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서울에 살아야 할까

우연주 2023. 2. 12. 15: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시살이에 지칠 때 드는 생각... 지역에서 삶의 지평 넓혀보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연주 기자]

몇 해 전 뮤지컬 동호회에서 <빨래>의 김지숙 역을 연기했었다. 그때 다 함께 부른 곡 중에 '서울살이 몇 해 인가요?'가 있었는데 가사 내용은 서울살이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그만큼 서울에서 사는 게 녹록지 않다는 내용이다. 서울에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일수록, 문화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는 사람일수록 서울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서울 사람은 아니지만, 경기도민으로서 서울과 가까이 살며 자주 다녀본 입장으로서 조금 헛헛한 느낌이 있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도 있지만, 초연결 시대에 이제는 점점 그런 분위기도 옅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나 또한 서울에 꽤 자주 다닌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 관람하고 싶은 전시회가 대거 서울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커 못마땅하기에 서울에 대한 동경을 갖는 사람들 입장도 이해가 간다.

경북 영양 산촌에 살 때는 서울 국립 국악원에서 하는 연수가 듣고 싶어서 서초동에 방을 구해 이 주간 연수를 듣기도 했고, 과천 국립과학관 연수가 듣고 싶어서 역시 양재동에 있는 호텔방에서 숙박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얼마 전에 서울 서초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들렀다가 학원 수강으로 지방에서 올라와 일주일째 머무는 수험생을 만나기도 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직장이 지방에 있어서 작은 중소도시의 외곽지역에 살았다. 부모님 댁은 경기도의 중소도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를 비아냥거리고 헐뜯는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났다. 우리나라가 부동산 공화국이고 사는 곳으로 부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하지만, 수능 성적 줄 세우기 하듯이 이제는 사는 곳도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워야 할까.

고등학생 시절 <심즈> 게임을 정말 재밌게 했었다. 직접 집도 건축하고 인테리어도 꾸미고 심이라는 사람들을 키우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얼마 전에 문득 생각이 나서 모바일 게임으로 해봤는데 여전히 재밌고 신기했다.

심들을 일자리에 내보내고 사람들과 관계를 쌓게 하고 사랑을 하게 하고 결혼, 출산, 육아, 그 밖에 여러 모험까지. 그런데 문득 우리가 사는 세상도 심즈 게임 속 심들이 사는 마을처럼 마을마다 특색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가격으로 평가되는 게 아니라 '해변가 마을', '시청 중심지', '전원 마을', '첨단 도시', '공원 거리' 등 처럼 말이다.

심즈와 비슷한 것으로 요즘엔 메타 버스가 인기이다. 아바타로 살아가는 가상 세계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는 제페토가 있는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2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잠깐 해봤는데, 현실세계보다 더 아름답게 미화되어 있어선지 현실의 고단함이나 시름을 잊기에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가상 세계가 활성화되면 점점 현실의 경계나 체계는 옅어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메타 버스에서 수익을 내기도 하는데 실제로 한 유저는 월 수익이 1500만 원이라고 한다. 
 
▲ 스타듀 밸리 오프닝 스타듀 밸리 오프닝
ⓒ 우연주
 
또한, 몇 년 전에 출신 된 게임으로 전원생활 시뮬레이션 스타듀 밸리가 있다. 전원생활 로망을 담은 게임이다. 사람은 도시로 도시로 몰리지만, 마음 한편에는 자연 속에서 별을 보고 농장을 가꾸고 시내에서 물장구를 치며 살고 싶은 소박한 꿈들이 있지 않을까?

섣불리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여러 제약이 있지만, 꽤 종종 미디어에서는 전원 생활의 로망을 실현한 인물들이 화제가 되곤 한다. 지방으로 내려간 MBC PD출신인 유튜버 오느른은 김제의 작은 시골 마을에 피아니스트 유키구라모토를 초대해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코로나 여파로 가상현실과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의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는 지금, 이제는 좀 더 나다워지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지방 어느 시골마을이더라도, 그곳에서 나의 잠재력을 실현하기만 한다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요즘처럼 온라인 강의도 발달한 시대에 말이다. 그러니 너무 아등바등 서울공화국 대열에 합류하기보다 내가 자리한 그곳에서 삶의 지평을 넓혀나가 보면 어떨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219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