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일상생활 어려운 난치성 두통 ‘후두신경 감압술’ 새 희망으로
목 근육·인대에 신경 눌릴 때 효과
치료 환자 13명 중 11명 일상 되찾아
영구적 지속 여부는 추가 연구 필요
김모(25)씨는 10년 넘게 두통을 앓아왔다. 머리를 살짝만 숙여도 지끈지끈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 일반 진통제는 물론 마약성 진통제와 항경련제까지 써 봤으나 차도가 없었다. 정상적 직장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두통은 점점 심해졌다. 그러다 대학병원 신경외과에서 ‘후두신경 감압술’ 치료를 받았고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온 두통이 사라졌다. 1년 3개월 뒤 다른 부위에 다시 두통이 찾아왔으나 같은 치료를 받고선 잔여 통증도 없어졌다. 김씨는 최근 마약성 진통제를 끊고 가끔 타이레놀만 복용하는 정도로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두통은 현대인의 고질병 중 하나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12만명을 넘었다. 의사의 진통제 처방 등 표준 약물치료로도 별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여러 종류 약을 조합해 3~6개월간 사용해도 두통이 지속되는 경우 ‘난치성’에 해당된다. 난치성 두통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환자들은 잘 낫지 않는 극심한 두통에 대해 “기분 나쁘게 아프다” “눈이 빠질 것 같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전기로 지지는 것 같다” “아파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난치성 두통 환자의 문제는 결국 일상생활이 안 된다는 점이다. 여러 두통 유형 중 편두통, 군발성 두통, 외상성 두통의 경우 난치성이 많다. 일반인에게 가장 흔한 긴장성 두통은 대부분 약물로 해결된다. 편두통 환자의 1.3~2.4%는 약물로도 치료 안 되는 난치성이라는 보고가 있다.
최근 신경외과를 중심으로 난치성 두통과 머리 뒤편에 존재하는 후두신경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한 신경외과 전문의는 “평소 치료하는 두통 환자의 20~30%는 후두신경과 관련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실제 약물치료로 호전되지 않던 만성 난치성 두통 환자에게 후두신경 감압술을 시행해 긍정적 효과를 거둔 연구가 최근 대한말초신경학회로부터 적절한 치료 대안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신경외과 정문영 교수는 1년 6개월간 난치성 두통 환자 13명에게 16차례(재수술 포함) 해당 치료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치료 대상은 편두통 6명, 외상성 두통 3명, 경추성 두통 3명, 군발성 두통 환자 1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각종 진통제는 기본이고 항우울제, 항경련제까지 써봤으나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사회생활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감압술을 받고 13명 중 11명(84%)은 직장·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1명은 수술 후 통증이 줄었지만, 추적 관찰이 안 돼 사회생활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나머지 1명은 통증이 약간 개선됐지만, 일상생활이 여전히 어려웠다. 전체의 51%는 마약성 진통제나 두통약을 끊거나 줄일 정도로 호전됐다(마약성 진통제 중단 2명, 두통약 중단 4명, 두통량 감량 1명). 정 교수는 13일 “약 복용량에 변화 없던 6명 중 3명은 마약성 진통제를 중단했다가 다시 복용하게 됐는데, 마약성 진통제를 한 번 쓰기 시작하면 중독성 때문에 굉장히 끊기 힘듦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해부학적으로 후두신경은 대뇌의 통증 감각신경 담당 경로(척수성 삼차신경핵)와 연결되는 ‘제2·3번 경추신경’에서 뻗어 나온다. 이 때문에 후두신경의 자극이 두통을 유발한다는 것. 특히 목 근육과 인대(승모근과 목빗근의 근막과 인대)가 지나치게 두꺼워지면 후두신경이 눌려 압박을 받는다. 목 근육 인대의 비후는 많이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팔다리 운동을 많이 하면 팔다리가 두꺼워지는 것과 같다. 목 근육은 보통 긴장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때, 교통사고·넘어짐 등 외상 때도 많이 사용된다. 흔히 스트레스받을 때 ‘뒷목이 뻣뻣하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사체 해부 연구에 따르면 사망자 중 생전에 두통이 없던 사람은 통상 목 근육 인대의 두께가 1㎜였던 것에 비해 생전 두통이 심했던 이는 3㎜ 정도로 나타나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아직 학계에 정설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정 교수는 “손목의 인대가 두꺼워져 눌린 신경 때문에 통증이 발생하는 ‘손목터널증후군’처럼, 후두신경도 목 근육 인대에 의해 눌리면 신경 허혈(피가 잘 안 통함)이 발생하고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돼 척수성 삼차신경핵이 활성화되면서 대뇌는 이를 ‘두통’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일부 난치성 두통 환자 치료에 ‘후두신경 차단술’이 시행돼 왔다. 이는 신경에 일종의 마취 약물을 주사해 일시적으로 통증을 차단하는 것이다. 마취는 5시간 만에 풀리지만, 통증 제어 효과는 짧게는 3일, 길게는 몇 달간 가기도 한다. 다만 영구적이지는 않다. 감압술의 경우 지금까지는 효과가 영구적일 것으로 추정되나,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감압술은 2015년 이후 국내 도입돼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등 몇몇 대학병원 의료진이 선도적으로 시행 중이다.
정 교수는 “후두신경 압박이 의심되는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뒤통수에 현저한 통증이 존재했고 머리를 움직이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경우 관련성이 높았다”고 했다. 이어 “두통은 정확한 병인(病因)을 모른 채 증상만으로 치료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은데, 약물치료로 잘 낫지 않는다면 후두신경의 문제일 수 있음을 의사뿐 아니라 환자들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후두신경 감압술 시행 전에 꼭 신경차단술을 먼저 시도해 후두신경과 연관된 증상인지 확인해야 하며 이런 조건이 갖춰지고 일상생활이 힘든 두통 환자라면 감압술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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