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서울시의 이태원·전장연 해법

강준구 2023. 2. 13.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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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선 8기 시정 목표로 동행·매력 특별시를 내세웠다.

'매력적인 동행'이 없진 않겠으나 정치 문법으로 보면 둘은 다소 상반된 의미다.

서울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이태원 유족을 대하는 태도는 이런 배경 아래 해석해야 한다.

서울시가 요청한 이태원 참사 피해자 서울광장 분향소의 자진철거 시한은 1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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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구 사회2부 차장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선 8기 시정 목표로 동행·매력 특별시를 내세웠다. ‘매력적인 동행’이 없진 않겠으나 정치 문법으로 보면 둘은 다소 상반된 의미다. 동행은 복지이고, 매력은 개발이다. 각각 섬세함과 추진력을 생명으로 한다. 짐작건대 보수 지지층의 요구와 오 시장의 정치적 소신이 결합한 게 아닐까 싶다. 오 시장으로선 2011년 서울시장 중도 사퇴 이후 보수 진영에 대한 책임감이 없을 수 없다. 또 이후 10년간 야인으로 보내며 가다듬은 생각도 반영됐을 거다. 어쨌든 태극기로 상징됐던 강성 보수와는 약간의 거리를 둔 시정 목표여서 극심한 이념 갈등 시기에 험로가 예고돼 있다.

서울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이태원 유족을 대하는 태도는 이런 배경 아래 해석해야 한다. 만나지 말라는 보수 진영 여론에도 오 시장이 전장연과 단독 면담을 한 것은 소신이다. 면담 자리에서 무관용 원칙을 밝히며 지지층 요구에 부합했지만 면담 자체는 정치 행위다. 그는 정치적 해소를 모색했으나 상호 신뢰가 없던 탓에 서로 반신반의하다 일시 휴전에 머물렀다. 정치적 타결 형식은 갖췄는데 내용이 부족했던 셈이다.

서울광장에 예고 없이 분향소를 차린 이태원 유가족에게 강제 철거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유예 기간을 준 것 역시 같은 상황이다. 양측은 직접 소통을 중단하겠다는 등 극단적 견해를 밝혔지만 상호 비방 온도와 달리 그동안 적지 않게 접촉해왔다. 추모 공간을 두고 양측이 초반 공감대를 이뤘던 곳(이태원 주변과 녹사평역)과 유족이 최종 요구한 곳(세종로공원)이 달라졌고, 시가 이를 거부하면서 지금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시가 요청한 이태원 참사 피해자 서울광장 분향소의 자진철거 시한은 15일이다. 채 1주일도 남지 않은 기간에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반정부·반여당 기류가 녹아 있어 서울시 입장에서 금세 새로운 해결 방안을 마련하긴 난망하다.

그럼에도 오 시장이 손쉬운 ‘법과 원칙’ 해법부터 들고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권에서 법과 원칙이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고 있지만 사실 이는 정치인의 직무유기를 고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치권이 정치로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니 사법부로 달려가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는 이제 겨우 100일이 지난 시점이어서 국민이 충격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시는 녹사평역만을 고집하지 말고 이태원의 한 가로를 추모 공간으로 꾸미는 ‘그라운드 제로’식 해법을 비롯해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유족 측과 협의했으면 한다. 세종로공원이나 서울광장이 ‘열린 광장’이기 때문에 분향소를 설치할 수 없다는 시의 논리는 부족한 면이 있다. 정쟁으로 유도하는 세력이 있다 한들 결국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을 어떻게 위로하는가가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행정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유족 역시 안타깝게 세상을 뜬 자녀 등을 시민이 일상 속에서 추모할 수 있도록 시와 논의에 나섰으면 좋겠다. 그런 논의가 시작된다면 시민들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언제까지라도 기다려줄 수 있을 것이다.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는 약자에 대한 우호적 여론마저 흔들릴 정도로 불만을 사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의 시위를 막는 게 급선무다. 전장연은 다음 달 23일까지 일단 출근길 시위를 중단하고, 2일 서울시와 실무협의를 갖기로 했다. 서울시가 ‘원샷’ 해결보단 점진적 접근을 했으면 한다. 정치인의 리더십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오 시장의 정치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강준구 사회2부 차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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