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⑨] 한국과 닮은 듯 다른 일본의 ‘일하는 방식 개혁’

장정욱 2023. 2.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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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노동생산성 문제 낳자
과노동 해소·유연 근무 요구로 이어져
일본 정부, 환경·제도·의식 전면 개혁
일본 도쿄 직장인들이 출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 고령화 사회는 생산성 문제를 불렀다. 생산성 논란은 일본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 즉 업무 강도와 근무 환경에 대한 개혁 요구로 이어졌다.


특히 2015년 크리스마스에 일본 유명 광고회사 ‘덴츠(DENTSU)’ 신입직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노동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졌다. 당시 해당 직원은 하루 20시간 근무하며 주 10시간도 채 잠을 자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남겼다.


이후 일본은 ‘일하는 방식 개혁(働き方改革)’이란 이름으로 노동 방식 변화를 꾀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6년 당시 발간한 국제노동브리프에 따르면 일본의 일하는 방식 개혁은 ‘사회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는 것’을 의미했다.


당시 김명중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 준주임연구원은 “일하는 방식 개혁은 환경, 제도, 의식에 대한 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 인구 개인 사정에 맞게,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더욱 유연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일본은 먼저 일하는 환경과 방법을 손질했다. 회사 외 공간에서도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재택근무나 휴가지 등에서도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무실은 인원을 어떻게 배치할지, 집무 공간 사용을 어떻게 하며, 어떠한 설비를 준비해야 하는지 등도 연구했다. 사무실 환경의 설계·운용상 개선 과제를 검토하고 이를 실현하는 게 첫 번째 과제였다.


다음은 일하는 제도와 규칙의 손질이다. 일하는 환경 개선을 전제로 인사제도와 취업 관련 규칙을 바꾸는 내용이다. 일본은 직장 내 일하는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마지막 과제는 일하는 의식과 풍토의 개혁이다. 근무 환경과 제도 개선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임직원 개개인 의식과 조직 문화 변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일본 정부와 정치권은 2년 가까운 연구 끝에 2018년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 8개 법안을 통과시켜 이듬해 4월부터 본격 시행했다.


법안 주요 내용은 잔업시간 상한제와 정규직과 비정규직 불합리한 대우 격차를 해소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제’, 고소득 일부 전문직을 노동시간의 규제에서 제외하는 ‘탈 시간급제도(고도프로페셔널 제도)’ 등이다.


구체적으로 장시간 근로를 막기 위해 초과 시간 근무는 월 45시간, 연 360시간을 원칙으로 했다. 성수기를 고려해 연간 총 720시간, 월 100시간 이하로 상한선을 뒀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업무 내용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제도다. 근속 연수와 성과, 능력이 같으면 기본급을 같게 한다. 휴가나 연수 등도 비슷한 대우를 보장한다. 출장 수당 등도 지급한다.


탈 시간급 제도는 연봉 1075만 엔(약 1억819만 엔) 이상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다. 근무 시간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내용이다. 이들에는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잔업을 줄여 노동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제도 시행 3년이 흐른 지난해 일본의 인사·노무 전문 연구기관인 퍼솔 종합연구소는 ‘일하는 방식 개혁’에 대한 중간 점검을 진행했다.


직장인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잔업시간은 2019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휴업 요청과 영업 자제의 영향도 있으나 정규직 노동자 잔업시간은 2019년 월 16.5시간에서 2021년 월 14.4시간으로 약 2.1시간 감소했다.


직장 만족도 조사에서는 ‘직장 전체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한 직원이 2018년 대비 8% 증가했다. 장시간 노동 개선, 재택근무 촉진, 부업·겸업 허용 등 유연해진 근무 환경과 육아·간병 양립 지원, 여성·청년 활약을 위한 환경정비 등이 회사 만족도를 높였다.


반면 일에 대한 긍정적이고 충실한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직원 몰입도’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직장 만족도가 높아져도 일에 대한 의욕은 그대로였다. 직원 몰입도는 노동생산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연구소는 “잔업시간 규제, 휴가취득 의무화 등 근무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기업 이념 이해, 경영 방식 변혁, 회사문화 개혁 등으로 직원들에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이 노동생산성을 향상하는 데에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노동개혁⑩] 진보가 만들고 보수가 환영한 독일 ‘하르츠 개혁’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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