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의원 대부분 무죄... 언론-검찰은 사과문 내야"

윤성효 2023. 2. 1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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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결 뒤 경남지역 시민사회 비판 목소리 내... 3월 7일, 윤 의원 초청 강연회 마련

[윤성효 기자]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사적유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2월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 받고 법원을 나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이제 언론과 검찰이 사과문을 내야할 것이다."
"법적으로는 명예회복이 거의 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혼자 법정에서 싸워 고군분투해 승리를 거두었다."

3년 전부터 보조금관리법·지방재정법 위반과 사기 등 혐의를 받아오던 윤미향 국회의원(무소속)이 1심 법원에서 거의 대부분 무죄를 받자 경남지역 시민사회가 언론과 검찰을 향해 내놓은 반응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11부는 지난 10일, 윤미향 의원에 대해 검찰이 제기했던 14개 혐의 가운데 13건에 대해 무죄, 업무상횡령에 대해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2011~2020년 동안 1억 37만 원을 217회에 걸쳐 횡령했다고 했지만, 법원은 68회 1718여만 원만 횡령으로 봤다.

윤 의원은 1심 법원에서 유죄로 본 횡령 혐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심에서 결백을 밝히겠다고 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윤 의원의 법적 다툼은 항소심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심 판결이 나온 뒤 경남지역 시민사회는 언론과 검찰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여러 의혹 제기는 윤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무렵부터 제기되었다.

당시 언론들은 윤 의원과 정의연이 정부보조금을 빼돌렸다거나 "생활비로 썼다"고 보도했고, 심지어 "윤미향이 대한민국을 기망했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는 1심 판결만 놓고 보면 거리가 멀다.

그러나 당시 경남지역 시민사회는 언론·검찰에 대해 여러 차례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열린사회희망연대, 경남여성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2020년 5월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왜곡과 기만의 적폐언론을 규탄한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윤 의원에 대한 국회 징계가 진행될 때 여성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 입장'을 내기도 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단체는 "언론의 침소봉대와 기만적 왜곡뿐만 아니라 일제식민역사를 정당화 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역사청산 운동을 틀어막으려는 적폐세력들의 역사 지우기 움직임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

"이제 언론과 검찰이 책임져야"

1심 판결이 나온 뒤 지역에서는 언론과 검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은 19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언론과 검찰에 의해, 이미 윤미향 의원 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관련 활동을 해온 단체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이제는 언론과 검찰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고문은 "당시 보도가 마구 쏟아지면서 일부 진보진영에서도 윤 의원을 의심할 정도였다. 법적으로 의구심이 들 정도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더 무서운 것이었다"며 "1심 판결만 놓고 보면, 윤 의원은 어느 정도 법적으로 명예회복이 되었지만, 그때 하도 많은 보도가 나오다 보니 사실상 명예회복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고문은 "그때 담당했던 검사가 누구인지, 어느 언론에서 어떻게 썼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백서>를 만들어 낱낱이 기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언론과 검찰이 사과문을 내야 한다. 잘못했다고 말이다. 특히 언론은 너무나 확대, 축소 보도하면서 마녀사냥몰이를 하고 거기에 검찰이 엄청난 무엇인가를 밝혀내겠다며 칼을 빼어 들었다. 바람 같은 속도로 압수수색을 했다.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하나 남은 업무상횡령 혐의 부분에 대해서도 증빙자료가 잘 (뒷받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것도 일반적인 상식이나 보면 얼마든지 이해가 되고 정상 참작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지역에서도 수요집회와 기자회견, 성명을 통해 언론과 검찰에 대해 입장을 내기도 했다"며 "그때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해주었고, 열심히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정현태 노무현재단 경남대표는 "윤 의원은 민주당에 복당도 되지 않으면서 혼자 고군분투하며 재판을 해서 무죄를 받았다. 눈물겨운 과정이었다. 윤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의 승리다"며 "윤 의원의 무죄 판결을 계기로, 현재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합법적이고 정당한 지원조차 끊으며 탄압하는 것을 물리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미향 의원에 대해 그동안 보수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한국 보수정권이 일본에 굴욕외교를 모색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올바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연대 등 단체들은 2020년 5월 28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정의기역연대에 대한 최근 사태와 적폐 세력 준동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윤성효
오해진 전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장은 "검찰 수사와 쏟아지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도 우리는 윤 의원을 응원해 왔다"고 했다. 일본자본(산켄전기)가 설립했던 한국산연은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하다 해산·폐업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폐업 철회' 투쟁을 계속 벌였다. 이때 국회의원들이 서명을 받아 일본 정부에 제출했는데, 윤 의원이 앞장 섰던 것이다.

오해진 전 지회장은 "윤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이 국내에서 하는 횡포라든지 일방적인 자본철수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고, 도와 달라고 요청을 했다"며 "당시 국회의원들이 서명을 받은 서한문을 일본 후생성, 노동성, 외무성에 전달하면서 본사를 압박했다. 그때 윤 의원실과 이야기를 해서 적극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최근 "윤미향 의원께 드리는 사과문"을 통해 "윤미향의 1심 재판이 끝났지만 범죄를 저지른 검찰과 언론에 대한 단죄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힘을 모아야 합니다. 없는 피의사실을 창작해서 인격살인을 한 검찰, 그리고 가짜뉴스로 지면을 도배해서 한 인격을 매장했던 보수언론이 죄값을 치르도록 해야 합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다시 한번 윤미향 의원께 사과드립니다. 지지자, 동지 여러분께도, 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다시는 검찰과 언론의 마녀사냥에 속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고 했다.

한편, 업무상횡령 부분에 대한 법적 판단이 아직 남아 있어 조심스러워 하는 시각도 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지낸 김윤자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고, 말끔하게 해소가 안돼 여성단체들이 아직 '환영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데 단체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개인통장으로 받아서 처리할 때가 있다. 회계전문가가 아니라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착복이나 횡령은 아니라고 본다. 항소심에서 말끔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열린사회희망연대, 경남 노무현재단 등 단체들은 윤미향 의원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다. 정현태 대표는 "윤 의원을 응원하고 그동안 함께 해준 시민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강연회를 마련한다"고 했다.

윤 의원 강연회는 오는 3월 7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열린다.  
 
 윤미향 의원 횡령 등 혐의 사건 1심 판결문 주요 내용을 정리한 표.
ⓒ 봉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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