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아내 오혜선 "영국선 반짝이던 아들, 北서 말라가 탈북"
“영국에선 반짝반짝하게 컸던 아이들이 북한에 가서 1년 만에 삐쩍 말랐어요. 인상도 항상 찌뿌둥했고요. 불량한 아이들로 변해가는 것 같아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더는 북한에 살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도 탈북한 걸 고마워하고 있어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아내 오혜선 씨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두 아들에게 탈북하겠다고 했을 때 반응이 어땠나’라는 질문을 받고 이처럼 답했다.
지난 1월 26일 탈북 회고록 ‘런던에서 온 평양 여자’를 출간한 오씨는 북한에서 핵심계층으로 꼽히는 이른바 ‘항일 빨치산 가문’의 딸이다. 그의 아버지가 김일성정치대학 총장을 지낸 오기수고, 작은 할아버지는 김일성 전 주석의 항일 빨치산 전우인 오백룡이다. 오씨는 북한에서 평양외국어학원과 평양외국어대학 영어과를 졸업하고 북한 무역성에서 일했다.
오씨는 북한에서 특권을 누리면서 살았지만 점차 북한 사회가 부조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탈북해야겠다’는 계획과 결심으로 이어졌다.
“평양외국어학원 다닐 때 우리처럼 항일 빨치산 가문인 사람이 있었는데 온 집안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걸 보고 ‘아, 권력이라는 게 아무리 빨치산이라고 해도 한순간에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북한은 전망이 없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올해 31세와 26세가 된 두 아들, 이 아들들이 태 의원 부부가 탈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다.
“만약에 아이들이 없었다면 탈북 안 했을 것 같아요. 북한에 형제들도 있고. 2015년 여름 해외에 있는 외교관의 대학생 자녀들을 북한으로 들여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왔는데 그때 큰아들이 대학생이었어요. 그냥 ‘아이들은 저렇게 살게 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에 (탈북) 의지가 활활 타올랐습니다.”
탈북 후 이화여대 북한학과에서 북한의 대남 비난 행태를 분석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오씨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선친들을 능가하는 독재자’라고 평가했다.
“인민군 군부대들에 대한 훈련을 현지에서 지도하셨다는 기록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김정은을 소개하는 영화예요. 그걸 보면 바닷가에서 (김정은이) 자기보다 나이 많은 장성들을 군복 입고 바다에 있는 목적지까지 헤엄쳐서 갔다 오게 하는 왕복 훈련이 나와요. 김정일조차도 저렇게 나이 많은 사람들을 바다에 내몰지 않았는데….”
오씨는 북한의 여러 부조리한 현실을 널리 알리고, ‘자유’의 소중한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책을 집필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아이들은 영국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알았고, 행복밖에 몰랐어요. 그런데 북한에 가서 1년 만에 삐쩍 마르고 인상도 찌뿌둥해졌어요. 아이들이 영국에서 살 땐 ‘내가 이렇게 하면 착한 아이다’ 하는 질서정연한 규범이 있었는데 북한은 법이 없는 나라니까 아이들도 점점 불량해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자유를 소중히 여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썼습니다.”
오씨는 “앞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을 좀 더 알리고, 북한 사람들과 대한민국 국민의 유대, 감정의 선을 이어주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책 출간 후 언론 인터뷰 등을 이어가고 있는 오씨는 18일 부산에서 사인회를 개최하는 등 독자와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갖고 활발한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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