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장악 위한 하이브의 승부수… 전면에 선 법조인들

김형민 2023. 2. 17. 08: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세계무대에서 성공하는 우리 기업의 탄생에 일조하고 싶다."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률책임자(CLO·사법연수원 23기)는 지난 9일 서울지방변호사회보와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97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처음 변호사 일을 배웠다. 그때 가장 많이 접한 사건이 도산이었다고 한다. 우리 경제가 많이 힘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은 이른바 IMF 시대. 기업들이 사투를 벌이는 현장을 몸소 경험했다. 이후 지적재산권,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들도 보며 15년을 일했다. 그의 목표는 이런 경험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2011~2022), 하이브(2022~)에 몸담게 된 것도 '내가 한번 직접 뛰어들어서 좋은 회사를 만드는데 기여를 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고민에서 출발됐다. 정 CLO는 엔씨 재직 시절 김택진 대표의 '오른팔'로 불릴 만큼 명망이 높았다. 회사 법무 기능을 강화하고 법적 절차를 새로 정립, 관련 업무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 하이브로 옮긴 이후에도 법무와 관련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률책임자(CLO) [사진=아시아경제DB]

그의 열의와 경험은 하이브가 정 CLO를 SM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이사 후보자로 내세운 이유다. 하이브는 지난 15일 SM에 주주제안 메일을 보내며 법조인 출신 인사 다수를 전면에 내세워 관련 업계와 법조계의 주목을 받는다. 이사 후보 7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 기타 비상무이사 1명) 중 정CLO를 포함한 3명이 법조인이다. 정 CLO는 사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31기)가 사외이사, 박병무 VIG 파트너스 대표파트너(15기)는 기타 비상무이사로 추천됐다.

추천된 이사진은 '실무형'으로 평가받는다. 당초 업계에서 유력하게 거론됐던 방시혁 하이브 의장,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빠졌음에도 무게감이 실렸다는 시각도 있다. 법조인들의 합류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하이브가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힌 이후 SM 주가가 오르면서 위기에 몰린 가운데, 법조인들의 전면 배치는 다음 달 열리는 주주총회를 정면 돌파하려는 하이브의 의지로도 읽힌다.

하이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이브가 적극적으로 법조인들을 이사진으로 참여시키는 최근 재계의 동향을 따랐다는 분석도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뒤 기업들은 사내 또는 사외이사로 법조인 출신 인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회사의 흥망성쇠가 걸린 주요 사안들에 대해 의결권을 가진 이사에, 법리에 밝고 분쟁 여부 등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법조인이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긍정 효과를 노린 것이다. 정부와의 스킨십을 늘리는 창구 역할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이브가 추천한 법조인들 이력의 면면은 화려하다. 특히 기업 재무, 회계 쪽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남규 변호사는 17년 넘는 조세 분쟁 경험을 갖고 있다. 법조계에선 2019년 이랜드월드의 법인세와 지방세 소송 등 5건을 모두 이겨 승소율 100%를 기록한 이력이 회자된다. 국제 세무 문제에 대해서도 밝고 특히 변호사로서는 드물게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박병무 대표는 1989~2000년 김앤장 기업금융 M&A팀 등에서 일했다. 당시 M&A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던 사회적 분위기에도 중요 M&A 사건들을 해결하며 주목받았다. 2000년대에 들어선 엔씨소프트 등 여러 회사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1994~1996년에는 미국 하버드 로스쿨에서 기업금융, 제삼세계 금융시스템 개선방안 등도 연구했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도 있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비상근감사 후보에 오른 엔씨소프트 재무전략실장 출신 최규담 공인회계사는 1998년부터 16년간 김앤장에서 회계 전문가로 일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