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정부 靑인사 "성남공항 통해 달러뭉치 北으로 나갔다" [장세정의 시선]
핵심은 지사 시절 대북 송금 의혹
쌍방울 통해 북에 800만 달러 보내
"문재인 정부 때도 달러뭉치 반출
외환관리법·출입국법 위반 소지
북 정권 우상화 서적 가득 싣고와"
북의 핵미사일 위협 부메랑 자초
검찰, 대북 뒷거래 철저히 수사를
이재명 전 성남시장(민주당 대표)의 '시정(市政) 토착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지난 16일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을 찬찬히 반추해 본다. 첫째, 다채로운 '종합 비리 세트'에 놀란다. 뇌물·배임에다 이해충돌방지법 혐의까지 들어있다. 둘째,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의 심각한 직무유기가 엿보인다.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경쟁자였던 이낙연 캠프가 제기한 수많은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오수 검찰총장 체제에서 수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짐작된다.
거대 의석(169석)을 동원한 민주당의 방탄 노림수를 고려하면 체포동의안은 27일 국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쌍방울 대북 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백현동 부동산 개발 비리, 대선 경선 자금 비리, 정자동 호텔 건설 특혜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시정 농단으로 규정된 '토착 비리 수사 시즌1'이 끝난 시점에 미리 보는 '수사 시즌2'의 핵심 도정 농단 혐의는 대북 송금 비리일 것이다. 검은돈을 챙긴 경제 공동체의 부패 혐의들과는 차원이 달라서다.
2000년 6월 김대중·김정일의 최초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현대그룹을 통해 북한에 4억5000만 달러를 보낸 사실이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구속됐고,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에게 노벨 평화상의 영예를 안겨줬지만, 북한 정권에 뒷돈을 주고 정상회담과 노벨상을 샀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치적을 남기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이 정상회담 카드를 동원했다면, 이재명 전 지사는 대권을 잡기 위한 정치적 선(先)투자 차원에서 북한에 거액을 건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2018년 문재인·김정은의 3차 정상회담 방북단 명단에 박원순·최문순 등 '친문' 광역단체장이 포함됐지만, 당시 이 지사는 '비문'이라는 이유로 배제되자 대권 후보로 가는 돌파구 한방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민주당 상왕' 이해찬의 최측근 이화영 쌍방울 사외이사를 경기도 평화 부지사로 영입한 이 지사가 이화영 인맥인 쌍방울그룹 김성태 회장을 통해 북한에 800만 달러(이재명 방북 경비 300만 달러 포함)를 보낸 것으로 검찰은 의심한다.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를 만들고 '정치 자금 저수지'로 쓰기 위해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등 부동산 개발 비리를 저질렀다면, 불법 대북 송금은 북한 정권의 환심을 사서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유능한 정치 지도자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시도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북 송금이 한 푼도 없었을까. 이와 관련, 필자는 주목할만한 말을 들었다. 2018년 세 차례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공직자에 따르면 대통령 전용기 등 방북 항공편이 오갔던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북한으로 규정을 초과하는 거액의 달러 뭉치가 반출됐고, 돌아오는 비행기에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세습 정권 우상화와 공산주의 이념 서적이 가득 실려 왔다는 것이다. 당시 서울공항에는 출입국관리를 담당하는 법무부와 관세청 파견 공무원들이 있었지만, 신고 없이 반출할 수 있는 한도(1인당 1만 달러)를 넘긴 달러 뭉치가 아무런 제지 없이 북측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 부지점장을 역임한 윤석구 전 우리종금 전무는 최근 출간한 『내 마음의 은행나무』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임가공에 따른 원단과 완제품도 건건이 세관(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 검사를 받아야 하므로 통관 때마다 애를 먹었다"고 회고했다. 경협 차원에서 단돈 1달러가 오가는 절차도 이렇게 까다로운데, 정상회담을 전후해 청와대가 출입국관리법과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다.
2019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능라도 5·1경기장에서 평양시민 15만명을 상대로 파격적인 생중계 연설을 했다. 대북 비밀 협상 경험이 많은 국가정보원 출신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비밀 접촉 때마다 예외 없이 뒷돈을 요구했다"며 "김정은의 풍산개 선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평양 연설 같은 초대형 정치 이벤트에는 십중팔구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양냉면도 공짜가 없는데 평양연설이 공짜라면 누가 믿겠나. 인도주의 차원이 아니라면 북한에 몰래 뒷돈을 보내는 국기(國基) 문란 범죄는 예외 없이 단죄해야 마땅하다. 북한에 보낸 뒷돈은 핵미사일로 전용돼 대한민국 안보와 국민 생명을 노리는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결국 돌아오기 때문이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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