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쌍특검’에 캐스팅보터 떠오른 정의당…김건희 특검은 신중론
더불어민주당이 공식화한 ‘쌍끌이 특검(특별검사)’에 정의당이 캐스팅보터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12일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양대 특검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를 더 이상 검찰에 맡겨놔선 안 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총장은 특히 성남FC·대장동 사건 등과 관련해 세 번이나 소환조사를 받은 이재명 대표에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에 대해 “참으로 터무니없고 비열한 망나니 짓”이라고 반발했다. 조 총장은 “검찰이 이 대표 수사에 쏟는 10분의 1만이라도 제대로 수사했다면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해 무죄가 나왔겠는가”라며 특검 필요성을 역설했다. 앞서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에게서 50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곽 전 의원은 8일 1심 판결에서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선 “검찰이 부실수사로 ‘김건희 방탄검찰’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총장은 “검찰은 시세차익 35억원을 얻은 김 여사를 소환조차 하지 않았고, 공범 여부에 대해 은폐ㆍ축소했다”며 “대통령과 김 여사가 떳떳하다면 특검에 즉각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검 추진을 위해 여당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직접 안건을 부의하는 패스트트랙(신속 처리안건 제도)을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조 총장은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장이 법안 처리에 협조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본회의를 통한 특검도 같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려면 정의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패스트트랙 지정 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169석인 민주당과 친야 성향 무소속 의원 7명이 모두 동참해도 6석을 가진 정의당이 반대하면 패스트트랙 지정이 어렵다.
그런데 정의당은 대장동 특검에는 찬성하면서도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 도입에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정의당은 12일 김희서 수석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대장동 ‘50억 클럽 비리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 대변인은 ‘김건희 특검’에 대해선 “지금 논의할 단계가 아니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열린 정의당 의원단ㆍ대표단 연석회의에선 김 여사 관련 특검에 대해 “사안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판단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한 정의당 의원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 전에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 등 단계를 거친 점을 지적하며 “김 여사 문제도 현재로선 소환조사부터 요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추진이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여권의 프레임도 부담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맞불 성격이 있다”며 “정의당이 이 대표 방탄에 마치 힘을 실어주는 걸로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종합적인 고려가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양대 특검을 2월 중 관철시키기 위해 정의당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 소속 의원은 “양대 특검을 같이 논의해야지, 둘 중 하나를 먼저 추진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김건희 특검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총장은 이날 “정의당이 특검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언제 추진할지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원내 지도부가 정의당과 접촉해 폭넓고 긴밀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이재명 대표 주재로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양대 특검 추진과 관련한 입장을 공유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속히 대장동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추진해야한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있었고, 정의당하고 잘 협의해서 추진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양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입법과제부터 협조하며 접촉면을 넓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정의당의 숙원 과제인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도 민주당과 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 환경노동위는 15일 법안심사소위와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해당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다만 정의당 관계자는 “민생입법인 노란봉투법과 정치적 문제인 김건희 여사 특검을 연계한다는 건 정의당으로선 모욕적인 발상”이라며 “두 사안은 전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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