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미래]②북미에서 졸라맨 허리띠, 한국에서 푼다

이종길 2023. 2. 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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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불황 심화…OTT 커팅 기미도 나타나
'수익성 先' 넷플릭스·디즈니 K-콘텐츠 절실
'오징어 게임'이 미국 공략 지름길 뚫어

지난해 미국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산업은 심하게 요동쳤다. 외부 활동 재개, 신규 플랫폼 가세 등으로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이변이 아니다. 세계 인구는 정해져 있고, 콘텐츠에 쓰는 시간과 돈은 한정적이다. 현지인들은 소비 심리도 위축됐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부동산·주식·코인 가치 하락, 임금동결 등의 영향이다. 뮤지컬 등 높은 가격대 콘텐츠는 직격탄을 맞았다. 유료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코드 커팅(Cord-Cutting)도 가속화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코드 커팅은 한류 지속에 분명 유리하다. 현지 공중파나 케이블에 K-콘텐츠가 거의 편성되지 않아서다. 노출 빈도가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OTT마저 '커팅'될 정도로 불황이 심화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해 2분기에 처음으로 구독자 수(130만 명)가 급감했다. 주성호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비즈니스센터장은 "북미의 콘텐츠 소비 축소가 OTT 커팅으로 번지는 추세"라며 "구독을 해지한 이들이 주변에도 꽤 있다"라고 전했다.

넷플릭스는 구독료를 1~2달러 인상하고, 계정 공유를 추적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광고 요금제도 도입했다. 콘텐츠당 4~5분의 광고를 시청하는 조건으로 기존 요금제보다 저렴한 가격(6.99달러)을 제시했다. 당장 수익성 개선을 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휩(Whip) 미디어는 지난해 5월 현지 소비자 2460명에게 광고 지원형 구독 모델로의 전환 여부를 물었다. 43%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 29%는 '가능성이 낮다'라고 응답했다. 주 센터장은 "광고 시청은 가격 못잖은 저항요소"라며 "울며 겨자 먹기식 미봉책이 오히려 탈퇴를 부추기는 악수가 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넷플릭스는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다. 직원 450명을 해고하고 현명한 투자를 약속했다. K-콘텐츠에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 졸라맨 허리띠가 지역적 선택과 실속을 가리켜서다. 북미에서 구독 해지가 빗발칠 때 아시아에서는 가입자 수 110만 명이 늘었다. 유인책은 단연 K-콘텐츠. 미국 드라마의 10분의 1 수준 제작비로 유럽, 남미까지 포괄했다.

넷플릭스는 2021년 5500억 원, 지난해 8000억 원 이상으로 K-콘텐츠 투자 규모를 계속 늘렸다. 올해는 최소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주 센터장은 "아시아는 OTT 가입자 비율이 아직 성숙기에 접어들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성장할 시장으로 규정하고 공략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가입자를 확보하려면 K-콘텐츠를 계속 확보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K-콘텐츠 투자를 줄인다면 글로벌 OTT 시장 전체가 급속도로 쪼그라든다는 신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대한 관심은 경쟁사인 디즈니+에서도 감지된다. 올해 '카지노'를 비롯해 예능·드라마 열두 편을 선보인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관계자는 "복수 작품이 추가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대표는 "계속해서 한국 콘텐츠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면서 "국내 창작자들과 협력하고 우수한 스토리텔링을 발굴해 세계 무대에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K-콘텐츠에 기대하는 효과는 비단 아시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징어 게임'처럼 북미 구독자까지 사로잡기를 희망한다. 지난해 성과는 다소 부진했다. 넷플릭스의 경우 10월까지 집계한 시청 순위에서 한 편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이 선전했으나 비영어권 나라에서만 유효했다.

결코 적신호는 아니다. 오히려 공략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이 보이지 않는 벽을 무너뜨려서다. 지난해 에미상에서 감독상(황동혁)·남우주연상(이정재) 등 6관왕을 차지했다. 주 센터장은 "미국 시장에서 자국 콘텐츠로 인식했다는 방증"이라며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미국 시상식에서 '국제'라는 단어는 소수, 비주류, 비대중적 등의 의미를 내포한다. K-콘텐츠는 이전까지 국제무대의 강자로만 취급됐다.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본상을 받은 지금은 다르다. 북미 콘텐츠의 하나로 인정받는다. 트로피가 현지인들의 인식변화를 앞당긴 셈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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