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경영권 전쟁]12만원 넘어선 주가에 폭로까지…하이브-카카오 반전의 연속

박소연 2023. 2. 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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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제안·폭로전 등으로 치열한 여론전
에스엠 주가 급등으로 하이브 고민 커져
에스엠 주식 대량 매수한 기타법인 등 조연도 관심거리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 전쟁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이번 경영권 전쟁의 분수령이 될 이수만 씨의 에스엠 신주·전환사채(CB)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과 하이브의 에스엠 지분 공개매수 결과가 나오는 3월 초 무렵까지 전체 판세에 영향을 미칠 여론전이 치열해서다.

하이브로 기울던 판세 달라지나

하이브가 15일 에스엠에 새 이사진과 감사 등을 선임하려는 주주제안을 하자, 반(反)이수만 진영의 핵심 인물인 에스엠의 이성수 공동대표는 16일 이모부인 이수만 씨의 역외 탈세 의혹 등을 제기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폭로전으로 맞섰다. 그러자 하이브 측도 곧바로 이수만 씨와의 주식 양수도 계약에서 거론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반박했다.

결국 '하이브 대 카카오' 대결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큰 이번 에스엠 경영권 전쟁에서 카카오는 직접 나서진 않고 있다. 경영권 분쟁 등으로 비치면 이수만 씨의 가처분 신청을 도와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대신 카카오는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맞서 대항 공개매수 카드 등을 흘리며 에스엠 주가 띄우기에 나선 모습이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작업을 흔들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하이브의 에스엠 지분 공개매수 작업에 '빨간불'이 커졌다. 하이브와 에스엠 현 경영진이 난타전을 벌이는 사이 증시에서는 CJ ENM의 에스엠 인수전 참전, 에스엠의 자사주 매입, 에스엠의 알짜 자회사 매각, 카카오의 대항 공개매수 등 풍문도 쏟아졌다. 이런 영향으로 에스엠의 주가는 15일 12만2600원으로 거래를 마쳐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12만원)을 뛰어넘었다. 16일 종가는 13만1900원을 기록해 소액주주가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할 이유가 사라졌다(장외거래에 해당하는 공개매수에 응하면 양도차익의 22%에 이르는 세금까지 내야 한다).

특히 16일에는 개인·기관·외국인 투자자가 모두 에스엠 주식을 매도한 가운데 기타법인이 단일계좌로 65만주(2.73%)를 사들였다. 이 기타법인의 정체가 카카오나 카카오 계열사 또는 친 카카오 세력이라면 에스엠 지분을 모으면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도 흔들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타법인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기타법인은 2월 2일 4만9453주, 3일 10만446주, 6일 3만2469주, 7일 17만4491주의 에스엠 주식을 매수했다. 하이브·이수만 연합의 승리로 싱겁게 끝날 듯했던 에스엠 인수전의 판세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에스엠의 폭로전 여론 흔들까

이성수 공동대표는 하이브가 에스엠의 새 이사진 인선안과 지배구조 개선안을 공개하자 곧바로 유튜브 채널에서 이모부인 이수만의 역외 탈세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성수 공동대표는 ▲ 역외 탈세 의혹 ▲ '나무심기' 관련 가사 요구 ▲ 에스파 컴백 연기 배경 등 이수만과 관련한 다양한 의혹을 폭로했다. 그가 이수만 관련 폭로를 예고한 14개 항목 가운데 이날 공개된 한 것은 4건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 대표는 "오늘 발표는 1차전이고 다음 주가 더욱 볼만할 것"이라며 "이수만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카카오와 에스엠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IT 수익화 전략, 글로벌 투자와 콘텐츠 플랫폼 전략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매수와 주총 대비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려는 전술이다.

이성수 공동대표는 이모부인 이수만 씨의 도움으로 에스엠에 들어왔고, 공동대표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3월 말 자신의 임기 만료, 이수만 씨의 전횡에 따른 회사 내부의 여론 악화, 얼라인 등의 압박으로 이모부를 공격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포함한 에스엠 현 경영진은 3월 주총에서 이사회를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 기타 비상무이사 1명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기타 비상무이사로 이창환 얼라인 대표를 지명했다. 자신과 탁영준 공동대표의 연임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만 씨의 역외 탈세 의혹과 관련 해선 국세청에서도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급등한 에스엠 주가, 공개매수 물 건너가나

폭로전과 반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스엠 주가는 연일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16일에는 12만원대를 넘어 13만원대에 진입했다. 넘어섰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시한인 3월1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기타법인의 대량 매수 등 주가 움직임으로 봐선 하이브가 제안한 현재 가격으로는 공개매수가 여의찮을 전망이다. 물론 하이브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 가능성은 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신고서를 보면 공개매수 기간이 종료하는 날까지 정정신고서를 제출해 매수가격 인상 등 공개매수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

다만 그럴 경우 하이브 측의 자금 부담이 커진다. 하이브가 공개매수 예정인 에스엠 지분 25%의 가격만 7142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이수만 씨 지분(14.8%) 인수자금(4228억원)까지 고려하면 자금을 더 투입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

경영권 분쟁 상황이라 기업의 본질 가치가 큰 의미는 없을 수 있지만, 에스엠의 현재 주가는 고평가 영역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당 13만원 기준으로 에스엠의 시가총액은 4조원에 육박했다.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8조원에 못 미친다. 에스엠은 지난해 87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이브의 영업이익은 2400억원이었다.

방시혁과 김범수의 자존심 대결?

자본시장에선 에스엠 경영권 전쟁이 결국에는 카카오 김범수 센터장과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의 자존심 대결이자 자본력 싸움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수는 다양하다. 이수만 씨가 에스엠을 상대로 신청한 가처분 소송 결과에 따라 하이브와 카카오가 기본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지분율이 달라진다. 하이브는 이수만 씨가 보유한 에스엠 지분 14.8%를 확보했다. 카카오는 가처분 결과에 따라 9.05%를 확보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다음 상황은 4가지 경우의 수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실패하고 이수만 씨의 가처분도 기각되는 경우다. 하이브로선 최악이고, 카카오로선 최선이다. 이렇게 되면 둘의 '돈 싸움'이 승부를 가를 공산이 크다. 특히 카카오가 대항 공개매수와 지분 인수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우회상장을 노릴 환경도 된다.

다음으론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실패하고 이수만 씨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는 경우다. 하이브가 유리한 상황이다. 다만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이게 되면 소액주주·국민연금 등의 '표심'을 잡아야 한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성공하고 이수만 씨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1대 주주 하이브와 2대 주주 카카오가 첨예한 대결을 벌여 '판돈'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성공하고 이수만 씨의 가처분 신청은 인용되면 하이브의 싱거운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들 4가지 경우에 중요한 조연은 컴투스와 현재 정체불명의 기타법인이다. 지난해 10월 에스엠의 지분 4.2% 사들인 컴투스는 10일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필요하면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컴투스는 이수만 씨 쪽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하루에만 2.73%의 에스엠 지분을 사들인 기타법인도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거리다.

인수·합병 전문가인 사모펀드 관계자는 "최근 주가 흐름을 보면 공개매수에 응하기 어려운 구조로 누군가 작업을 진행 중인 듯하다"라며 "누군가 하나는 치명타를 입어야 끝나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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