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⑧] 노동이사제, 공공기관 넘어 민간에도 뿌리내릴까
규제 일변 개혁은 사회 갈등 야기
노동자 위한 노동이사제 확대 고민
“대립·갈등 노사관계 변화 위해 필요”
윤석열 대통령에게 노동조합은 개혁 대상임이 분명하다. ‘법치주의에 기반한 노동 개혁’이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윤 대통령은 노사 법치주의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에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개혁 대상으로 꼽힌 노조로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모두 윤 대통령의 노동 개혁을 ‘노동 개악’으로 규정하고 공동투쟁을 결의한 상태다.
특히 민주노총은 정부 노동 개혁 방향에 대해 “개혁을 말하지만 모든 노동자를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밀어 넣으며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개악에 최대 걸림돌인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강도 높은 저항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귀족이라 불리는 일부 노조의 문제점은 분명 개혁의 대상이라 입을 모은다. 다만 노동 개혁의 전반적인 방향이 노조 활동을 약화하거나, 규제 일변도로 흐르는 것은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도한 노조 규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현재 대립·갈등적 노사관계를 변화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로 손꼽는 게 노동이사제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경영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다. 지난 정부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참석해 의사 결정을 함께하는 게 기본적인 내용이다. 근로자추천이사제와 비슷한 개념이나 노조가 전문가를 추천하는 게 아니라 직접 이사로 참여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부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한국전력과 국민연금공단 등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31곳은 이사회를 구성하면서 최소 1명의 노동자 대표(노동이사)를 포함해야 한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확정할 당시부터 경제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향후 민간 영역으로 제도 확대를 예상한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 노동 개혁 강도가 높아지자 노동이사제 민간 부문 확대 목소리도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계에서는 노동이사제 도입이 기업 경영권 침해와 합리적 의사 결정을 방해할 수 있다고 반발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노동이사제에 대해 “해외에서도 기업의 혁신 저해, 외국인 투자 기피, 이사회 의사 결정 지연, 주주 이익 침해 등 이유로 비판이 많은 제도”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계가 우려하는 것과 달리 노동이사제를 “적대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후보 시절 한국노총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노동이사제가 민간 기업으로 넘어오게 될 걸 우려하는 등 볼멘소리들이 있는데, 적대적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공공기관이 부실하면 국민 세금으로 막아야 하는데,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의 합리화와 부실 방지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노동이사제가 있었다면 원전 경제성평가 조작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노동이사제의 장점을 높게 평가해 왔다.
다만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게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민간으로의 확대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8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발족한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 자문단’에서도 노동이사제 민간 도입은 논의에서 빠졌다.
이날 서울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진행한 첫 회의에서 자문단은 ▲노조 설립·단체교섭 ▲노조 민주적 운영 ▲공정한 노사관계 질서 확립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 개선 ▲원하청 상생협력 및 비정규·미조직 근로자 연대 방안만 의제로 다뤘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산파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박태주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은 “대립·갈등적 노사관계를 변화를 위해서라도 원칙적으로 (노동이사제는) 필요하다”며 “민간 기업도 현재의 거수기 이사회를 방치하면서 올바른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사회·가치경영(ESG)을 제대로 하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변할 사람이 이사회에 있어야 한다”며 “유럽은 공기업만 도입한 나라도 있고, 공기업과 민간기업에 모두 도입한 나라도 있다. 우리가 어느 길을 선택할지는 공공부문의 성과를 살펴본 뒤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개혁⑨] 한국과 닮은 듯 다른 일본의 ‘일하는 방식 개혁’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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