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지 못한 '12승 투수'... 올해도 LG 이민호는 분발이 필요하다
[유준상 기자]
12승, 승수만 놓고 보면 2022년의 이민호(LG 트윈스)는 훌륭한 투수였다. 지난해 이민호보다 많은 승리를 챙긴 국내 투수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15승), 나란히 13승을 거둔 김광현(SSG 랜더스), 고영표, 소형준(이상 kt 위즈)까지 네 명에 불과했다.
덕분에 케이시 켈리와 아담 플럿코, 이민호까지 선발진에 10승 투수가 세 명이나 포진된 LG는 2013년 이후 9년 만에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다.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LG 선발진은 그 어떤 팀도 부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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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즌 12승을 수확한 LG 우완투수 이민호 |
ⓒ LG 트윈스 |
2020년 1군 무대에 데뷔한 이후 프로 3년차가 된 지난해, 이민호는 26경기 119⅓이닝 12승 8패 평균자책점 5.51을 기록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경기 수에 비해 적은 이닝이다. 꾸준히 선발투수로 등판했음에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26경기 중에서 6이닝 이상 던진 경기는 6경기로, 길게 마운드를 책임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8월 18일 SSG전(6⅔이닝 8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1실점)에서 시즌 최다 이닝을 소화했고, 7이닝을 넘긴 경기는 한 차례도 없었다. 이민호가 선발로 등판할 때면 일찌감치 구원투수들이 대기해야 했다.
세부지표가 나빠진 점도 주목해봐야 한다. 피안타율(0.305), 피OPS(0.829),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58)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최근 세 시즌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12승 투수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물론 이민호 입장에서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전 두 시즌(2020년 0.291, 2021년 0.259)에 비해서 지난 시즌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이 0.332로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고영표(0.335)처럼 '불운' 속에서도 호투를 펼친 투수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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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LG 우완투수 이민호 |
ⓒ LG 트윈스 |
이민호가 큰 기복을 보이는 사이 안정감 있는 투구를 선보인 '입단 동기' 김윤식은 상승 곡선을 그려나갔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흐름이 썩 좋지 않았던 그는 9월 이후 6경기 34⅓이닝 4승 평균자책점 0.79의 성적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3차전 선발투수로 나선 키움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5⅔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팀이 일찌감치 가을야구를 마감하는 가운데서도 존재감을 각인시킨 김윤식은 오는 3월에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명단에 승선했다. 김광현, 양현종(KIA 타이거즈), 구창모(NC 다이노스) 등 쟁쟁한 좌완투수들과 함께 마운드의 한 축을 맡는다.
반면 이민호는 태극마크는커녕 팀 내에서의 입지도 불안정하다. 결국 '변화'를 성적으로 증명해 보이는 수밖에 없다. 외국인 투수 2명이 버티고 있는 선발진에서 '3선발'로 거듭난 김윤식에게 밀려 임찬규 등과 함께 4~5선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민호는 가끔씩 커브, 체인지업을 구사하면서도 여전히 패스트볼, 슬라이더 위주의 '투피치'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전년도에 비해 피안타(89개→146개)가 크게 증가한 만큼 단조로운 투구 패턴 및 추가 구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선발진에서 2명 정도는 자리를 잡아야 팀으로서도 선발진을 운영하는 게 수월해진다. 선수층이 두꺼워진 LG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던 이민호가 네 번째 시즌에는 달라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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