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 北김일성 지시?…태영호 발언 논란
오늘(13일) 제주에서 열린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태영호 의원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습니다. 제주 4·3 사건의 장본인은 '김일성'이라면서 북한 공직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대신 용서를 구한다고 했습니다.
어제 제주 4·3 평화 공원을 다녀왔습니다. 무고한 희생을 당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면서 민족 분단의 아픔을 다시 체험했습니다. 4·3 사건의 장본인인 김일성 정권에 한때 몸 담았던 사람으로서 유가족과 희생자 분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빕니다.
태 의원은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으로, 2016년 8월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서울 강남갑에 국민의힘 전략 공천을 받아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에는 최고위원 후보로 나섰고 지난 10일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하며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 태영호 "제주 4·3, 명백히 김일성 지시로 촉발"
연설이 끝난 뒤 태 후보 측은 '제주 4·3 사건, 명백히 北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도 배포했습니다.
자료를 보면 태 후보는 4·3 사건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향을 올리며 "4·3 사건은 명백히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며 "김씨 정권에 몸담다 귀순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 유족단체 "낡아빠진 색깔론…태영호 사퇴해야"
제주 4·3 유족들은 반발했습니다.
'4·3 사건 북한 지령설'은 근거가 없으며, '해묵은 색깔론'이라는 겁니다.
제주 4·3희생자유족회 등 6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태 의원은 4·3에 대한 왜곡과 망언으로 유족과 제주도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과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며, 여야 합의로 통과된 4·3 특별법 개정 정신과도 한참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태 의원의 행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국민들을 현혹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며, 4·3을 폭동으로 폄훼해 온 극우의 논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태 의원은 망언과 왜곡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최고위원직 후보에서 스스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 진상조사 보고서 "1947년 3월 1일 시작된 사건"
정부가 발간한 '제주 4·3 진상조사 보고서'는 이 사건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해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4·3 사건은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경찰 기마대에 어린 아이가 다쳐 항의하는 도민들을 향한 경찰 발포에 의해 민간인들이 사망한 것이 시작점입니다.
그렇기에 유족단체 측은 '북한 남로당 지령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의 경찰지서 습격은 이 사건의 시작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김창범 제주 4·3희생자유족회 회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정부 보고서에는 북한, 그 당시 김일성 일가 쪽과는 전혀 연계된 게 없다"면서 "태 의원이 어떤 의도를 갖고 발언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항의했습니다.
■ 태영호 "북한의 역사적 견지에서 사과한 것"
태영호 의원의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태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 것은 북한의 역사적 견지에서 북한 당국이 잘못한 게 있다면 용서를 해달라고 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남로당 지령설'은 북한의 시각에서 바라본 역사라는 설명입니다.
태 후보는 "4·3 사건을 주도했던 강규찬, 고진희 등의 인물들도 결국 월북을 했다"며 "북한에서는 4·3 사건을 김일성 주석이 1948년 5월 10일 남한 단독 선거에 반대해 일어난 '북한식 투쟁'이라고 가르친다"고 부연했습니다.
또 "당시 경찰과 서북청년대의 만행이 있었고 남로당의 만행은 김일성 주석과 북한 노동당이 공유하던 일이라고도 배웠다. 김일성 주석의 당시 발언 중 이런 내용이 등장한다"고 했습니다.
신선민 기자 (fresh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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