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한눈에 보는 부동산 세상, 프롭테크[부동산백서]

최서윤 기자 2023. 2.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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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넘치는 부동산 관련 정보…앞으론 '읽는 힘'이 핵심"
DB+해석+기술 3요소로 기존 중개업까지 위협…상생 과제
대표적인 프롭테크 앱 중 하나인 '호갱노노'로 구현한 '서울 아파트 20~42평 7.9억원 미만 매매 물건(예시, 조건)' 정보.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셋방을 구하려면 먼저 종이신문 '벼룩시장'을 펼쳐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응답하라 19ㅇㅇ'쯤 되는 시절 이야기죠. PC(개인용 컴퓨터) 사용이 보편화되기 전 벼룩시장은 부동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가 오가는 창구였습니다. 태어난 지 14일 된 몰티즈 강아지 '이슬이'를 분양받은 기억이 나네요.

요즘 여러분은 어떻게 집을 알아보시나요? 먼저 PC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간단하게는 '국민포털' 네이버에 '서울 아파트 매매(예시)'만 검색해도 지도에 수두룩하게 매물이 표시되죠. 원하는 위치와 가격을 찾으면 통화버튼을 눌러 물건을 올린 중개소에 문의가 가능합니다.

조금 더 정보를 아는 분들은 '직방'이나 '다방' 앱을 다운받아 매물 정보를 꼼꼼히 살필 겁니다. 그리곤 '호갱노노' 앱으로 가격 비교도 거친 뒤 발품을 팔겠죠. 아파트 분양을 노린다면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 다운은 필수입니다. 찾는 게 원룸인지, 아파트나 빌라인지, 상가인지 등에 따라 대표 앱이 조금씩 달라지죠.

쇼파에 앉아 손바닥으로 보는 '그 세상'에선 주변 마트는 몇 개고 지하철역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소소한 생활정보부터, 지난달 다른 사람은 얼마 주고 계약했는지 실거래가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3차원(3D) 거리뷰 사진의 편리함은 또 어떻고요.

네이버 부동산에서 연결되는 매물 위치 거리뷰 구현 화면.

바야흐로 빠른 기술 발전의 시대, 부동산 정보 시장에도 찾아온 '프롭테크(Property+Technology)'가 어느덧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겁니다. 의식주의 주(住)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자산을 불릴 재테크를 위해서도 너무나 중요한 부동산 관련 정보를 한 곳에 모은 창고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즉, 예전에는 정보를 구하는 것 자체에서 '정보가 가진 힘'이 발현됐다면, 이제는 사방에 흩어진 너무나 많은 정보를 '읽는 힘'이 중요해진 겁니다. 국내 프롭테크 대표 주자 직방의 창업자 안성우 대표가 통계학을 전공한 점은 우연이 아니죠. 정보를 수집하고, 의미를 해석하고, 기술로 구현해내는 3요소가 프롭테크의 핵심입니다.

흥미로운 건 프롭테크 업체들도 정보를 수집할 땐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 '발품'을 판다는 겁니다. 주력 분야를 잘 구축한 어느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 전 직원 500여 명 중 정보 수집을 하는 직원만 100명 안팎에 이른다고 합니다. 어디에, 누가, 왜, 언제부터 입주해 있는지 하나하나 발품을 팔며 조사해 모은 소중한 정보는 최대 영업 기밀인 셈이죠.

이렇게 모은 정보가 업력에 따라 30년, 50년, 100년씩 쌓이고 쌓이면 그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겁니다. 전산화된 정보는 추후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가공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개인 이용자들뿐만 아니라 국내외 유수의 자산운용사들도 이런 프롭테크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수집된 정보를 이용합니다.

신뢰도 있는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해두면 정부와 지자체도 프롭테크 업체의 고객이 될 수 있겠네요. 어느 정도 규모의 신도시가 필요할지, 인구 증감에 따른 도시 계획은 어떻게 잡을지를 구상하는 등 정책 참고 자료로도 쓰일 수 있을 테니까요.

앞으로 기술 발전의 최대 화두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은 프롭테크를 또 어떻게 변모시킬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안성우 직방 대표가 서울 성동구 코사이어티에서 열린 직방 10주년 미디어데이에서 비전을 발표하던 모습. 2021.6.1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물론 어느 분야에서 그렇듯 기술 발전으로 인한 산업의 변화 속 '신구(新舊) 갈등'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최근 대표적으로 떠오른 게 바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직방 간 싸움으로 불리는 '공인중개사법 개정' 논란입니다.

이종혁 한공협 회장이 작년 1월 취임 직후 "직방 등 부동산플랫폼의 중개업 직접 진출 시도를 막을 법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래 같은 해 10월 국회에는 한공협을 법정단체로 승격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직방이 '반값 중개료'를 내걸고 중개업 시장에 도전장을 낸 상황에서 전국의 모든 공인중개사를 '관리'할 권한을 달라는 겁니다. 모든 부동산중개거래는 공인중개사를 통해야 하는 만큼, 직방 소속 혹은 협력 중개사도 한공협의 통제 하에 놓이는 거죠. 법안이 '직방금지법'이란 별칭을 얻게 된 이유입니다.

국회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칠 예정이고 정부도 고심하는 사안인데요. 사실 여론은 그리 좋지 않아 보입니다. '신산업 발달을 저해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한다'는 진지한 반대 논리보다 먼저 나오는 말들은 "공인중개사가 계약서 써주는 거 외에 대체 뭘 해주면서 수수료만 챙기느냐"는 겁니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2021.11.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여기엔 매물 정보의 원천 자체를 중개소가 쥐고 있던 시절과, 정보가 오픈소스로 공개된 현재 달라진 공인중개사의 위상이 엿보입니다. 일부 중개사가 최근 '빌라왕 사건' 같은 전세 사기에 가담하는 일탈을 저지른 문제가 조명돼 신뢰가 떨어진 면도 있죠.

그렇지만 공인중개사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이 오가는 계약의 법적 효력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국 각지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오래된 중개소'는 누구 못지 않은 지역 부동산 전문가이기도 하고요.

결국 숙제의 핵심은 프롭테크 시대 공인중개사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해나갈 것인지일 겁니다. 이건 기술 발전과 함께 사라질 위기가 거론되는 다양한 직업군, 그리고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갈 문제겠네요.

2년 전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에서 한 번 맞붙은 신구 갈등, 이른바 '타다 사태'의 공과(功過)를 되새겨 보다 지혜로운 대안을 도출해낼 수 있길 바라봅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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