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서 영상 대화로 MRI 결과 확인… 국내 첫 ‘스마트 병실’

민태원 2023. 2. 1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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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동탄성심병원 운영 개시
모니터·태블릿으로 의사와 소통 가능
대면 진료 같은 효과에 시간도 절약
환자 최우선… 내년까지 전 병상 확대
지난 7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잠복고환 수술을 받은 10대와 보호자가 1인 병실에서 스마트TV로 집도의인 이성호 병원장으로부터 수술 경과와 예후를 설명듣고 있다.


한모(13)군은 지난 7일 대학병원에서 양쪽 잠복고환 수술을 받았다. 한군은 태어나기 전에 고환이 제 위치인 음낭으로 완전히 내려오지 못한 상태였다. 그대로 두면 불임, 고환암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제때 수술해 바로 잡아야 한다. 한군은 당일 아침 수술이 끝나고 병실로 돌아왔지만 보호자는 집도의로부터 수술 결과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궁금증이 컸던 엄마 박모(48)씨가 병실 벽에 걸린 스마트TV에 “아리아, 주치의 면담 신청해 줘”라고 외치자 화면에 한군을 수술한 이성호(비뇨의학과 교수) 병원장이 등장했다.

이 원장은 “수술은 잘됐다”며 전·후 환부를 찍은 초음파 영상을 보여주며 수술 과정과 예후를 자세히 설명했다. 한군이 “퇴원은 언제 가능한가요” “운동이나 샤워는 문제 없나요” 등을 차례로 묻자 이 원장은 “열만 없으면 내일이라도 퇴원할 수 있다. 1주일 간은 수술 부위에 물이 닿지 않게 하고 천천히 걷는 것 외에 심한 운동은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박씨는 “진료실이 아닌 병실에서 환자나 가족이 원할 때 화상으로 담당교수와 만날 수 있고 검사 영상을 보면서 자세히 설명해 주니까 이해가 쉽고 편리한 것 같다”며 “다른 병원에서도 이런 시스템이 확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이 최근 국내 최초로 ‘스마트 병실’을 오픈했다. 환자가 병상에 눕거나 앉아서 스마트모니터(1인실)나 식탁형 태블릿PC(4인실)를 통해 의료진과 원격 상담이 가능하고 자신의 MRI·CT영상, 초음파 등 검사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다. 투약과 검사, 회진 등 환자의 하루 일정도 알람해 준다. 투약 항목을 선택하면 복용중인 약 종류와 효능·부작용, 검사 항목을 택하면 검사 내용과 주의사항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제공된다. 스마트모니터는 터치 혹은 리모콘으로 제어할 수 있는데, 1인실의 경우 병실에 설치된 인공지능(AI)스피커를 통해 음성인식 명령도 가능하다.

병원 측은 “MRI나 CT, 각종 검사결과는 일반적으로 외래 진료실이나 병실 바깥 간호스테이션에서만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입원 환자들은 의사들이 회진 돌때 구두 설명에 의존해야 했다”고 전했다. 더구나 국내 의료환경상 주치의(대부분 전공의)나 담당교수로부터 질병 치료나 수술 관련 상세한 설명을 듣기란 정말 쉽지 않다. 실제 “수 일간 입원해 있으면서 담당교수 얼굴 한 번 본적 없다”고 토로하는 환자와 가족들도 있다.

이에 한림대의료원은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 편의와 진료 효율성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초연결 스마트병실 입원 환경 개선’에 선도적으로 나섰다. SK플래닛의 클라우드시스템을 통해 병실 내에서도 의료영상저장전송장치(PACS), 전자의무기록(EMR) 등에 접속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각 병동에서 전체 환자의 정보를 관리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병상별로 배정된 환자 정보만 볼 수 있도록 매핑해 관리하는 체계다. 이런 독창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의 스마트병원 선도 모델 개발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4인실 입원 환자가 침상에 설치된 태블릿PC를 활용하는 장면.


병원 관계자는 “입원 환자들은 진료실에서와 같은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자신의 상태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진료기록을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의료진 스케줄에 맞춰 이뤄지던 회진 시스템도 환자 우선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정해진 회진 시간까지 기다리지 않고 긴급히 주치의나 담당교수와 상담이 필요한 경우 스마트모니터나 태블릿PC를 통해 화상 면담을 요청하면 실시간 혹은 약속된 시간에 소통할 수 있게 된 것. 의료진 외에 약제팀과 복약, 원무팀과 입원의료비, 영양팀과 식이요법, 사회사업팀과 진료비지원 상담 등도 해당 부서를 직접 찾지 않고 사전예약 후 원격으로 받을 수 있다. 의료진과 면담 신청은 병원 전용 메신저(한림톡)로 집 등 병원 밖에서도 가능하다. 또 병실 내에서 낙상 등 응급상황 발생 시 AI스피커에 “도와줘”라고 외치면 음성인식으로 간호스테이션에 신호가 전달돼 보다 빨리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

이성호 병원장은 “이전에도 다른 의료기관에서 병실 내 태블릿PC를 연결해 단순히 병원 이용 정보를 제공한 사례들이 있었지만 환자 치료에 관련된 정보들은 접근에 제약이 커서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병실은 구축하지 못했다”면서 “스마트병원 개념을 넘어 환자 치료와 편의를 최우선하는 ‘스마터(Smarter) 병원’으로 발돋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현재 25개 병상(1인실 5개, 4인실 5개)에 스마트 시스템을 적용 중이며 내년 말까지 모든 병상(790여개)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글·사진=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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