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지만 민관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임종룡 신임 우리금융그룹 회장 내정자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2. 1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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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생/ 연세대 경제학과/ 행정고시 24회/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 국무총리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금융위원장/ 2023년 우리금융그룹 회장 내정자(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64) 얘기다. 임 내정자는 손태승 회장이 ‘연임 도전을 하지않겠다’고 선언할 때만 해도 부각되지않았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임원추천위원회가 가동되고 대외 공모가 시작되자지원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뚜껑을열어보니 단순한 도전이 아니었다.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며 결국 회장 타이틀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그의 행보를 ‘깜짝 선임’이라고 폄하할수 없는 이유는 여럿이다.

일단 경륜, 인품, 이력 면에서 그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

1959년생인 임 내정자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행시 24회로 공직 생활을 했다.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금융 정책은 물론 거시 경제 전반을두루 꿰뚫어보며 실물 경제에 도움 되는 정책을 많이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지주 회장 경험도 이미 있다.

그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올라 2년간 다양한 금융 현장 목소리를 듣고 실제 실행에 옮겼다. 특히 그가 취임할 당시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할 때였는데빠른 시간 내 조직 장악을 했던 일화도두고두고 회자된다.

임 회장이 취임한 때는 2013년. 당시농협중앙회에서 농협금융지주가 분리된 이른바 ‘신경분리’ 후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전임 신동규 회장이 농협중앙회와 갈등을 빚다 석연찮은 이유로 자진사퇴해 지주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신 전 회장은 “NH농협금융은 제갈공명(와룡)이 와도 안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전임 회장과 같이 역시나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이 선임되자 세간의 우려가 컸다. 당시 노조는 ‘낙하산인사’라며 그를 배척하려 했다. 하지만임 회장 취임 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빠른 시일 내에 조직을 장악했고 얼마 안돼 곧바로 우리투자증권이라는 대어를품에 안았다. 당시 농협금융지주는 형태만 금융지주회사지 주력 금융 계열사가 잘 안 보인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런데 당시 IB 부문 매출에서 정상을 달리던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하자 회사내에서 그를 ‘금융 비전문가’라고 비판하던 여론은 싹 없어졌다. 이후에도 매년실적을 개선했다.

계파 갈등 해소·M&A 혜안 기대

더불어 그는 금융사 경영 현장 경험을바탕으로 금융감독당국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 당시 화제가 되기도했다. ‘절절포’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2015년 2월 그는 범금융 대토론회에참석, “규제 완화는 절절포, 절대로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료로 있다 민간 금융사로 옮겨 가 일을 해봤더니 보이는 규제는 물론, 보이지 않는 규제가 현장의 발목을 잡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금융당국이 건전성이라는 기준에만 치우쳐금융회사를 규제하는 것 자체가 검사·제재권을 가진 금융당국의 관행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금융사 경영 경험은 이후 금융위원장 시절 빛을 발했다. 2년간의 금융지주 회장직을 마친 그는 ‘절절포’ 발언 후얼마 안 돼 금융감독당국 수장인 금융위원장으로 ‘공수전환(?)’을 했다.

이때부터 그는 경직된 금융 현장을 개혁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 조직을 만들고 지금의 인터넷전문은행,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제도권 진출 등의초석을 마련했다. 또 한진해운, 대우조선해양 등 당시 굵직굵직한 기업 구조조정 현안도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 업계와 소통을 하면서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갔다. 이런 이력 덕에 윤석열정부초반에 국무총리 후보로도 하마평이 오를 정도였다.

우리금융지주 임추위도 이런 부분에주목했다. 임추위 측은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고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농협금융의 회장직도 2년간 수행하는 등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라며 “대내외 금융 환경이 불안정한 시기에 금융 시장뿐 아니라 거시 경제, 경제 정책 전반에 걸쳐 폭넓은 안목을 갖춘 임 전 위원장이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 내정자가 회장이 되면 풀어야 할 과제 또한 적잖다.농협금융지주 회장 취임 때도 불거졌지만 무엇보다 ‘낙하산 인사’ ‘모피아 놀이터’라는 인식을 깨야 한다. 실제 임 내정자가 회장 후보 시절 이미 우리금융산하 노조에서는 ‘모피아 올드보이의 놀이터가 아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며 사실상 임 내정자를 직격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 역대 회장 중 관료 출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모피아 출신이던 박병원 회장(2007~2008년)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지배구조 상황이 다르다. 당시 우리금융지주는 공적자금을 받았던 시절이었고 현재는 완전민영화에 성공했다. 그런 가운데 관료 출신이 회장으로 왔으니 민간회사에 여전히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것 아니냐’는 말이 도는 것이다.그런데 막상 금융감독당국과 사이가그렇게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이복현금감원장은 임 내정자가 후보에 지원했다는 소식에 “어떤 절차, 시스템이 작용했는지 좀 더 알아보겠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이후 회장 내정이 되자 이 원장은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정도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이 원장이 금융지주 전반의 경영 승계 절차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은 숙제다. 금감원이 “새로운 회장 후보께서 보다 건강한 지배구조와 내부 통제 체계를 만들어나가 우리금융지주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한 대목도 이런 맥락이다.

이를 두고 금융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임 내정자에게지배구조 개선의 숙제를 던졌다는관전평을 내놓는다.내실 다지기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 투자 심리 위축,중견·중소기업 수출 비상 등 경제 상황 전반이 좋지 않다. 물론 은행 하나만놓고 보면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실적 선방을 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경기 자체가 꺾이면 금융사 실적도하향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금융지주라고 하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여전히 증권사, 보험사 등 여타 금융그룹에 비해 포트폴리오 계열사구성이 약하다. 주식회사 대표기도 한만큼 투자자, 외부 평가사의 M&A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이제 금융권 시각은 임 내정자의 차기행보에 가 있다.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일단 계열사 CEO 인사부터 해야 하기때문.이때도 따져볼 일이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사이에 암묵적인 경쟁, 갈등구도가 심각하다. 신임 임원, 부장급은‘통합 우리은행 공채’ 출신이지만 여전히 최고 경영진 급으로 시선을 돌리면반목과 갈등이 있다는 게 내외부 전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출신인 임 내정자가 어떤 ‘탕평 인사’를 할지도 관전포인트다.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 혁신과 새로운기업 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그룹이시장, 고객, 임직원들에게 신뢰받을 수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임 내정자가 후보 시절 한 말이다. 이발언이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두고 볼일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6호 (2023.02.15~2023.02.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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