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vs 회계투명화…여야 '노조법 개정'에 치열해지는 장외전
야당이 이른바 ‘노란봉투법’ 처리를 강행하면서 경제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화를 추진하는 정부·여당에 대해 노동계는 “월권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여야가 각기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장외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양측 전선 모두 오는 15일을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①노란봉투법: “노동권 보장”vs“불법파업 조장”
14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5일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노란봉투법 처리를 강행할 계획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통칭하는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하도급 노조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현재 환노위 위원은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여당의 반대가 있어도 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15일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21일 환노위 전체회의까지 일사천리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월 안에 법안 처리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도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 속행을 촉구했다. 양대노총은 “진짜 노동개혁을 위해 국회는 시급한 노동·민생 입법에 나서야 한다”며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진짜 사장 책임법, 손배폭탄 금지법인 노조법 2·3조 개정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제계에선 ‘헌법 기본원리를 무시하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 6단체는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한국 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노사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를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지난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노사관계를 더 불안하게 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②노조 회계 투명화: “알 권리 보장”vs“자주성 침해”
하지만 양대 노총은 “노조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노조에 대한 개입과 간섭 행위”라며 내용 없이 표지만 제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가 상세 내용을 요구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단위 노조에서 개별적으로 제출하기 때문에 실제로 어떻게 낼지 일일이 확인하긴 어렵지만, 표지만 제출한다는 것이 중앙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해진 시한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엄정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행법상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표지만 제출하는 것도 당연히 ‘미제출’에 해당한다”며 “미제출 노조에 대해선 추후 비치된 자료 자체가 없는지 여부까지 추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노조법 개정을 통해 의무화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앞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300인 이상 대기업 노조의 회계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르면 3월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는 한편 노조법 개정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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