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화장실이 포토존? 유배지 선비 문화 엿보기
[한정환 기자]
조선시대 형벌 중 사형 다음으로 가장 중한 유배형이 있었다. 유배형은 귀양살이를 말하는데, 주로 관리들이 죄를 저지른 경우 죄인을 먼 변방이나 외딴섬에 보내 거기에서 살게 하던 형벌이다. 대표적인 유배지로는 제주도를 비롯하여 전남 강진, 경남 남해, 포항 장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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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음이 우거질 때 공중촬영한 포항 장기 유배문화체험촌 모습 |
ⓒ 포항시제공 |
형벌체험장과 유배와 관련된 이야기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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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인을 호송하는 우마차 모습(실제는 개인 사비로 말을 타고 유배지로 떠남) 지난 2일 촬영. |
ⓒ 한정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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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장기 유배문화체험촌에 있는 유배와 관련된 이야기벽 모습(2023.1.27) |
ⓒ 한정환 |
우암은 조선 후기 문신이자 학자로 1675년 6월 10일 장기에 도착해 장기성 동문 밖 마산리 고을 선비 오도전의 집에 위리안치되었다. 입구 쪽에 장기현의 모습을 그린 지도가 있고, 그 뒤에는 우암 송시열 적거지(유배 생활을 하던 곳)로, 당시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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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암 송시열이 기거했던 적거지 전체 모습(2023. 2. 2) |
ⓒ 한정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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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로 둘러싼 곳에 위리안치된 우암 송시열이 기거했던 초가집(2023. 2. 2) |
ⓒ 한정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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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배지의 암울한 모습을 더 밝게 하기 위해, 기와집 우측에 돌담으로 만든 야외 화장실(여기가 포토존) |
ⓒ 한정환 |
우암은 이곳에서 4년을 머물면서 학문을 연구하고 지역의 선비들을 가르쳤다. 우암은 유배객의 몸이지만 가족과 노복까지 대동할 정도여서 당시 우암의 입지가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현재 장기초등학교 부지에 터를 잡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초등학교 한편에 우암이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현재까지 자생하고 있다.
유배 중에도 암암리에 중앙의 내로라하는 정객들과 인근 지역 현감들이 수시로 찾아와, 그의 가르침을 받아 갈 정도로 지역주민들과 선비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다산 정약용 적거지
다산 적거지 입구에 안경을 쓴 다산의 사진이 방문객을 반긴다. 마당에는 도리깨질을 하는 농부들의 조형물도 세워져 있다. 마당 왼쪽에는 목화가 심어져 있고, 반대편에 있는 장독대는 정감 어린 시골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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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장기 다산 정약용 적거지 모습(2023. 2. 2) |
ⓒ 한정환 |
다산은 황사영 백서사건 연루 의혹으로, 그해 10월 20일 다시 한양으로 압송되기까지 7개월 10일 동안 장기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다산은 한양에서 문초를 받고, 전남 강진으로 이배되어 18년이란 긴 세월 동안 유배생활을 했다.
<목민심서>로 더 잘 알려진 다산 정약용은 220여 일 동안 장기에 머물면서 장기고을 백성들의 생활상과 고을 관리들의 목민 형태를 130여 수에 달하는 시작(詩作)으로 남겼다. 대표적인 것이 당대 농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장기농가 10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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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정약용 적거지 뒤쪽 야트막한 둔덕에 있는 민속놀이마당 모습(2023. 2. 2) |
ⓒ 한정환 |
만리장성을 닮은 장기읍성
다산 정약용 적거지 바로 옆으로 장기읍성으로 가는 '우암과 다산 사색의 길'이 있다. 장기읍성까지는 700여 미터 거리로 20여 분이 소요된다. 대나무와 솔숲 사이로 걷는 오르막 산책길로 걷기 좋게 야자매트도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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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장기읍성 동문 주변 모습(2023. 2. 2) |
ⓒ 한정환 |
장기읍성은 고려 현종 2년(1011)에 해안으로 들어오는 여진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다. 조선 세종 21년(1439)에 왜구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다시 돌로 축조하여 군사기지 등으로 이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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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장기읍성 모습(2023. 2. 2) |
ⓒ 한정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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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장기읍성 북문 모습(2023. 2. 2) |
ⓒ 한정환 |
얼핏 보면 중국 만리장성을 닮은 듯한 장기읍성. 하늘과 맞닿은 듯한 장기읍성은 어느 계절에 와도 걷기 좋고, 혼자 사색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우암 송시열과 다산 정약용의 이름을 딴 사색의 길도 함께 걸으며, 이곳에서 옛 성현들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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