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특별함을 잃은 특별 공급
1960년대 급속한 산업화가 시작되며 도시는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매년 40만 명씩 서울로 몰려왔는데 새 주택 공급은 3만~5만 가구 수준이었다. ‘살 곳’이 부족했고 좁은 땅에 여러 명이 살 수 있는 아파트는 주택난 해소를 위한 단비였다.
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는 많았고 정부는 가격 폭등을 우려해 값을 제한(분양가 상한제)했다. 대신 부양가족 수, 무주택 기간, 주택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따져 점수(84점 만점)가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가리는 방식(주택청약제도)을 도입했다. 건사해야 할 가족이 많고 오랫동안 집 없이 세를 살았다면 당첨에 유리했다.
여기에 특별 공급 제도가 더해졌다. 사회적·정책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게 청약 우선권을 주자는 배려가 담긴 제도다. 일반 청약자보다 먼저 당첨 기회를 얻었는데 80년대만 해도 전체 공급 물량의 10% 정도였다.
그런데 특별 공급에 정치적 입김이 끼기 시작했다. 대상이 정권마다 빈번히 바뀌었다. 국가 유공자·재해민·철거민에서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영주귀국 과학자·공무원에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자, 영구불임 시술자 등까지 포함됐다. 현재는 신혼부부·다자녀·노부모부양·생애 최초 가구 등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공공분양주택인 ‘뉴홈’의 사전청약 특별공급 성적표가 나왔다. 지난 6~10일 접수 결과 평균 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특히 이번 정부가 처음 시도한 ‘미혼 청년 특별공급’ 경쟁률은 50대 1을 넘었다. 그런데 어째 주객이 뒤바뀐 모양새다. 공공분양 물량(50만 가구)의 80%인 39만5000가구가 특별 공급이다. 일반 공급은 10만5000가구에 불과하다.
사회적 배려 대상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 정부는 그간 청약제도에서 배제됐던 미혼(1인 가구)에 대한 배려를 담았다. 그런데 모든 미혼이 대상이 아니다. 만 19~39세라는 제약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의 연령대별 비중은 20대(19.1%), 30대(16.8%), 50대(15.6%), 60대(15.6%), 40대(13.6%) 순이다. 이번 미혼 특공의 대상은 전체 1인 가구의 35.9%뿐이다. 미혼 청년이 기혼 청년이나 미혼 중장년보다 사회적으로 배려해야 할 대상인지 의문이다. 특별 공급은 정치적 계산에 따른 ‘표심’ 몰이 수단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특별할 수 있다.
최현주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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