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시위 겪은 中 ‘색깔혁명’ 경계령 …캄보디아와 공동성명에 명기

신경진 2023. 2. 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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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중국-캄보디아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훈센(오른쪽 두번째) 캄보디아 총리와 그의 두 아들과 악수하고 있다. 간중시보(柬中時報) 캡쳐

중국과 캄보디아가 훈센(71) 캄보디아 총리의 중국 공식 방문을 계기로 ‘색깔혁명’ 방지를 위한 협력을 다짐하는 공동성명을 11일 발표했다. 12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양국은 법 집행 관리의 정보 교환과 공유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며 “‘신시대 중국·캄보디아 운명공동체 구축에 관한 공동성명’에는 다국적 범죄 타격, 대테러, 색깔혁명 방지, 마약 금지, 보이스피싱 퇴치, 불법도박, 인신매매 등 영역에서 협력을 심화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제기됐던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 운영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공동성명은 “중국과 캄보디아는 법 집행 협력 및 협조 판공실 건설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양국 간 법 집행 협력에서 종합적인 협조 기능을 잘 발휘한다”고 명기했다.

‘강철막대(鐵桿) 동반자’를 자부하는 캄보디아는 ‘전천후 동반자’로 묘사하는 파키스탄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우호국이다. 훈센 총리는 2020년 2월 초 코로나19 발생 초기 베이징을 방문한 정상이기도 하다. 10일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3년의 약속’을 실현해 기쁘다”며 3년 전 방중에 사례를 표시했다. 훈센 총리는 ‘정찰 풍선’의 미국 영공 침범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취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9~11일 베이징을 찾아 외교적 곤경에 처한 중국을 측면 지원했다.

공동성명에는 양국 군의 합동 군사훈련과 병참·장비 등의 협력도 명기했다. 지난해 중국이 캄보디아에 해군기지를 비밀리에 건설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군사협력을 명기했다는 점은 주목된다.

10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中, 558억원 캄보디아 원조…관영매체는 상세보도 안해


중국은 훈센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3억 위안(약 558억 원)의 원조를 약속했다. 캄보디아 영자지 프놈펜포스트는 10일 국영TV(TVK)를 인용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정상회담에서 훈센 총리에게 캄보디아 철도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3억 위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매체는 3억 위안 지원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공동성명에 명기한 “양국은 이른 시일에 캄보디아 국내 철도와 중국-라오스-태국 철도의 연결을 기대한다”는 조항만 강조했다.

중국은 또 시진핑 주석을 위시해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까지 훈센 총리와 회견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다.


시진핑, 훈센 총리 장남·차남과 악수


캄보디아는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된 중국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했다. 즉 “캄보디아는 대만 문제를 이용해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을 포위 억제하려는 어떠한 계략에 반대한다”며 “대만과 어떤 형식의 공식 관계를 발전시키지 않겠다”고 명기했다. 중국은 “외부 세력이 캄보디아 내정에 간섭하는 데 결연히 반대한다”고 호응했다.

훈센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 자신의 후계자로 알려진 장남 훈 마넷(46) 군부사령관과 차남 훈 마니(41) 국회의원을 동석시켰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11일 보도했다. 시 주석과 두 아들이 악수하는 사진도 함께 게재했다. 지난 30여년간 캄보디아 총리로 집권해 온 훈센 총리는 지난해 9월 장남 훈 마넷을 국가지도자에 적합하다고 했다. 사실상 장남을 후계자로 지명한 훈센은 다만 권력 세습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인민일보 “색깔혁명이 우크라이나 파괴”


한편 지난해 11월 전국적인 백지시위를 해외 세력의 사주라고 주장했던 중국은 12일 인민일보에 ‘색깔혁명’을 비난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패권·괴롭힘·패도(覇權·覇凌·覇道)가 미국식 민주의 세 가지 색깔”이라는 제목의 신화사 칼럼은 “색깔혁명이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파괴를 불렀으며, 미국 등 외부 세력이 개입해 지역 정세를 나날이 긴장에 빠뜨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이라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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