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류애 빛나는 튀르키예 구호…국민 관심 지속되길

2023. 2. 1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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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지역에서 한국 긴급구호대(KDRT)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속 생존자를 구조하는 모습. 뉴시스


파견팀 인명 구조하고 시민은 성금·물품 기부


피해 규모 막대해 국제사회 인도적 지원 절실


튀르키예 지진 참사 현장에 급파된 한국 구호팀이 한국시간으로 어제 새벽 10대 청년과 50대 여성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이날까지 한국 소방대원들이 여덟 명의 목숨을 구했다. 특유의 투혼을 발휘해 소중한 생명을 지킨 대원들과 정부의 조기 파견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현장에 추가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이 많고 치안 부재를 틈탄 약탈행위도 잇따른다고 한다. 110여 명의 한국 대원 모두의 안전을 기원한다.

지난 6일 규모 7.7의 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3만 명에 가깝다. 하루에 수천 명씩 불어난다. 안타깝게도 20만 명에 달하는 실종자가 건물 잔해 등에 매몰돼 있을 것으로도 추정된다. 이들의 생존 가능성은 나날이 낮아지고 있다. 구사일생으로 참사를 피한 생존자들은 가족과 이웃을 잃은 슬픔과 생필품 부족의 고통 속에 있다. 사진과 영상으로 전해진 현지의 모습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이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한국인들의 구호 물품이 현지로 전달된다. 성금도 쌓여 간다. 각종 모임과 단체에서 생필품과 성금을 모으고, 기업체·경제인·유명인이 큰돈을 내놓는다.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조용히 기부 행렬에 동참하는 국민도 많다. 고귀한 인류애의 발현이다. 여기에는 튀르키예를 각별한 나라로 생각하며 ‘형제의 나라’라고도 부르는 우리 국민 정서가 크게 작용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 다음으로 신속히 파병한 나라가 튀르키예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많지 않다. 한국과 튀르키예 양국은 이후 70여 년 동안 경제·산업·문화·스포츠 등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번 튀르키예 재난 구호는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참여 면에서도 의미심장하다. 그동안 해외에서 기근·재난·전쟁이 벌어졌을 때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을 해왔지만, 경제 규모 10위권 내 나라의 위상에 걸맞은 기여는 하지 못했다는 자성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인이 유달리 인색해서가 아니라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경험이 적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재난 현장에 대규모 인력을 최대한 빨리 보내고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정성을 모은 튀르키예 구호는 이런 점에서 우리의 진일보한 모습을 상징한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닥친 재앙의 끝을 알 수 없다. 최소 수만 명의 희생자가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민들이 언제 구호물자에 의존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을지조차 짐작하기가 어려운 대참사다. 부모를 잃은 어린이, 영구적 장애를 갖게 된 피해자가 많다. 이미 식량난 조짐도 보인다. 국제적 도움이 꽤 오랜 기간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의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지원과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을 기대한다. 아울러 파견 대원들의 전원 무사 귀환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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