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김일성 개입' 근거 묻자 태영호 "유튜브로 북한 드라마 봐라"

곽우신 2023. 2. 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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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서도 재차 주장... 민주당·정의당, 후보 사퇴 요구하며 맹비난

[곽우신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제주 4.3 사건 관련 팩트를 하나를 터뜨렸는데, 이 팩트를 터뜨리니, 더불어민주당이 저를 보고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경선에서 사퇴하라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느냐?"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는 본인의 주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태영호 후보는 14일 오후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사과해야 할 사람은 김일성의 손자 김정은인데, 김정은한테는 입도 한 번 벙긋 못하고 제게 사과하라고 하니 이게 말이 되느냐"라고 외쳤다.

본인의 후보 사퇴를 요구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오히려 날을 세운 셈이다. 그는 자기 주장의 근거로 "유튜브 북한 드라마"를 들며 여기에 "제주 4.3 사건 주동자가 어떻게 제주에서 무엇을 했는지 고스란히 담겨있다"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제가 북에서 와 잘 안다"는 태영호... "종북 좌파가 현대사 잘못 썼다" 저격도
 
▲ 국민의힘 부울경 합동연설회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와 당대표 후보, 최고위원 후보들이 14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태 후보는 이날 합동연설회 단상에 올라가 "제가 북에서 왔으니 잘 안다"라고 본인의 주장이 옳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좌우 무력 충돌 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의 넋을 기리고, 또 희생되신 분들과 유가족들의 마음의 상처를 잘 치유하고 그들을 잘 보듬는 것"이라면서도 "종북 좌파에 의해 잘못 쓰여진 이 현대사,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가 나서서 종북 좌파들에 의해 왜곡된 이 현대사를 바로잡아서, 우리 자라나는 새 세대들에게 이 대한민국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김일성 북한 주석과 관련한 언급이 없는 게 오히려 좌파에 의한 역사 왜곡이라는 뉘앙스이다.

태 후보는 전날(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 4.3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라며 "4.3은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제주 4.3, 북 김일성 지시로 촉발" 국힘 태영호 주장 파문). 이후 제주 지역 합동연설회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물론 제주 지역 시민단체들까지 반발하고 나섰지만(관련 기사: 민주당 "태영호 '제주 4.3 김일성 지시' 망언, 국회 윤리위에 제소"), 그는 이같은 입장을 전혀 꺾지 않고 있다(관련 기사: 태영호, '제주4.3 색깔론' 고수... "북한서 배웠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

태영호 "북한 영화 보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세워

태 후보는 발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김일성 개입설'을 강변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에서는 저보고 '(4.3사건 관련) 김일성의 지령, 북한의 지령을 입증할 방법이 있느냐'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때 대한민국 현대사 상황을 보면 북한 노동당에서 UN남북청 선거에 반대해서 총궐기하고 매일같이 회의하고 라디오를 통해서 온 한반도에 매일 전파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제주 4.3 사건은 개인이 아니라 남로당(남조선노동당) 제주도당이 무장 폭동을 결정해서 일어난 사건"이라며 "1947년 3월 1일, 3.1절 행사에서 일어났던 일부 경찰의 과잉 진압 때문에 제주도민이 대단히 분노한 판세를 남로당이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미 이 문제와 관련해서 '공산주의자들이 먼저 폭동 일으킨 건 맞다'고 말했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같은 자기 주장의 근거로 북한의 영상물을 들기도 했다. "지금 유튜브에 들어가면 북한 드라마가 있다. 북한 영화와 드라마는 김일성에게 충실한 사람들 중에서 만든다"라며 "그 영화를 보면, 제주 4.3 사건 주동자가 어떻게 제주에서 무엇을 했는지 고스란히 담겨있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제주 4.3 사건의 전 과정을 들여다볼 때 '무조건 이건 아니고 저건 틀리다' 이런 식으로 바라보지 말고, 역사 전후의 흐름을 들여다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전혀 변함이 없다"라며 "한국 현대사를 이야기할 때 김일성 책임론을 꺼내면 왜 색깔론인가?"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4.3 유족단체에서의 반발에 대해서도 "유족들이 제가 한 행보와 발언 중에 어느 부분을 반발하는지 들어보지 못했다"라며 "무턱대고 '사과하라, 사퇴하라' 하지 말고, 제가 한 행보에 뭐가 잘못됐는지 정확히 나한테 알려 달라"라고 맞섰다.

민주당 "태영호 발언, 유족에 2차가해", 정의당 "북이 그렇게 말하면 다 사실인가"
 
▲ 각명비에 세겨진 제주4.3희생자 명단  2014년 4월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각명비에 세긴 가족의 이름을 살펴보고 있다.
ⓒ 이희훈
 
야당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후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4.3사건이 극우반공 세력의 극악무도한 살육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태영호 의원의 발언이야말로 4.3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자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4.3정신을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더럽히고, 희생자와 유가족에 2차 가해를 가한 태영호 의원은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직을 즉각 사퇴하기 바란다"라고 재차 요구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 또한 "북한이 그렇게 말했으면 우리는 그걸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느냐?"라며 "이는 태 의원이 아직도 북한의 역사관,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주 4.3항쟁은 이미 정부 보고서 등을 통해 북한과의 연계성이 없다는 결론이 명백히 내려진 참혹한 국가 폭력 사건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공식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태영호 의원이 북한의 주장에 근거해 4.3 김일성 지시를 주장한 것은 4.3항쟁 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더욱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아픈 역사를 한낱 북한에 의해 조종당한 일로 치부해버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태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4.3항쟁 희생자와 유가족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윤석열 대통령 역시 북한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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