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가와 사우디의 밀접한 관계…“왕세자 돕고 투자 유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정치적 부상을 도왔고 이후 사우디가 트럼프 일가에 거액의 투자를 하는 등 양측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사모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가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왕세자가 주도하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 펀드(PIF)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5000억원)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쿠슈너의 회사는 특히 미국 내에서 공개적으로 자금 출처를 알릴 필요가 없는 방식을 활용해 이 펀드를 조직했다고 WP는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년 뒤 트럼프의 골프장은 사우디 펀드 자금을 받는 LIV 골프 경기를 주최하기 시작했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 그룹은 한 사우디 부동산 회사와 오만 내 호텔 신축과 관련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런 투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기에 무함마드 왕세자와 돈독한 관계를 쌓은 뒤에 이뤄진 것이라고 WP는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첫 공식 방문 국가로 사우디를 택했고 국제사회에서 위기에 봉착한 왕세자를 지지했으며 쿠슈너가 양국을 오가며 왕세자와 수차례 만났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워싱턴 정계 인사들의 회고록과 인터뷰, 의회 증언 등에서 트럼프 일가와 무함마드 왕세자의 관계에 관한 상세한 사안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쿠슈너가 다른 백악관 보좌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우디를 우선시하도록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설득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가 자신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언급도 있었다.
사우디 정권에 반기를 드는 글을 써왔던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서는 트럼프가 무함마드 왕세자를 ‘구했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미 2018년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몇몇 안보 전문가와 전직 백악관 관리 2명은 트럼프와 쿠슈너가 퇴임 후 사우디와의 관계에서 이익을 취하기 위해 백악관을 이용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WP에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그들로서는 인맥을 구축할 수 있는 분명한 기회였고, 그들, 특히 재러드가 그 일을 열심히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러드가 왜 중동을 걱정해야 하겠느냐”라며 “사업과 관련됐다는 것은 완전히 논리적인 추론”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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