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낙관론…기술주 사도 될까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2. 14. 21: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네카오 강한 반등…경제 부진 땐 꺾일 수도
경기 변수가 큰 상황에서 기술주의 전반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올해 더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P)
우려와 달리 계묘년(癸卯年) 주식 시장은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다. 2023년 2236.4포인트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한 달간 8.44% 상승해 2425.08포인트로 1월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도 9.01% 상승했다.

연초 랠리를 이끈 건 지난해 증시 침체 직격탄을 맞은 기술주다. 지난해 시장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고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움츠러들었다. 팬데믹 기간 주가가 급등한 기술주가 금리 인상기에 더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국내 대표 기술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각각 52.79%, 53.62% 하락했다. 같은 기간 24.89% 하락한 코스피지수보다 2배 이상 낙폭이 크다.

그러나 올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가 강한 반등 흐름을 탔다. 이들은 지난 1월 각각 14.08%, 15.63%씩 주가가 올랐다. 뉴욕 증시에서도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1월 한 달간 10.68% 상승했다.

연초 기술주가 예상보다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자 서서히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 회복 시 기술주 랠리가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기술주가 경기 흐름과 연동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거시 경제 지표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경우 기술주 반등도 지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경기를 다소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여전히 기술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놓는다.

플랫폼주, 연초 코스피 랠리 선봉장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 전망

미국과 달리 기술주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 국내 증시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표 주자로 꼽힌다. 이들 주가는 미국 기술주 영향을 받는다. 주가 흐름도 유사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네이버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매출 4조6989억원, 영업이익 6844억원이다. 반면 하반기는 매출 5조778억원, 영업이익 7611억원으로 예측된다. 상반기 대비 각각 8.06%, 11.21%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 역시 상반기에는 매출 3조9920억원, 영업이익 1915억원이 예상되는 반면, 하반기에는 매출 4조4000억원, 영업이익 3987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대비 각각 10.22%, 14.93% 높은 수준이다.

상반기에는 금리 인상 여파와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변수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와 1분기 비수기 영향에 따라 단기적인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하반기 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되고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국면으로 접어들면 주요 사업부를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네이버와 카카오 실적은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지만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되면 메인 사업인 광고와 커머스 사업부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라며 “실적은 1분기에 바닥을 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가는 실적에 선행해 연초부터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다수 증권사가 이들의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목표주가를 올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증권사는 각각 10곳, 6곳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 상향 조정한 평균 목표주가는 네이버 27만7950원, 카카오 7만5412원이다. 2월 8일 종가와 비교해 각각 20.59%, 9.13% 높은 수준이다.

상반기 실적 바닥 전망이 나오는 만큼 하반기 업황 반등을 내다보고 1분기에 투자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안 애널리스트는 “지난 1월에 나타난 것처럼 증시가 반등할 때 기술주 주가가 더 크게 움직이는 분위기”라며 “연말을 목표로 잡고 1분기 중 이들 주식을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경기에 대한 변수가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중론자 “경기 회복 더딜 수도”

로봇·AI 등 자동화 업종 유망

아직 기술주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할 때라는 주장도 팽팽하게 맞선다. 가장 큰 이유는 경기 불확실성 때문이다.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되고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여전히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수출이나 소비 동향을 보면 금리 인상 영향이 하반기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현재 시장에서 생각하는 2%대 물가도 아직까지는 불안정해 보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대한 시각이 조정될 여지도 충분하다. 미국 빅테크업체들의 상반기 실적과 석유 공급 등 다양한 변수가 산적한 상황에서 기술주의 전반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올해 더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 애널리스트 우려처럼 실제 미국 빅테크업체들의 실적 저하 우려도 조금씩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2월 들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애플·아마존·알파벳 모두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애플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9% 감소한 1171억5000만달러로 집계되면서 2019년 이후 4년 만에 분기 매출이 뒷걸음질 쳤다. 분기별 매출 감소폭은 2016년 이후 가장 크고, 분기 매출이 시장 추정치(1211억달러)를 밑돈 것도 2016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과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역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알파벳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76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아마존은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소비 위축이 빅테크 업체들에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예상치 못한 서비스 오류가 주가 급락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지난 2월 8일(현지 시간) 구글이 야심 차게 선보인 인공지능(AI) 채팅봇 ‘바드’가 질문에 틀린 답변을 내놓자, 당일 알파벳 주가가 7% 이상 급락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센터장은 “기술주에 가장 중요한 것은 빅테크업체들의 움직임”이라며 “아직 미국 기업 실적 조정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이 더 나빠질 수 있냐는 의문도 제기되지만, 시장에서 가이던스를 대체로 낮추는 분위기”라며 “기술주가 반등해도 시장에서 저항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로봇이나 AI 등 자동화 업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빅테크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될수록 자동화 관련 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 침체를 대비한 글로벌 기업들의 비용 축소 일환으로 인원 감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경우 생산성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대다수 기업들이 로봇과 AI 등을 채택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체질 개선 노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동화 관련 산업이 유망하다고 판단된다.” 황승택 하나증권 센터장의 분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6호 (2023.02.15~2023.02.21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