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0조 쏟은 中 일대일로…'부채의 덫' 비난에도 계속되는 까닭 [글로벌리포트]
“2023년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질 높은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
지난 16일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가 공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 연설 한 대목이다. 중국의 다음해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제시하는 이 회의에서 일대일로를 중점 과제로 천명한 것이다. 시 주석은 한 달 앞선 11월 태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선 “내년(2023년)에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 포럼 개최를 고려 중”이라고 알렸다.
일대일로 10년 성과 과시 노리는 시진핑
중국은 지난 10년간의 일대일로 성과를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계 각국(약 150개국) 정상 앞에서 알릴 계획이다. 자국의 영향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일대일로에 부도위기 처한 개도국
막대한 돈이 들어간 일대일로에 대해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놓은 ‘부채의 덫(Debt Trap)’이라며 비난한다. 중국의 자금을 지원받은 개발도상국 상당수가 불어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해 있어서다. 경제학자 세바스찬 혼, 카르멘 라인하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해외 차관의 60%는 재정 위기 상황에 놓인 국가에 빌려준 것이다. 2010년엔 5%에 불과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쑨윈(孫韵) 선임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확장에만 열중해 국가별 추진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고려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일대일로에 끌어들일 때는 선심 쓰듯 돈을 빌려주고선 개발도상국의 상환 유예 및 부채 조정 요구에 인색했던 것도 문제를 키웠다. 오히려 돈을 갚지 못하면 자원이나 시설 운영권을 가져갔다. 2017년 스리랑카는 함반토다 항구 건설에서 진 14억 달러 빚을 갚지 못해 항구 운영권을 중국항만공사에 99년간 넘겼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현지 주민과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파키스탄은 스리랑카처럼 빌린 돈을 못갚아 중국항만공사에 남서부 과다르항 운영권을 넘겼는데, 주민들은 이에 반발하는 시위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벌이고 있다. 높아진 반중 정서에 과다르가 속한 발루치스탄주에선 중국인을 노린 테러도 이어지고 있다.
포기는 없다…전략 수정만 있을 뿐
그럼에도 ‘일대일로 포기’는 중국 정부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다. 최고 지도자가 직접 챙기는 정책이라서다. 장훙(張翃)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구원은 “일대일로는 시진핑 개인의 정치적 유산과 너무 밀접하다”며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의 실패를 인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국은 일대일로의 전략 변화를 꾀하고 있다. 녹색금융개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기존 일대일로 사업의 중심이었던 인프라 건설 투자를 줄이고 직접 투자 비중을 늘렸다. 비용을 떼일 위험이 큰 건설보다는 가능성 있는 현지 기업에 중국 민간 기업이 직접 돈을 투자하는 걸 택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기존에 공을 들인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지역 투자가 급감했다. 앙골라·스리랑카 등 14개국에 대한 투자는 ‘제로(0)’가 됐다. 재정난이 지속되는 아프리카·서아시아 대신 부채 리스크가 덜한 동아시아와 중동·남미·유럽 쪽 투자가 급증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대체할 새로운 대외 경제정책도 육성 중이다. 2021년 유엔총회에서 시 주석이 제시한 ‘글로벌 개발 이니셔티브’(GDI)다. 빈곤 개도국에 긴급 대출을 해주거나 청정에너지·식량·교육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하지만 브래들리 팍스 미 윌리엄앤드메리칼리지 원조데이터 연구단장은 “GDI는 비판이 커진 일대일로를 새롭게 브랜딩하려는 중국의 속임수”라고 비판했다.
■ ‘기술의 덫’도 많은 일대일로…에콰도르 댐 붕괴 위기
「 중국이 일대일로 차원에서 지은 시설 중엔 기술 부족으로 현지에서 큰 문제가 발생한 경우도 많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 ‘중국수전’이 지은 에콰도르 코카코도 수력발전소에선 2016년 완공 직후 댐에 수천 개의 균열이 확인돼 붕괴 우려에 휩싸였다. 발전소에 설치된 철제 터빈에서도 1만7000개의 균열이 발견됐다.
파키스탄에서도 지난해 터빈에 물을 공급하는 터널에서 균열이 발견돼 중국이 지은 닐룸-젤룸 수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했다. 우간다도 중국 기업이 2019년 나일강에 건설한 수력발전소에서 500개 이상의 결함을 발견했다. 앙골라에선 수도 루안다 외곽에 중국이 지은 임대주택이 10년도 안 돼 벽에 금이 가고 천장에 곰팡이가 피어 부실공사 논란에 휩싸였다. WSJ는 “중국이 중남미·아프리카 국가에 부채뿐 아니라 인프라 손상에 따른 비용 부담까지 주고 있다”고 전했다.
」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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