냈다. 조 CP는 “남은 회차에서는 학생들의 다소 슬픈 현실이 전개될 것”이라며 "스치듯 봐도 빠져드는 드라마, 밥 친구 같은 드라마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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