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오스템임플란트, 횡령·매수·편법승계 다음은

박선혜 2023. 2. 13. 16: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직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3월쯤 경영 방식, 전략 등 발표 예정”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홈페이지

횡령사건이 해결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공개 매수, 편법 증여 구설수에 오른 오스템임플란트. 향후 행보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는 코스닥 상장사 중 최대 규모인 2215억원 횡령사건으로 상장 폐지 위기까지 내몰렸다. 회사의 주식 거래는 즉각 중단됐다가 한 차례 심의 끝에 지난해 4월 거래가 정지된지 115일 만에 상장 유지로 결정됐다. 거래소는 주주총회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한 사실, 자금관리에 대한 내부회계관리 제도 운영 적정성을 제3의 전문기관을 통해 검증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습된 횡령사태가 채 묻히기도 전에 이제는 ‘경영권’ 논란이 불거졌다. 올해 1월25일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매각을 통해 주식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선 것이다. 공개매수의 목적은 자발적 상장폐지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코리아와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사모펀드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기존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매수해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모펀드 측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오스템임플란트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 측이 보유한 주식 144만2421주(9.3%)를 공개매수 가격과 같은 주당 19만원에 매수한다. 또한 해당 주식과 오스템임플란트 관련 회사 지분 등 인수하는 대가로 최 회장 측에 3705억9000만원을 지급하게 된다. 

결국 사모펀드가 공개 매수 최소 수량(발행 주식의 15.4%)만 인수해도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24.7%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된다. 최 회장은 9.6%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로 남는다. 현재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주는 최 회장(18.9%), 라자드자산운용(7.18%), KB자산운용(5.04%), 국민연금(5.04%)과 KCGI(6.92%)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지난 10일 행동주의펀드 KCGI를 이끄는 강성부 대표가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를 통해 보유 지분을 처분하기로 밝히면서 힘을 실었다. 강 대표는 과거 오스템임플란트의 대주주 중심 독단적 경영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지부구조 및 내부통제시스템 개선을 요청해왔다. 그는 올 초까지 일부 주가를 사들이며 경영권을 압박해왔다. 

하지만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의 공개 매수가 발표되자 강 대표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봤다. 문제 삼았던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과 이들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이사회의 한계를 사모펀드 출신 새 전문경영인이 개선시킬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 같은 소식에 주가는 지난 8일 18만6927원에서 연일 오르며 13일 18만8300원(오후 기준)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39% 가까이 뛴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 속에 최 회장의 편법 증여가 의심된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공개 매수에 앞서 2021년 5월 25일 조기매도청구권 한도액인 200억원 어치를 전환사채권(CB, 콜옵션)으로 직접 사들였다. 그리고 이 전환사채권을 공개 매수 이틀 전 자녀인 최정민과 최인국에게 증여했다. 두 자녀는 25만8천여 주를 받으며 각각 100억원 가량을 증여 받았다. 

여기서 CB는 발행 일정 기간 후에 정해진 기간에 약속한 전환가격으로 채권 소유자가 주식으로 교환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이다. 이에 따라 공개 매수로 펀드에 넘겨진 채권은 자금을 조달한 기업이 경영을 잘해서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교환해 주가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즉, 증여받은 자녀들이 CB로 사모펀드가 꾸려갈 회사의 지분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공시에 따르면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최 회장의 30대 장남, 차남으로부터 CB 콜옵션을 양도받고 776억원 상당 신주인수권(BW)을 대가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알려진다. 이로써 그의 자녀들은 최대 45%의 양도소득세율을 피한 채 사모펀드표 오스템임플란트의 대주주로 등극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KCGI 경쟁권 분쟁 관련해 치솟은 주가는 그들에게 오히려 플러스 요인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국세청에서 이를 인지, 향후 공개매수가 성사될 경우 편법 승계 여부를 감시하고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올해 1월 시무식을 통해 자본거래와 국제거래를 이용한 편법 경영권 승계, 법인자금 유출 등 불공정 탈세를 면밀히 검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국세청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기업이 공시한 콜옵션부 CB를 전수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아직 공개매수 종료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24일 공개매수 결과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3월쯤 주주총회를 열고 앞으로의 경영 방식, 전략 등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주주 관계와는 별도로 회사 연구개발, 영업 등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승계 관련해서는 “앞서 말했듯 공개매수도 결정된 바가 없어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