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은 부캐일 뿐, 본캐는 新에너지 발굴…포스코에너지 합병 뒤 색깔 바뀐 포스코인터내셔널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2. 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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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에서 무역 부문에 집중해온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그룹 에너지 전담으로 ‘리포지셔닝’ 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1월 31일 광양 제2터미널 착공식을 열며 에너지 사업 강화에 나섰다. (전남도 제공)
포스코그룹에서 무역 부문에 집중해온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그룹 에너지 전담으로 ‘리포지셔닝’ 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1조원을 투입해 전남 광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증설한다. 종합상사를 넘어 종합사업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무역+에너지’ 양대 축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1월 31일 광양 제2터미널 착공식을 열었다. 제1터미널에는 5개 LNG 탱크가 자리 잡았다. 수입한 LNG를 최대 73만㎘(킬로리터) 저장할 수 있다. 현재 제1터미널의 마지막 탱크인 5호기는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6월 준공을 목표로 53% 진척됐다. 제2터미널에는 5·6호기와 같은 20만㎘급 탱크 6대가 추가로 들어선다. 2025년까지 7·8호기 두 대를 먼저 짓는 게 목표다. 증설이 완료되면 광양 LNG 터미널 저장 용량은 133만㎘까지 늘어난다. 전 국민이 난방용 가스를 40일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회사 측은 보령터미널(120만㎘)을 뛰어넘어 국내 민간 터미널 1위에 오르고, 세계 순위는 23위에서 11위로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포스코 철강 산업 도약과 함께 2005년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LNG 터미널 상업운전을 개시한 광양에서 대한민국 산업의 또 하나의 성장동력이 될 제2터미널을 착공하게 됐다”며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LNG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전 국민 40일 사용 터미널 ‘착착’

‘E&P-LNG-발전’ 밸류체인 완성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인기 웹툰 ‘미생’의 모티브가 된 기업이다. 1967년 故 김우중 회장이 설립한 대우실업이 전신이다. 대우그룹 모태 기업으로 1982년 대우개발과 합병 후 무역 부문을 전담하는 ㈜대우로 바뀌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을 많다’고 외치던 김우중 회장 철학을 가장 잘 따른 글로벌 선봉장이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재계 2위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된 뒤 10여년 주인 없는 회사로 있던 대우인터내셔널은 2010년 포스코그룹에 인수됐다. 이후 포스코P&S 철강 부문까지 합병하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그룹의 철강 유통 네트워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기에 대우인터내셔널 시절부터 추진한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최대 효자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창립 55주년을 맞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확실한 ‘제2의 창업’ 계기를 만들었다. 포스코에너지와의 합병이다. ‘무역’이라는 DNA에 ‘에너지’를 더해 양대 축으로 정체성을 확고하게 굳혔다. 포스코는 누가 뭐래도 철강이 핵심 경쟁력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그룹 무게추도 옮겨 간다. 포스코 중심이 철강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미래 포스코를 이끌 ‘스타’는 ‘친환경 미래 소재’이자 ‘에너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에너지의 합병은 이런 전략 아래 실행됐다.

포스코에너지는 발전과 LNG 터미널이 핵심 비즈니스다. 포스코에너지 합병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E&P(Exploration & Production·업스트림)-LNG(미드스트림)-발전(다운스트림)’이라는 밸류체인을 완성시켰다. 자원 탐사 능력부터 생산, 저장, 발전에 이르기까지 LNG의 모든 부문을 처리하게 됐다.

아직 두 회사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최근 보여준 실적은 시장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합병 법인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 넘는 이익을 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에너지와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이 41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1740억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합산 실적 대비 각각 16%와 48% 증가했다. 사업 부문별 실적을 보면 상사 부문이 덩치(매출)를 키웠고, 에너지 부문이 실속(영업이익)을 주도했다.

증권가에서는 합병 시너지가 적지 않다고 판단한다. 우선 외부 변수와 업황에 예민한 무역업 단점을 에너지 사업으로 보완할 수 있다. 최근 종합상사 호황을 이끈 것은 인플레이션과 원화 약세였다. 하지만 국제유가를 비롯한 상품 가격이 빠르게 하향 안정화됐고, 달러 강세도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무역 부문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종렬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포스코에너지 인수로 트레이딩 중심의 사업 구조를 에너지로 확장하고 보완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통합법인의 신임 대표에 오른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녈 부회장이 “종합상사에서 글로벌 종합사업회사로 진화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인도네시아 팜유 정제 사업 진출

향후 3조8000억원대 투자 계획 밝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 부문에서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올해부터 3년간 3조8000억원을 쏟아붓는다. 광양 제1, 2LNG 터미널 등 LNG 터미널 건설(1조6000억원), 호주 세넥스 육상광구·미얀마 마하 가스전 개발 등 천연가스 생산 확대(1조3000억원)가 주요 투자처다. 여기에 인천 LNG 발전 3, 4호기를 대체하는 등 LNG 발전에 7000억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2000억원을 쏟아붓는다.

LNG는 친환경이라는 메가 트렌드와 맥을 함께한다. 천연가스는 2030년까지 ‘수요 피크아웃’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IEA 전망에 따르면, 가장 공격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SDS(Sustainable Development Scenario)를 봤을 때도 2020년보다 2030년 천연가스 소비량이 많을 듯 보인다. 재고는 부족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천연가스 공급은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LNG가 에너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수 있다.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또 있다. 구동모타코아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00만대에서 올해는 2000만대를 처음으로 돌파한다. 오는 2025년에는 56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구동모타코아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올해 초 인도네시아 팜유 정제 사업 진출을 결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팜유 정제 사업은 팜농장에서 생산한 팜원유를 정제공장을 통해 한 단계 더 가공하는 것을 말한다. 정제된 팜유는 식품, 화장품, 바이오에너지 등 우리 실생활 전반에서 ‘확장성’이 높은 아이템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 상사 중 런던곡물거래협회(GAFTA)의 유일한 회원사로 곡물 종합사업회사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30년까지 곡물 취급량을 800만t에서 2500만t으로 늘려 세계 10위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도 충분히 설득력 있다.

다만, 전력도매가격(SMP)에 상한을 두는 SMP 상한제는 예의 주시해야 한다. SMP 상한제는 한국전력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전력을 공급하는 민간 발전사업자가 한전에 파는 전기 도매가에 상한을 두는 제도다. 민자 발전 시장은 정부가 2001년 전력 발전 시장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면서 형성됐다. 한국전력의 6개 발전 자회사와 포스코에너지(현 포스코인터내셔널), GS파워, SK E&S 등 대기업 계열의 자회사가 뛰어들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발전 사업에는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6호 (2023.02.15~2023.02.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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