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신앙]원우현(2)서슬 퍼런 ‘서울의 봄’…대규모 집회 예고 戰雲 감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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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에 1976년 9월 부임했다.
2007년 8월 은퇴할 때까지 맡았던 과장, 소장, 원장이란 보직과는 달리 '정경대 교수협의회 회장'이란 돌출적인 보직은 아직까지 생소한 타이틀이다.
고려대 교수들은 고려대 교수협의회 회장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선출했다.
정경대 사무실에서 고려대 학생들의 행진이 시작됐으니 시위 학생 보호 차원에서 정경대 교수협의회가 동행하며 선도해야 한다는 별로 실효성 없는(?) 조언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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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교수協 회장 맡아 시위 학생 보호
고려대학교에 1976년 9월 부임했다.
2007년 8월 은퇴할 때까지 맡았던 과장, 소장, 원장이란 보직과는 달리 ‘정경대 교수협의회 회장’이란 돌출적인 보직은 아직까지 생소한 타이틀이다.
1980년 5월 13일부터 각 대학마다 대정부 투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소위 ‘서울의 봄’.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듯한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였다.
고려대는 더 확연했다.
총학생회와 운동권 진용은 총장, 학장, 과장, 학생처장 등 공식행정 라인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실질적인 학교와 학생 간의 대화 채널이 전무한 상태였다.
12·12 사태 후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국가 통치권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김옥길 문교부 장관을 내세웠다.
하지만 각 대학 총장을 비롯한 행정 체계는 무시됐다.
총학생회장단이 주도하는 학내시위나 대정부 집회는 멈출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고려대도 당시 여석기 총장 권한 대행(대학원장)과 학·처장들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밀려가는 분위기였다.
고려대 교수들은 고려대 교수협의회 회장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선출했다.
그 결과 교무처장을 역임한 영문학자 김진만 교수를 고대 교수협의회 회장으로 선임했고 총학생회와 긴급히 대화 창구를 마련했다.
정경대도 다른 단과 대학처럼 정경대 교수협의회 회장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선출했다.
당연히 회장감인 선배 교수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내심 골치 아픈 그 감투는 기피하고 싶어서인지 투표 결과는 엉뚱했다.
고려대 부임 3년차이자 무명인 내가 당선됐던 것이다.
며칠 뒤 교무처 직원이 나를 찾아와 5월 14일경 데모 학생들이 상여를 몰고 4·19 묘역을 향하는 행진이 시작된다고 알려 주었다.
협의회를 맡으셨으니 교수님이 학생들과 동행해 큰 불상사가 없도록 감독해야 한다고 했다.
행진은 P 전 의원이 지휘봉을 들고 단체 행동을 통솔해서인지 아무런 불상사 없이 귀교하며 마무리됐다.
다음 날 15일. 이미 시내 모든 대학이 서울역에 모여 대규모 시위를 감행키로 결의했다는 것을 사후에 알게 됐다.
정경대 사무실에서 고려대 학생들의 행진이 시작됐으니 시위 학생 보호 차원에서 정경대 교수협의회가 동행하며 선도해야 한다는 별로 실효성 없는(?) 조언을 해주었다.
정경대 Y교수와 L교수가 나섰다. 뒤따라 성북경찰서 쪽으로 행진하는 고려대 팀을 뒤쫓았다.
성북경찰서를 지나칠 무렵, 학생들이 내게 다가와 “교수님 성북경찰서에 들어가 보셔야 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유치장에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옥에 갇혔을 때 와서 보았느니라.”(마태복음 25장 36절)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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