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미래]⑥"컨트롤 타워, 플랫폼에서 제작사로 바뀐다"

이종길 2023. 2. 17. 1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성춘 K미디어랩 전문의원 인터뷰
"글로벌 OTT 투자 계속 증가…유통창구는 다변화"
"정부 지원 무조건 환영, 세액공제는 더 확대해야"
"CJ ENM·SLL 북미 현지화 전략 성공 가능성 커"

올해 K-콘텐츠 화두는 사업 주권이다. 글로벌 성공으로 입지를 다지고도 여전히 실리콘밸리 공룡들에 기대고 있어서다. 기업 가치 상승과 스포트라이트는 분명 커다란 성과다. 하지만 궁극적 변화를 끌어내려면 현재와 미래의 결과값을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사업 주권이 없는 거래는 오래갈 수 없으므로. 이성춘 K미디어랩 전문의원을 만나 전환의 가능성과 한계를 물었다.

-글로벌 OTT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국내 제작사들에 유리하게 작용해왔다. 올해도 흐름이 유지될까.

"해외 자본, 특히 글로벌 OTT 투자는 계속 증가하리라 본다. K-콘텐츠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검증받는 단계를 지났다. OTT 가입자 증가가 두드러지는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도 증명했고. 경쟁 전략상 꼭 필요한 무기다. 높아진 위상에 따라 환경은 제작사를 중심으로 전문·브랜드화될 전망이다. 국내 OTT 플랫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제작비 규모가 계속 커져 인하우스 콘텐츠보다 넷플릭스·디즈니+에 제공하는 콘텐츠 제작이 우선시될 것이다. 다만 컨트롤 타워 역할은 유통창구 다변화로 플랫폼이 아닌 제작사가 맡을 공산이 크다."

-최근 '재벌집 막내아들'로 본격화된 듯하다. 제작사 래몽래인이 국내 판권을 넷플릭스·디즈니+·티빙·케이블 채널, 해외 판권을 Viu(뷰)에 각각 팔았다.

"유통창구가 많아지면서 양질의 콘텐츠를 보유한 제작사의 협상력이 강화됐다. 그만큼 좋은 콘텐츠의 출발점인 인기 지식재산권(IP) 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이미 네이버는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고, 카카오도 웹소설 서비스 래디쉬를 사들였다. 스튜디오드래곤, 에이스토리 등도 IP 개발에 전력을 다한다."

-IP 확보 능력을 갖춘 제작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향후 제작사 간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질 듯한데.

"제작사는 콘텐츠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플레이어의 하나다. 시장 성과에 따라 빈부 격차는 물론 시장 퇴출이 결정될 수 있다.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시장 관련자나 정책 당국자가 시장진입·퇴출 장벽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 현재 활성화된 분위기는 예기치 않은 외부 충격이 없는 한 계속된다고 본다. 관건은 지속가능성이다. 인기 IP 발굴과 제작 품질 제고, 시장 확대 노력, 정부의 콘텐츠 산업 육성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OSMU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1957 년 디즈니 사업전략지도

-정부에서 K-콘텐츠 육성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을 단행한다. 큰 도움이 될까.

"산업계에서 꾸준히 요구했던 바다. 무조건 환영한다. 펀드를 조성해 지원하는 과정에서 '지원하되 개입하지 않는다' 원칙만 지켜진다면 충분하다. 다만 세액공제는 더 확대해야 한다. 관련 법률조항은 '조세특례제한법 제25조의6'이다.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대기업은 3%, 중견기업은 7%, 중소기업은 10% 공제하도록 명시됐다. 주요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은 25~35%, 호주는 16~40%, 프랑스는 40%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상헌·배현진·추경호)이 통과돼 공제 범위가 확대된다면 콘텐츠 제작시장에 큰 도움이 된다."

-아직 국내에선 원소스멀티유즈(OSMU)가 활발하지 않다. 언제쯤 충분한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까.

"발전이 더딘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시장 규모가 협소하다. 2·3차 시장으로 확장해 소비를 유도할 공간이 크지 않다. 콘텐츠 시장에 돈을 쓰기 시작한 기간도 짧다. IP 개발·육성 전략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조차 막 생겨 유관 전략 실행 경험이 부족하다. 한국의 OSMU는 이제 출발선상에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 '나 혼자만 레벨업', '여신강림' 등으로 성공사례가 축적되기 시작했다. 시즌제 콘텐츠 제작 관행도 자리를 잡아가고. 효과적인 OSMU 방법이 공유된 '비밀'인 만큼 IP 개발·투자·육성 과정을 장기간 추진해야 한다."

-CJ ENM과 SLL이 미국 기업을 인수해 현지화 전략을 구체화한다.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초기에는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할 것이다. 넷플릭스 성장 요인 가운데 하나가 현지화였다. K-콘텐츠 수급으로 국내 이용자 증가를 유발했다. 유사 사례는 K-팝에도 있다. 방탄소년단(BTS)은 영어 가사 곡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영향력이 더 커졌다. 글로벌 뮤지션과의 협업도 도움이 됐고. 한국적 스토리텔링이나 제작기법이 현지 IP·배우·제작진과 결합해 시너지를 낸다면 현지인들이 경험하지 못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리라 예상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