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이상욱 교수 "방사선종양학, 항상 스스로 이뤄야 할 것 많아 선택 후회 없어"

박찬제 2023. 2. 1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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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기총회서 정회원 선출…방사선종양학과 정회원 7명 불과, 현직 2명
이상욱 "한림원 종신회원 김귀언 교수 영향 가장 많이 받아…장비에 대한 관심, 비인기학여서 선택"
"의대 4학년·인턴들, 세상 돌고 돈다는 점 기억하길…지금 비인기과가 20년 후 각광받을 수 있어"
"너무 많은 환자 치료해야 병원 유지…진료에 시간·정력 다 써서 국제적 경쟁력 뒤처질까 우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된 서울아산병원 이상욱 교수.ⓒ

'한림(翰林)'은 '깃털로 만든 붓'이라는 뜻의 '한(翰)'과 수풀을 의미하는 '림(林)' 자가 합쳐진 말로, 한 분야의 학문에서 독자적인 경지나 체계를 이룬 학자들, 한마디로 일가(一家)를 이룬 석학들의 요람을 일컫는다.


고대 중국에서 처음 사용된 '한림'은, 우리 역사에서는 통일신라 때 '한림대(翰林臺)' 등장 이후 고려 현종 때 한림원 명칭이 최초로 사용됐다. 오늘날에도 한국과학기술한림원(KAST)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등 각 분야의 우수한 학자들이 모여 있는 단체나 기관에 ‘한림원’이라는 말을 사용해 그 위상과 권위를 더하고 있다.


2023년도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기총회에서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상욱 교수가 정회원으로 선출됐다. 의학한림원의 방사선종양학과 정회원이 7명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현직에 있는 교수는 2명 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무엇보다 30여 년 전 스승의 손에 이끌려 이 길목에 들어설 때는,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은 있었을지언정 불모지나 다름 없었고, 전망적인 미래에 대한 어떤 약속과 담보도 없었기에 지금의 성취가 더욱 눈부시다. 데일리안이 이상욱 교수를 만나봤다.


▲먼저 정회원으로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교수님이 설명해줄 수 있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어떤 곳입니까.


한림원은 국립학술기관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영어로는 National Academy of Medicine Korea 입니다. 역사적으로 왕립학술기관을 말합니다. 따라서 권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국가 정책에 관여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에 선출됐다는 것은 우리 의학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정회원으로 수락되는 과정은 일차적으로 각 학회에서 학문적 성과가 우수하고 나이가 50세 이상인 회원을 대상으로 복수로 추천을 받고 의학한림원에서 자격 심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회별로 정회원이 몇 명에 불과한데, 예를 들어 방사선종양학과에서는 모두 7명이 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됐고 현재 현직에 있는 교수는 2명에 불과하니 상당히 명예스런 자리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원로가 됐다는 서글픔도 있습니다.


▲교수님은 방사선종양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이십니다. 수많은 의학 관련과와 분야 중에 왜 하필 방사선종양학을 처음에 택하셨습니까.


본관의 한림원 종신회원이신 김귀언 교수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당시 낮 시간 인턴의 주요 임무중의 하나는 자료복사였습니다. (웃음) 교수님, 전공의 선배님들께서 찾아달라고 하시는 저널을 찾아서 복사해서 가져다주는 것인데, 당시 김귀언 교수님은 시간이 나시면 도서관에 직접 오셔서 본인이 읽으실 저널을 직접 찾으셨습니다. 그리고 누고보다도 많은 저널을 읽고 논문을 쓰셨습니다. 다른 하나는 장비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였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절묘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방사선종양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비인기과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현재 상태에서 비인기과를 하면 한 20년 후에는 각광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의대 4학년이나 인턴 선생님들도 세상이 돌고 돈다는 점을 고려해 과를 선택하는 것도 좋을 같습니다.


▲지금 후회하지는 않으십니까? 후회하지 않으신다면, 방사선종양학의 어떤 보람과 매력 때문입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후회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항상 스스로 이뤄야 할 것이 많았기 때문에 내가 한 선택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90년대부터 현재까지 방사선종양학과는 지속적으로 또 혁신적으로 치료 기술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항상 선두그룹에서 업적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면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정년이 몇 년 안 남은 시점에서 암환자를 진료하여 완치시켜주는 보람을 매일 매일 새롭게 느낍니다.


