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마스크 벗고 칸막이 없앤다…"면피성 지침" 반발 왜?
교문 앞 체온 측정, 급식실 칸막이 설치 등 학교 방역 지침이 새 학기부터 권고 사항으로 바뀌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역 정책이 학교장 판단에 맡겨진 셈이라 혼란스럽다는 이유다. 학원이나 일부 수업은 마스크를 착용할 수도 있어서 학생들은 사실상 마스크를 계속 가지고 다닐 전망이다.
발열검사·칸막이 없이…“자율 방역은 어떻게 하나요”
교육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새 학기 유·초·중·고 및 특수학교 방역 운영방안’은 자율성에 방점이 찍혔다. 등교 시 실시했던 발열검사와 급식실 칸막이 설치는 학교장이 학교·지역 여건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학생이 건강 정보를 입력하는 자가진단 앱은 앞으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에만 권고한다. 감염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란 신속항원검사 결과가 양성이거나 발열·기침 등 증상이 있을 때, 동거 가족이 확진된 경우 등이다.
지속적으로 무용론이 흘러나왔던 체온 측정, 칸막이 설치, 자가진단 앱 등의 의무가 사라졌지만, 학교는 ‘자율 방역’이라는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예를 들어 교육부 지침은 수업 시간에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음악 수업 등 상황에 따라 마스크를 쓰도록 권고했다. 학교마다, 수업마다 지침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교총은 “전문가도 판단하기 어려운 방역 업무를 학교장이 결정하라는 것은 면피성 지침”이라며 “옆 학교와 다른 방역 지침으로 인한 민원 등은 모두 학교장 책임으로 떠밀어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역시 “학교와 교사의 방역 책임을 해제하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미 마스크를 쓰는 게 익숙해진 학생에게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했다가 항의만 들었다”며 “마스크 문화가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충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발열 검사와 칸막이 설치 의무는 없어지지만, 학내 확진자 발생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방역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노마스크’라지만…학원·버스에선 착용
학생은 마스크 착용 지침이 다른 장소를 알아둬야 한다. 통학 버스나 대중교통에선 여전히 마스크가 의무다. 학원은 더 이상 마스크 착용 의무 시설이 아니지만 일부 학원은 의무 착용을 요구하고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학부모와 학생 민원이 있어 수강생뿐 아니라 강사, 직원까지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결석은 계속해서 출석으로 인정한다. 학교장 인정을 받은 기저질환자 외에도 자가진단 앱에 ‘감염 위험 요인이 있다’고 한 경우에는 학교에 연락하지 않아도 출석인정 결석으로 처리된다. 추후 검사 결과 확인서만 제출하면 된다. 검사가 불가능하면 진단서, 소견서, 진료확인서 등 병원진료 결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교사가 학부모 확인서를 추가로 제출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출석으로 인정하던 가정학습 권고 일수는 줄어들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57일이었던 가정학습 권고 일수를 이달부터 시·도교육청 자율에 맡긴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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