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페북에 윤심 있다"…요즘 尹 속 풀어주는 이 사람
“홍 시장 페북에 잘 적혀있던데…”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관련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묻자 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다른 대통령실 참모들도 사석에서 이따금 “홍준표 대구시장의 페이스북 글과 ‘윤심(尹心)’의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다”는 말을 하곤 한다. 실제로 요즘 홍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지원 사격에 열심이다. 전대 출마를 고민했던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시류에 흔들리는 수양버들”에 비유하거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둘러싼 윤심 논란이 커질 땐 “대통령한테 얹혀서 싸우는 모습이 딱하다. 그러니 초딩이라는 거다”라며 안 의원을 저격했다. 그러면서 “현직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지 못하면 대부분의 정책은 수포로 돌아간다”며 대통령실의 전대 개입 논란에 방어막도 쳐줬다.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퉜던 경쟁자였다. 경선 직후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의 도움 요청에 홍 시장은 결국 함께 손을 들었지만, 한때는 “경선을 흥행하게 함으로써 제 역할은 종료됐다”며 거리를 두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는 말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홍 시장이 주변에 ‘윤 대통령의 진짜 생각은 이렇다’는 말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이 급속히 가까워진 계기로는 지난해 7월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차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가 꼽힌다. 당시 비공개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홍 시장에게 “형님““선배님이란 존칭을 쓰며 정치 선배에 대해 깍듯한 예우를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또한 “내치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해야 한다”며 지방자치에 대한 철학을 가감 없이 풀어냈다. 홍 시장은 간담회 뒤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은 과거 어느 대통령에게서도 볼 수 없던 신선한 모습이었다”며 극찬을 남겼다. 여권 관계자는 “홍 시장이 간담회 뒤 ‘윤 대통령을 제대로 보게 됐다’며 감탄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그해 10월엔 비공개 만찬을 가지며 허심탄회한 대화도 나눴다고 한다. 당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30%대에 머물던 시기였다. 여권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윤 대통령이 홍 시장을 찾아 조언을 구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홍 시장과 윤 대통령의 관계는 정치 영역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 정책적으로도 중앙 정부와 대구시간의 싱크로율 역시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뒤 규제심판회의 제1호 안건으로 대형마트 의무 휴무일 문제를 올렸다. 각 지자체장에게 휴무일 결정 권한을 줬는데, 이를 가장 먼저 시행한 곳이 대구시다. 대구시의 대형마트는 13일부터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에 쉰다. 이 과정에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직접 홍 시장에게 정책 설명을 하는 등 국무총리실과 대구시 간의 긴밀한 협의가 있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대구시가 먼저 나서준 만큼 다른 지자체에도 큰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연령 상한 논란과 관련해서도 대구시가 먼저 나섰다. 시내버스도 무료로 하되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홍 시장이 먼저 나서주는 셈이다.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이 공생관계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보수정부 대통령보다 대구·경북(TK)에서 지지세가 약한 윤 대통령의 약점을 홍 시장이 보완해주고, 홍 시장은 윤 대통령을 지원하며 당내 기반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홍 시장이 윤 대통령을 지원하며 나경원이나 안철수 등 다른 경쟁자를 쳐내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홍 시장과 가까운 여권 인사는 “복잡한 정치적 이유보단 화끈하고 직설적인 두 사람의 리더십 스타일이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 아니겠냐”며 “홍 시장은 정치공학적으로 복잡하게 사고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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