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제 ‘의원님 ETF’...한국에서도 나올까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2. 1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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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정치인들의 투자 종목을 추종 매수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증시에 상장돼 주목받는다. 미국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운데)가 118대 의회 개회일인 3일(현지 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2차 투표 결과가 공개된 뒤 당내 의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EPA = 연합뉴스)
유력 정치인들의 투자 종목을 추종 매수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증시에 상장돼 화제다.

지난 2월 7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공화당 추종 펀드(KRUZ)와 민주당 추종 펀드(NANC)의 거래가 시작됐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보유한 주식을 집계한 뒤 이들 종목에 투자하는 ETF다. 이날 주당 25.05달러에 거래를 시작한 민주당 추종 ETF의 종가는 25.47달러였다. 공화당 추종 ETF는 주당 24.99달러에 거래가 시작돼 25.27달러로 장을 마쳤다.

두 ETF의 운용사는 서버시브캐피털어드바이저다. 유주얼웨일즈라는 주식 정보 플랫폼을 통해 이 ETF를 출시했다. 운용 수수료는 연 0.75%로 책정됐다.

티커명(주식의 약어)도 흥미롭다. NANC는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원(전 하원의장)을, KRUZ는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을 각각 의미한다. 두 사람은 미 의회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독특한 ETF가 출시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에서는 의원들의 주식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거래금지법상 미국 연방의회 의원들은 본인 또는 배우자가 1000달러 이상의 주식을 거래한 경우, 관련 정보를 45일 이내 의회 사무처에 보고해야 한다. 보고를 받은 의회 사무처는 해당 거래 내역을 의회 웹사이트에 공개한다. 두 ETF는 이렇게 공개된 종목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추종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민주당 포트폴리오를 추종하는 NANC는 800개에 달하는 종목으로 꾸려졌다. 아마존, 구글 모기업 알파벳, 애플 등 빅테크가 주된 투자처다. 공화당 포트폴리오를 추종하는 KRUZ의 편입 종목 수는 500개를 웃돈다. 라스베이거스 샌즈, 마젤란 미드스트림 파트너스, 쉘, 에너지 트랜스퍼 등 도박 산업, 에너지 분야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반인들은 상당수 의원들이 기업 관련 조사나 입법 등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자 수익을 추구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의 남편인 폴 펠로시는 2021년 알파벳 주식에 대한 콜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권리)을 행사했는데, 행사 일주일 만에 미국 하원에서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 반독점 법안을 공개적으로 검토해 논란이 됐다.

다만, 미국에서 정치인들의 이해 충돌 논란이 지속돼 의원들의 개별 주식 소유,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어 이 ETF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국회의원의 주식 보유 현황을 1년에 딱 한 번(매년 3월), 재산 공개 때만 알 수 있어 이와 유사한 ETF는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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