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팀들이 잘나가는 이유, 베테랑의 헌신 있기에 [V리그]

김찬홍 2023. 2. 1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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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도중 선수들에게 이야기하는 황연주.   한국배구연맹(KOVO)

스포츠에서 베테랑의 필요성은 끊임없이 강조된다.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들은 팀이 위기에 놓일 때 중심을 잡아주는 등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어린 선수들의 멘토로 길잡이가 되어주곤 한다.

올 시즌 프로배구에서도 베테랑의 활약이 돋보인다. 어느덧 고연차에 접어든 선수들이 전성기 시절 못지 않은 활약을 보이면서 소속팀의 순위 싸움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가장 눈에 띈 선수는 현대건설의 황연주(36)다. 2005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V리그에 입단한 그는2010~2011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휩쓸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웜업존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랬던 그에게 올 시즌 ‘제2의 전성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12월 외국인 선수 야스민이 부상을 당하면서 황연주가 빈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야스민 부상 직후 황연주는 9경기에서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면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덕분에 현대건설은 야스민이 빠진 상황에서도 7승 4패로 선전하며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전성기 시절 ‘꽃사슴’이라 불리던 황연주는 팬들에게 ‘녹용’이라는 새 별명까지 얻기도 했다.

감독과 선수들도 황연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황연주에 대한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으며, 주장 황민경은 지난 2일 GS칼텍스전에서 연패를 끊은 뒤 “(황)연주 언니가 너무 잘해주니까 외인이 없어도 괜찮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경기 도중 하이파이브를 하는 김해란(왼쪽)과 김연경.   한국배구연맹(KOVO)

지난달 감독 경질 사태를 겪으며 최악의 위기를 겪은 흥국생명도 베테랑들의 공헌이 컸다. 감독과 수석 코치가 떠나면서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진 가운데 김연경(35), 김해란(38) 등 베테랑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위기를 헤쳐 나갔다.

올 시즌 김연경의 활약은 엄청나다. 13일 기준 득점 5위(511점), 공격 성공률 1위(45.51%), 리시브 효율 6위(47.79%) 등 공수 양면에 걸쳐 빼어난 기록을 올렸다. 

‘김연경 효과’는 경기 중에만 나오는 게 아니다. 작전 타임 때마다 나서서 동료들의 사기를 진작시킨다. 상세한 작전 지시를 하는 게 아닌 ‘할 수 있다’는 말로 팀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후배 선수들은 김연경의 말 한마디에 힘을 얻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시즌 6위에 머물렀던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합류한 이후 2위에 오르며 ‘김연경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김연경이 앞에서 팀원들을 이끈다면 뒤에서는 팀의 최고참 김해란이 묵묵하게 받쳐준다. 

그가 올 시즌 남긴 기록도 놀라운 수준이다. 디그 4위(5.39개) 리시브 효율 8위(45.78%)에 올라 있다. 만 38세라는 적잖은 나이에도 리그 정상급 리베로로 활약 중이다.

김연경은 지난 6일 현대건설전 승리 후 “내 역할은 그리 크지 않았다. (김)해란 언니가 제일 고참이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아포짓 스파이커에서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전향한 한국전력의 박철우.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에서는 한국전력이 베테랑들을 앞세워 봄 배구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라운드부터 9연패에 빠지며 6위까지 추락했던 한국전력은 어느덧 4위까지 올랐다. 3위 우리카드와는 승점(41점)이 같으며 다승 부문에서 1승 모자란 상황이다.

9연패에 빠졌을 때만 해도 한국전력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했다. 분위기 해결을 위해 박철우(37), 신영석(36) 등 왕년의 스타들이 솔선수범해 희생을 자처했고 후배들도 이에 따라가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연패를 끊은 뒤 한국전력은 7승 2패의 호성적을 내고 있다.

이중 박철우는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2005년 데뷔한 박철우는 남자부 통산 득점 1위(6566점)와 서브 에이스 2위(351개)에 오른 레전드 공격수다. 팀의 조커로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이전과 같은 화력이 나오지 않았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지난달 중순 박철우에게 미들블로커 포지션 전향을 조심스럽게 권했다. 신장이 2m인 박철우의 높이를 살리겠다는 권 감독의 복안이었다. 미들블로커는 블로킹과 속공이 중요시되는 포지션으로, 주로 뛰었던 아웃사이드 히터,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과는 결이 다르다.

레전드 공격수인 박철우에겐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곧장 권 감독의 제안을 바로 승낙했다. 약 2주간의 연습을 거치고 지난 5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첫선을 보였다.

권 감독은 현대캐피탈전이 끝나고 “박철우에게는 미안하다. 꾸준하게 아포짓 스파이커로 뛰었던 선수다. 시즌 끝나고 할까 했는데 철우가 팀을 위해서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고마워했다.

최고참의 희생에 팀 동료도 고마움을 전했다. 서재덕은 “(박)철우 형의 미들블로커 이동은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 미들블로커로 들어가면서 자괴감이 들 수도 있지만, 선배로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 모습에 우리도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전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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