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이광철·이규원·차규근, '김학의 출금' 관련 직권남용 무죄
[손가영 기자]
▲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이성윤 전 중앙지검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사퇴시킬 목적으로 이른바 '찍어내기' 감찰이 이뤄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2022년 12월 16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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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에 취해진 긴급 출국금지 조치와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대부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규원 검사는 직권남용 혐의 자체는 무죄이나, 관련 서류를 자택에 보관하거나 동부지검장 명의로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에 한해 일부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 배석 박민·이진경)는 15일 오후 이규원 검사,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의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선고 공판을 열고, 이 사건 핵심 혐의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중 5개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는 동부지검장 명의로 긴급 출국금지 승인 요청서를 작성했다는 자격모용에 의한 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 출국금지 관련 서류를 자택에 가져가 임의로 보관했다는 공용서류 은닉 혐의 등 2개 혐의에 한해서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4개월의 선고 유예를 선고받았다. 선고유예는 범죄가 경미하다고 판단될 때 재판부가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기간이 경과하면 소를 면소해 주는 제도다.
총 6개 혐의로 기소된 차규근 전 본부장은 6개 혐의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다. ▲ 알람등록시스템 불법 이용과 김학의 출국 정보 무단 조회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직권남용 ▲긴급 출국 금지 관련 직권남용 ▲출국금지 심사결정서 관련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전자기록 행사 위작 ▲출국금지 관련 출입국관리소 직원들 징계를 방치한 직무유기 등이다.
재판부는 이들 선고 직후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연이어 열어 이 연구위원에게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자료 사진) |
ⓒ 유성호 |
검찰은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자체가 위법했고 피고인들이 각각 검사, 출입국본부장 등의 권한을 남용해 출입국본부 및 인천공항 직원들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이들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단독 관청이고 이규원은 서울동부지검 검사 직무대리 지위로 긴급 출국 금지를 요청할 법률상 권한이 있다"며 "이규원은 김학의가 심야에 긴급 출국을 시도하자 수사기관으로서 그에게 혐의가 있다고 보아 실제 수사를 개시하려는 행위로 나아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김학의에 대한 재수사는 사실상 기정사실화돼 있었다. 법무부, 대검찰청 관계자들도 김학의의 출국 시도 전부터 이 사건 재수사가 진행될 것을 예상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학의 출국 시도를 파악하게 된 차규근으로서는 출입국법에 따라 일반 출국 금지 조치를 취하거나, 긴급 출국금지를 하거나 출국을 용인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고 봤다.
또한 "재수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수사대상자가 될 것이 확실한 김학의 출국 시도를 금지한 것은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출국을 용인할 경우 재수사가 난항에 빠져 과거사에 대한 법률적 의혹 해소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과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김학의 출국을 제재한 건 수사가 임박한 주요 당사자의 해외 도피를 차단한 것이었을 뿐이고, 이를 차규근·이규원이 사익이나 불법한 목적을 위해 저질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고, 그 고의가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선고공판 마친 이규원·차규근·이광철 이규원 검사(왼쪽부터)와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법원은 이날 1심 선고공판에서 이 검사와 이 전 민정비서관, 차 전 연구위원이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금지한 것은 재수사가 기정사실화한 사람의 도피를 긴급하게 막았을 뿐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다만 이 검사의 자격모용 공문서 작성·행사, 공용서류 은닉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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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이성윤 법무위원이 당시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려던 안양지청 수사팀의 수사와 감찰을 방해하려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그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과 수사팀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 관계자들이 이규원 검사에 대한 감찰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재판부는 "의심이 들긴 하나 증거조사 통해 검사의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다른 사정이 밝혀졌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현철 안양지청장은 김형근 반부패강력부 수사지휘과장 전화를 받기 며칠 전 윤대진 검찰국장으로부터도 '긴급 출국금지는 법무부와 대검 사이 얘기 다 이뤄진 것이니 문제삼지 말아달라'고 전화받았다"며 "이현철 지청장이 윤대진과의 통화의 영향으로 '감찰 보고는 지청장이 알아서 하면 된다'는 김형근의 말을 '알아서 덮으라'는 취지로 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김형근은 이현철 지청장의 대학 후배, 사법연수원 후배, 직급상 하급자로 볼 수 있는데 '지청장이 그런 거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 보고는 안 받은 것으로 하겠다' 등의 무례한 외압성 발언을 했다는 것도 선뜻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성윤 연구위원이 직권을 남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검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대검 반부패강력부 과장이 일선지청 차장에 전화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기에 당시 통화 내용이 기억난다고 진술하면서도 다른 통화 내역이 제시되자 이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인 바가 있다"며 "배용원의 기억이 정확한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성윤 연구위원의 행위와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감찰이 중단된 결과 사이의 인과성에 대해서 "피고인의 행위 외에도 윤대진 검찰국장의 두 차례 전화연락, 법무부 검찰국장과 형사기획과장 서면 제출요구, 반부패강력부와 안양지청 사이 의사소통 부재, 안양지청 지휘부의 자의적 판단에 다른 감찰보고 및 수사 중단 결정 등이 경합해서 발생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양지청장과 차장검사는 이성윤과 윤대진으로부터 출국금지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규원에 대한 수사 진행이 부적절하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수사팀 검사들에게 더 수사를 진행하지 말 것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윤대진 국장의 두 차례 전화는 반부패강력부 전화와 달리 이규원 검사 및 출입국 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말라는 내용을 포함했단 점에서 보다 직접적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피고인 행위와 수사 방해 등 결과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반부패강력부장 직권을 남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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