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위의 '묻지마 살인', 형량은 고작 6년 6개월

이준목 2023. 2. 1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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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JTBC 교통 공익 버라이어티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

[이준목 기자]

지난 2018년,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피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윤창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법정형을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우리 사회에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2023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음주운전으로 사건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계속되고 있다. 2월 16일 방송된 JTBC 교통 공익 버라이어티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에서는 다양한 교통사고 사례들을 거론하면서 음주운전으로 인하여 돌이킬 수 없는 비극에 처한 한 피해자 가족의 안타까운 이야기와 윤창호법의 현주소를 조명했다.

한문철은 수많은 교통사고 중에서도 인명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가장 높은 사례로 음주운전을 꼽았다. 첫 번째 사건 피해자는 마트를 운영하던 사장님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던 피해자는, 수서역 사거리에서 신호대기를 기다리며 정차해있던 중에 갑자기 돌진해온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당시 가해 차주는 만취상태였고 피해자는 운전석이 완전히 함몰되며 중상을 입었다. 피해자는 1년간 세 번이나 대수술을 받았으나 아직도 자유롭게 걸어다니지 못하고 있었다. 가해자는 음주운전에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가 더해지며 재판에 넘겨졌다. 가해자는 사고가 벌어지고 1년이나 지나서야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하여 뒤늦은 사과를 전했다.

놀라운 사실은 가해자가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불구속으로 수사가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가해자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한문철은 불구속으로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합의가 없다면 높은 실형이 선고될 수 있는 심각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음주운전은 늦은 심야나 새벽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요일 아침에 피해자는 도로를 주행 중에 뒤에서 달려든 음주운전 차량에 추돌을 당했다. 피해자의 차량은 계속 돌며 차로 반대편까지 밀려났지만 그나마 다행히 피해자의 대처와 뒤차의 방어운전 등으로 2차 추돌 등의 불상사는 피했다.

가해자는 전날 늦게까지 음주를 하고 술이 깨지 않은 상황에서 아침 운전을 하면서 졸다가 사고를 일으켰다. 피해자는 큰 부상은 면했지만 사고 이후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하지만 결국 안타까운 인명피해로 이어진 사례들도 있었다. 개인택시를 시작한 지 약 6개월에 접어들던 피해자는, 새벽 3시에 정상적인 신호대로 이동하던 중에 빨간불에도 무서운 속도로 질주해온 차량과 충돌했다. 가해자는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 0.136%의 만취상태였다. 피해차량은 운전석이 완전히 파손될 정도였고 피해자는 안타깝게 사망하고 말았다.

다음 사고 영상은 한문철 변호사조차도 "공개를 망설였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한문철은 "안타까운 사고의 반복을 막고자하는 마음으로 공개를 결정했."고 밝히며 한 가정을 무너뜨린 비극적인 뺑소니 사고를 소개했다.

50대 부부는 여행을 위하여 새벽 2시경에 차를 타고 수원의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당시 도로는 주변의 다니는 차가 거의 없는 한적한 상황이었고, 피해자는 정상적인 속도로 운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무서운 속도로 달려든 차량이 피해자의 차를 추돌했다. 가해자는 사고를 낸후 그대로 멈추지 않고 도주하며 현장을 이탈했다. 사고로 아내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사망했고 남편은 영구적인 하반신 마비를 안게됐다.

가해자는 사고를 낸후 약 1Km를 갔다가 차를 세우고 걸어서 약 15분만에 사고 현장으로 돌아왔고 경찰에도 신고했다. 가해자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43%의 만취상태였다. 사고 당시 가해 차량의 속도는 무려 189 km/h에 이르렀고 가해자는 음주 및 졸음운전을 한 상태였다.

더욱 허탈한 사실은 한 사람이 죽고 한 사람이 장애를 입은 심각한 사건이었지만 가해자가 받은 1심 형량은 고작 7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가해자는 형량이 무겁다고 항소했다. 가해자는 "도망갈 의도가 없었다" "차가 고장났던 것"이라고 변명하며 항소심에서 형량이 감경됐다. 출연자들은 납득할 수 없는 처벌 수위에 모두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제작진은 피해자의 아들과 인터뷰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척추손상이 너무 심해서 수술을 해도 하반신을 못쓰게 될 것이라고 하더라. 어머니가 사고 당일날 사망하신걸 아버지께 바로 알리지 못하고 장례를 치르고 마지막날에 말씀드렸다"고 고백했다.
  
