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해도 포괄임금 '퉁'…이정식 고용장관 "'공짜야근' 뿌리 뽑겠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하는 A씨는 야근이나 휴일 근무가 잦은 데도 매월 실제 근로시간에 한참 못 미치는 고정 수당만 받고 있다. 근로계약에 따라 포괄임금으로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A씨는 “사측에서 출퇴근 기록을 조작할뿐더러 근로계약서상 규정 근무시간을 준수하려는 태도와 의지가 전무하다”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올해를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A씨 사례 같은 IT업계 ‘공짜야근’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IT기업 노조·근로자 간담회에서 “일부 현장에서 포괄임금을 이유로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관리하지 않고 오남용해 무한정 공짜 야근을 야기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에 막 진입한 청년, 저임금 근로자의 좌절감을 가져오므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IT업계 10곳 중 6곳 ‘포괄임금’…정부 “오남용 기획감독 실시”
특히 업무 특성상 야근이나 연장 근무가 잦은 IT업계에 포괄임금 계약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IT업계 근로자의 임금 산정 방식은 포괄임금 계약 방식이 전체의 63.5%를 차지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근로시간 측정이 손쉬운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포괄임금을 적용하거나, 포괄임금을 이유로 근로시간 자체를 측정하지 않는 등의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고용부는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부터 10~20개의 의심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획 감독을 진행하고 있고, 올 하반기 추가 감독도 예정돼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 역사상 최초로 진행되는 포괄임금 관련 기획 감독”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 내에 포괄임금 오남용 신고센터도 운영하며 익명으로 제보를 받고 있다. 신고를 받은 사업장은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사업장’으로 관리된다. 사전 조사 등을 거쳐 지방고용노동청에서 감독하거나 기획 감독 대상에 포함된다. 오는 3월엔 ‘편법적 임금 지급 관행 근절대책’(가칭)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계 “‘오남용 근절’이 아닌 ‘전면 금지’ 필요”
다만 포괄임금의 ‘오남용’에 초점을 맞춘 정부와 달리 노동계에선 포괄임금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0.9%가 포괄임금 금지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현재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괄임금을 법으로 금지하는 이른바 ‘공짜노동금지법(근로기준법 및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직장갑질119 박성우 노무사는 “포괄임금 자체를 금지하는 제도 개선이 아니라 포괄임금은 인정하고 유지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남용을 방지하는 수준으로 접근하는 노동부의 태도는 포괄임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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