▲현재 우리나라 방사선종양학의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세계 수준과 견주어 장점은 무엇이고, 좀 더 개선할 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우리나라의 방사선종양학 수준은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미국에 뛰어난 의사가 있기도 하고 국내에 더 뛰어난 의사가 있기도 합니다. 저는 연수를 미국 MD Anderson Cancer Center(2007) 갔었지만 이제는 베트남에서 저에게 7명이 연수를 왔습니다. 개선할 점으로는 너무 많은 환자를 치료해야 병원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현실과 환자들이 지불하는 의료비 비율이 5%로 너무 작기 때문에 의료 쇼핑이 있다는 것이 문제이기도 합니다. 물론 문턱이 낮은 것은 장점도 되겠습니다. 방사선종양학과 의사들이 좀 더 중계연구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이런 수준을 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진료에 시간과 정력을 거의 다 쓰고 있어 국제적인 경쟁력이 뒤처질까 걱정입니다.


▲국민들은, 일반적으로 방사선종양학을 암을 치료하고 정복하려는 학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워낙 다양하고 많은 암의 종류가 있어 일률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우문이기는 합니다만, 대략적으로 암 완전 정복을 100으로 본다면, 대한민국의 수준은 현재 어디까지 와 있습니까? 또 ‘암 완전 정복’의 그날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와 우리 의학계는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합니까.


암은 정복할 수 있는 병은 아니라서 암의 완전 정복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논문 업적은 매우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하지만 암치료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매우 오랜 시간을 필요하고 그런 오랜 시간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창조적인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암정복을 위해서 쓰는 연구비는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더 효율적으로 연구비를 사용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자에게 더 많은 연구비가 배분되는 연구비 관리시스템이 아직도 매우 낙후돼 있습니다. 일본과 비교할 때, 겉으로 보이는 성과는 비슷한 것 같지만 일본의 경우 몇몇 연구자는 매우 창조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 때문에 노벨상이 나오는 것 입니다. 앞으로 의학한림원이 이런 성과를 내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된 서울아산병원 이상욱 교수.ⓒ

▲최근 의료계 현안 질문도 몇 가지 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최근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합법이라고 본 대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의료의 전문성을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판결”이라는 게 한림원 입장인데, 교수님 개인적으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누구 편을 드는 것은 결코 아닌데요. 백정이 칼을 잘 쓴다고 외과의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한의대에서 초음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의학이론체계를 바꾸어야 하고, 만약 그렇게 하면 아마 자기 부정이 될 것 입니다. 대법원의 판결은 사회의 많은 혼란을 초래 할 수 있는 판례라 생각합니다. 한의사는 절대로 침이나 뜸을 다른 비의료인이 시술하지 못하게 하지 않습니까? 그런 이유로 초음파를 반대하는 것입니다. 한의대를 없애 통합한 후 의대 졸업 뒤 한 과로 선택하게 하면 초음파를 쓰든지 내시경을 쓰든지 문제가 없어질 것입니다. 여러 모로 한의원이 어려움을 격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차제에 국내의 독특한 의료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 삼성서울병원 원장이 의사 역할을 대신하는 간호사를 채용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의사의 업무를 하는 간호사로 ‘가짜 의사’라고도 불리는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 간호사를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대형병원과 개원의 사이의 이권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수사는 삼성서울병원이 지난해 12월 ‘방사선종양학과 계약직 PA 간호사 채용’ 공고를 내고 PA 간호사 1명을 채용하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지난 3일 고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법적으로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병원이란 곳이 워낙 인건비 비율이 높은 곳이다 보니 의사 채용을 충분하게 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의사가 하는 일의 일부분을 간호사가 도와주지 않으면 진료하기 어려운 현실도 고려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작금의 우리 의학계에 한 말씀 해 주신다면.


의학한림원 입회나 교수 승진에 있어서 잘 못하는 사람을 걸러내거나 못하게 하는 장치는 잘 돼 있지만 탁월한 업적을 가진 사람이 빨리 되는 길은 막혀있습니다. 특히 아무리 업적이 좋더라도 정교수로 바로 채용되지는 못합니다. 삼십대 후반이 돼야 의대 교수가 될 수 있고, 교수 발령 이후에도 온전한 교수로서 독립적인 연구를 하기까지는 매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정들이 단축되고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물론 교수가 된 이후 상응하는 업적이 나오지 않으면 냉정하게 평가해 계약을 해지 할 수 있는 문화도 정착돼야 우리 의학계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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