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문송'할 필요 없다"…'세계 0.1%' 4년째, 48세의 비결
한희섭 교수
글로벌 학술정보기관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매년 전 세계에서 논문 인용이 많은 상위 0.1%의 연구자들을 ‘HCR(Highly Cited Researchers)’로 선정한다. 대부분 이공계다. 그런데 국내에서 최근 4년간 매년 HCR에 이름을 올린 단 한 명의 인문사회학자가 있다. 바로 한희섭(48) 세종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교수다.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석학이라고 하기엔 너무 젊었다.
Q : 관광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A : “하나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아요. 관광 안에 경제도 있고, 개발도 있고, 트렌드도 있죠. 무엇보다 관광은 ‘기쁨에 관한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Q : 대표 업적을 꼽는다면.
A : “‘그린 관광’ 즉 친환경 관광에 대한 연구입니다. 2000년대 후반 ‘그린’이라는 주제를 관광 분야에선 거의 처음 연구했거든요. ‘그린 호텔’이나 ‘지속 가능한 관광’의 개념을 정립했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연구자가 제 논문을 인용하고 있죠.” 실제 그가 제시한 ‘그린 호텔’의 방향은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호텔의 모습이 됐다.
Q : 논문은 얼마나 씁니까.
A : “개수가 아니라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을 쓰느냐가 문제인데, 함께 연구하려는 연구자 수백 명이 있으니까 멈추려고 해도 제 몸이 제 것이 아니죠. 매년 50편은 꾸준히 쓰고 있어요.”
Q : 의미 있는 연구란 뭔가요.
A : “좋은 연구는 산업에 있는 분들이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시스템을 제시하고 산업이 따라오면서 발전하면 굉장한 희열을 느낍니다.”
Q :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습니까.
A : “집에서 문 열고 나오면 매일 ‘왜’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녀요. 한 번은 이태원에서 밥을 먹는데 무슬림들이 눈에 띄었어요. 그래서 할랄 레스토랑 연구를 시작하고 무슬림 관광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Q : 앞으로 연구할 주제는.
A : “예를 들면 메타버스 세계의 관광에 대한 연구는 전무해요. 도심항공(UAM)이 상용화되면 관광 패러다임이 바뀌게 돼요. 자율주행 드론이 상용화되면 음식점의 배달 시스템도 바뀌고요. 전부 연구거리입니다.”
Q : 과학기술 발전과 밀접한 분야네요.
A : “관광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가야 미래가 있어요. 관광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 네 가지는 그린, 시니어, 웰빙, 테크놀로지입니다. 모두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이슈죠.”
Q : ‘좋은 대학에 가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부분의 학부모 생각이에요.
A : “한국 사회에서 소셜 놈(Social norm·사회적 규범)이 됐어요. 막대한 사교육비를 쓰죠. 하지만 공부도 적성이 있다고 봐요. 사교육비를 아이에게 맞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걸 경험하게 해주는 데 썼으면 합니다.”
단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외국계 회사에서 1년 남짓 일하다 유학의 꿈을 키웠다. 다만 정치학이 아닌 진짜 하고 싶었던 관광학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관광학은 남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오히려 져주면 칭찬받는 분야라 마음이 편할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Q :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취업 시장에서 문과생들이 힘들어요.
A : “20년 공부해 취업하면 겨우 20년 직장에 다니다 50대에 은퇴하는 시대죠. 나머지 50년을 어떻게 사느냐는 문제가 남아요.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오래 할 수 있다면 문과생도 위너가 될 수 있어요. 문과는 보통 이과보다 대학 4년이 조금 여유로워요. 그 기간 많은 일을 경험해 본다면 절대 문송할 필요가 없어요.”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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