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보다 낮게 거래되는 아파트 급증...가족 간 증여 목적 거래도 상당수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2. 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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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8억5000만원 아파트, 7억원에 주인 찾아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공시가격보다 낮은 금액에 거래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높아진 반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매가가 하락하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文정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영향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아파트 단지 내 최저 공시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는 794건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충북이 170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101건), 대구(88건), 경북(81건), 부산(73건), 경남(49건), 인천(48건), 서울(40건) 순이었다.

월별로 보면 최저 공시가격보다 낮게 매매된 아파트 거래 건수는 지난해 1~10월 기준 41~70건 수준이었지만 11월 95건, 12월 124건으로 늘었다. 특히 12월 거래 사례 중 절반 이상(63건)은 수도권 아파트 단지였다.

일례로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센트럴푸르지오’ 전용 59㎡는 지난해 12월 6억350만원에 직거래됐다. 같은 평형 최저 공시가격(7억8400만원)보다 1억8050만원 낮은 금액이다. 송파구 재건축 대장주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도 지난해 최저 공시가격이 19억3700만원이었지만 그해 10월 이보다 2850만원 낮은 19억85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동대문구 답십리동 ‘힐스테이트청계’ 전용 84㎡도 최저 공시가격보다 1억2300만원 낮은 7억7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경기도에서는 의왕 청계동 ‘휴먼시아청계마을1단지’ 전용 121㎡가 최저 공시가격(8억4900만원)보다 1억4900만원 낮은 7억원에 실거래됐다.

지방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꽤 많다. 대구 수성구 ‘만촌삼정그린코아에듀파크’ 전용 75㎡는 지난해 최저 공시가격이 7억9800만원이었는데 그해 11월 6억47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 차이가 1억5000만원을 넘어선 경우다.

서울 강북의 아파트. (한주형 기자)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해 12월 최저 공시가격보다 1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된 매물 상당수는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은 직거래라는 점이다. 직거래는 중개 수수료를 절약할 뿐 아니라 가족, 친지 등 특수관계인 간 증여세를 아끼려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일부 가족 간 거래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최저 공시가격을 역전한 거래가 늘어난 것은 집값 낙폭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올해 공시가격 조정이 있기 전까지 이런 역전 건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거래가와 공시가격 역전 현상이 심화된 것은 문재인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2020년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도입하고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지난해 71.5%까지 높였다. 전문가들은 실거래가와 공시가격 역전 현상이 심화될수록 조세 저항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의 과세표준이 되고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을 산정하는 근거다. 정부는 부랴부랴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인 69%로 되돌릴 예정이지만 여전히 부동산 시장 상황을 반영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매매가가 수억원씩 떨어진 것만으로 속이 쓰린데 재산세 등 각종 세금까지 많이 내야 해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거래가 하락을 반영하고, 아파트 조망, 향 같은 차이점까지 고려해 정교하게 공시가격을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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