피해자 아들을 더우 분노하게 한 것은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었다. 경찰은 아들에게 가해자의 블랙박스만 보여주며 '단순 음주 사고'로 치부했고 하마터면 가해자 진술만 듣고 사건이 종결될뻔 했다고. 아들은 자세한 사고 경위를 알고 싶다고 질문했을때도 경찰은 사고경위를 파악중이라며 답변을 미뤘다.

소극적인 경찰을 신뢰할 수 없었던 피해자의 아들은 당시 반파 상태로 폐차장에 있었던 피해차량을 뒤져서 직접 블랙박스를 수거했다. 사고 당시 CCTV 영상도 피해자 측이 몇 번이나 경찰에 확인을 요구하고 나서야 뒤늦게 겨우 뺑소니 사고임을 인정했다고.

가해자는 처음엔 반자율 주행중이라 멈출 수 없었다고 변명했지만 조사 결과 반자율 주행모드의 제한 속도를 현저히 초과한 것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는 사고 이후 본인도 충격으로 호흡곤란과 시야 장애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계속해서 변명하고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고. 사고를 저지르고도 그대로 현장을 벗어나 도주했는데도 뒤늦게 돌아왔으니 뺑소니가 아니라는 가해자의 주장은 실소를 자아냈다.

가해자는 내내 사과보다 본인 변호에 급급하며 적반하장과 안면몰수로 일관했다. 피해자 아들은 "사고를 냈으면 일단 사과부터 하는 게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해자는 첫 조사부터 변호사를 대동해서 왔고 피해자 측에는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급기야 가해자의 부모까지 찾아와 "자기 아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왜 뺑소니가 아닌데 뺑소니라고 하느냐고 저한테 따지더라"는 어처구니없는 일화를 폭로했다.

결국 가해자는 항소심까지 뺑소니 혐의만은 계속 부정한 끝에 6년 6개월로 감형을 받았다. 상고는 기각되며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이 받은 고통에 비하면 한없이 가벼운 형벌이었다. 피해자의 아들은 판결을 보고 가장 먼저 "겨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하며 "우리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그게 고작인가. 사람 생명이 그렇게 간단한 건가"라는 허탈함이 들었다.

가해자는 사고 당시 20대 초반이었다. 형을 모두 마치고 나온다고 해도 서른이 안된다. 피해자의 아들은 "한 가족의 삶을 파괴하고도 그 사람은 새 삶을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너무 힘들다"고 고백하며 "음주운전 가해자들이 과연 합당한 처벌을 받고 있는가? 음주운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하여 국민들의 뜻이 모아져서 윤창호법까지 만들어졌는데도, 아직도 국민의 기대치에는 못미치는게 아닌가"라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윤창호법 이후 음주운전은 이제 법적으로는 최대 무기징역까지도 받을 수 있는 중범죄가 됐다. 해당 사건은 음주와 과속, 인명 사상까지 그야말로 최고형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조건이 충족된 사례였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피해자와 국민의 법감정 눈높이에는 현저히 못미치는 미약한 처벌이었다.

한문철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묻지마 살인'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수근은 "이럴거면 윤창호법이 왜 생긴거냐"고 씁쓸해 했고, 한문철은 "그나마 윤창호법으로 형량이 높아진 게 이 정도"라고 설명했다. 아직도 음주운전에 관대한 우리 나라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음주운전 사고에 해외는 더 강한 형벌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웃나라인 일본은 비슷한 음주 치사사고에 20년형을 선고한 사례가 있었다. 규현은 "제가 피해자라면 가해자에게 직접 복수하고 싶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문철은 "대법원 상고가 기각된만큼 이제 가해자는 마음으로 미워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앞으로 또다시 이런 사고가 벌어진다면 최고형까지는 아니더라도 6년 6개월보다 두 배정도의 처벌을 내려져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밝혔다. 최예나는 "내 가족에게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해보라"며 피해자의 안타까운 상황에 공감했다.

음주운전이 명백한 살인혹은 살인미수에 해당하는 범죄이며, 우리 누구에게든 언제 어디서나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경각심을 일깨워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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