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총선까지 시간이 많다는 착각

하윤해 2023. 2. 1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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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지지율은 단순명료한 구조를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과 관련해 하나의 분기점은 지난해 12월 9일 화물연대 파업 종료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 공개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32%를 기록했다.

내년 4월 10일 실시될 총선은 여야의 생사를 가를 중대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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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해 정치부장


정치인의 지지율은 단순명료한 구조를 갖고 있다. 좋은 일이 많아지면 오르고, 나쁜 일이 많아지면 떨어진다.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얘기와 진배없다. 그러나 이 단순한 논리를 행동으로 옮기기가 힘든 곳이 정치판이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과 관련해 하나의 분기점은 지난해 12월 9일 화물연대 파업 종료였다. 내림세를 면치 못했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때부터 반등 기미를 보였다. 파업 종료 직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6%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은 “긍정 평가 이유에서는 노조 대응이 최상위였으며, 부정 평가 이유에서 비속어 발언 파문, ‘이태원 참사’ 수습,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 등이 발생했던) MBC 대응과 같은 구체적 사안이 새로이 등장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호재를 늘리고 악재를 줄이니 소폭이나마 지지율이 상승 상태로 전환했던 것이다.

지지율은 다이어트와 정반대다. 올리기는 정말 힘들어도, 빠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로 되돌아섰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 공개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32%를 기록했다. 2월 들어 2주 연속 떨어진 것이다. 부정 평가는 59%에 달했다. 한국갤럽은 “부정 평가 이유에서는 당무 개입 등 여당 내부 갈등 언급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내년 4월 10일 실시될 총선은 여야의 생사를 가를 중대 선거다. 윤석열정부의 운명도 내년 총선에 달려 있다. 그런데 지금 여야의 모습을 보면, 평상시에는 놀다가 ‘벼락치기 공부’로 수능을 준비하려는 수험생 같다. 여야 모두 올여름이나 가을쯤 체제를 정비해도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오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서로 상대방의 저력을 얕잡아 보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공통점이다.

여야 모두 각각의 고질병에 신음하고 있다. 국민의힘 아킬레스건은 계파 갈등이다. 현 여권 입장에서 계파 갈등은 유전병처럼 끈질기다. 친이·친박으로 시작돼 친박·비박을 거쳐 친윤·비윤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치유되지 않는 보수 진영의 풍토병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관련해 당무 개입설이 나오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윤심 논란’에 이어 급기야는 ‘탄핵 논란’까지 빚어졌다. 이런 수준의 집권여당이 인공지능(AI) 시대에 한국을 이끌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을 감출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사정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라는 늪에서 빠져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금 민주당은 두 개의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전방에서는 검찰과 혈투를 벌이고 있고, 후방에서는 여권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친명계는 검찰과 여권이 ‘한몸’이라고 강변하지만, 지금 민주당 체력으로는 두 개의 전선에서 싸움을 벌이는 것이 버거워 보인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 이번 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야당 복은 많다”는 말을 민주당은 가슴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갑자기 새 옷 입고 다닌다고 사람의 평판이 달라지지 않는다. 내년 총선이 14개월 후에 치러진다고 해서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은 거대한 착각이다. 내년 4월 10일에 한 표를 던질 국민은 지금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생얼’을 하나하나 기억하면서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권자들의 의식 속에 총선은 이미 시작됐다.

호재를 늘리고 악재를 줄이는 것은 정치판의 기본 원리다. 이 단순한 논리를 따르는 정당이 내년 총선의 승자가 될 것이다. 국민의힘이 계파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민주당이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을까. 내년 총선의 승패를 좌우할 최대 변수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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