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사내 변호사 “적대적 M&A 시도하는 건 카카오, 이수만과 의논도 없어”
정진영 2023. 2. 13. 20:56
SM엔터테인먼트(SM) 조병규 사내 변호사가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의 행보를 비판하는 내용의 메일을 사내 전 직원에게 보냈다.
조병규 변호사는 13일 발송한 메일에서 “현재의 상황과 같이 대주주(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대표이사가 뜻을 달리하는 경우엔 그 인수합병이 적대적이냐 우호적이냐는 대주주를 기준으로 가릴 수밖에 없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권한은 주주로 구성된 주주총회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지금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쪽은 카카오인 것이지 하이브가 아니다. 오히려 하이브는 우호적 M&A를 진행하고 있다. 대주주의 뜻에 반해 지분을 늘리고자 하는 쪽은 카카오, 그리고 카카오와 손을 잡은 현 경영진과 얼라인”이라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에 따르면 현 대표이사와 이사회 멤버의 지분은 0.3%, 얼라인의 지분은 1% 가량. 즉 이들의 모든 지분을 합해도 2% 안팎이다. 조 변호사는 “현 경영진은 자신들을 지지해 줄 큰 지분을 가진 주주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이것이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지난해 주주총회 직후 이성수 대표는 선생님(이수만) 지분을 처분하는 데 반대하고, 특히 카카오가 선생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더더욱 반대한다고 내게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지난달 선생님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뒤 SM의 발전을 위해서라면서 카카오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겠다는 이사회 결의를 했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이성수 대표의 이 같은 심경 변화에 다음 달 27일에 만료되는 연임 문제와 경제적, 사회적 이득에 대한 계산이 있었을 거라고 추정하면서 “법원의 일관된 입장, 즉 판례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요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본다, 인위적인 지분변동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즉 주주들끼리 싸울 때 회사는 중립을 지키고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다. 대주주가 얼라인 및 현 경영진과 회사의 차기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데, 회사가 덜컥 얼라인과 현 경영진의 편을 들고 있는, 또 어쩌면 이미 같은 편에 섰을지도 모르는 카카오에게 신주발행/전환사채발행의 방식으로 지분을 늘려준다는 것은 정부가 선거에 개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수만과 하이브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하이브와 한 계약을 보면 선생님의 주식가격과 공개매수 주식 가격을 같은 값으로 정하셨다. 이것도 한국 M&A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대주주로서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을 하나도 받지 않고 주주들에게 그 혜택이 가도록 하신 것이자 개인이 볼 수 있는 이득 수천억을 포기해 주주들이 받을 기회를 만들어 주신 것이다. 카카오가 9만 원으로 ‘후려친 가격’을 선생님은 12만 원에 모든 주주들이 매도할 수 있게 해 주신 것”이라며 지지의 뜻을 표했다.
이어 “하이브의 공시 내용에 있듯이 선생님은 계약기간 종료 후 로열티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하이브가 먼저 요구한 것도 아니다. 이것은 선생님의 오래된 생각이었다”면서 “선생님이 공동대표에게 ‘둘 다 내 옆에, 내 편에서 든든하게 있어 달라’며 ‘너희들이 내 편에 서서 원팀으로 움직여야 밖에서 우릴 공격하는 집단들을 막을 수 있다. 너희들이 내 옆에 당당하게 서 있지 않으면 우리는 외부의 공격에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데 공동 대표들은 전화기 끄고 출근도 안 하다가 지난달 20일 금요일에 얼라인과 SM 합의를 발표해 버렸다”고 폭로했다.
이어 “최악은 지난 3일 이성수 대표와 탁영준 대표가 화면을 쳐다보면서 선생님께 작별을 고했다는 점이다. 임직원들에게는 이 모든 일이 선생님을 위한 일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정작 선생님 본인에게는 한 마디 의논, 한 통의 전화, 한 통의 편지도 없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현재의 SM에서 SM을 지키고 전통과 유산을 계승하면서 앞으로 발전을 이룰 분들은 임직원 여러분이다. 다시 용기와 희망을 가지시길 바라고 헛된 루머에 현혹되지 마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호소했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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