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고립된 섬인 현대인을 이어주는 다리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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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아트교회(주희현 목사)는 매일 용도와 사용자가 바뀌는 공간에 터를 잡은 독특한 교회다.
상가건물 지하에 있는 이 교회 예배당은 평일엔 공연과 전시, 공유 서재 등 지역사회에 개방된 공유공간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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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아트교회(주희현 목사)는 매일 용도와 사용자가 바뀌는 공간에 터를 잡은 독특한 교회다. 상가건물 지하에 있는 이 교회 예배당은 평일엔 공연과 전시, 공유 서재 등 지역사회에 개방된 공유공간으로 쓰인다. 일요일엔 교단이 다른 교회와 공간을 나눠쓰는 공유 예배당이 된다. 교회 사역도 남다르다. 여타 교회가 진행하는 제자훈련이나 부흥집회, 특별새벽기도 대신 ‘드라마로 세상 읽기’ ‘시편 읽고 시 쓰기’, ‘인문학 탐구생활’ 등을 교회 안팎에서 펼친다.
공유문화예술연구소장 주희현 목사가 지난 10일 ‘제87회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나노 사회’(nano society)의 대안적 교회 사례다. 나노 사회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책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공동체가 개인으로 분화돼 파편화된 사회를 말한다. ‘나노사회의 공동체성 회복과 실천신학적 과제’를 주제로 한국실천신학회(회장 민장배)가 주최한 대회는 이날부터 양일간 인천 부평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 대회에서는 상담치료, 종교사회/리더십, 예배, 영성 등 실천신학적 관점으로 나노 사회를 분석한 논문 18편이 발표됐다.
대회 첫날 ‘나노사회 공동체성 변화에 따른 공유체로서의 교회활동 연구’를 발표한 주 소장은 “나노 사회에서 교회가 공동체로 존재하기 위해선 네트워크 구조의 ‘리좀(Rhyzome)적 교회 공유체(share-body)’ 형태가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례를 든 아트교회는 행사 주최자가 특정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때 교회는 존재감을 상실하지 않고도 모든 이에게 주최자 권한을 공유하는 ‘네트워크 호스트’가 될 수 있다”며 “교회가 공유체의 역할을 다한다면 나노 사회의 구성원이 서로 오가도록 돕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개인이 고립된 섬으로 존재하는 나노 사회에선 목회자가 ‘희망의 대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해영 강서대 신학과 교수는 ‘나노사회의 파편화 현상과 공동체 약화에 관한 목회상담학적 연구’에서 “공동체에서 분리된 구성원은 대인관계 상실,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의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회자는 관계의 상실로 고통받는 이들의 조력자로서 신뢰와 인내, 겸손이란 미덕을 갖추고 사회에 희망을 제시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노 사회의 특성을 오히려 선교의 기회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조성호 서울신학대 목회신학연구원 교수는 “나노 사회 특징 중 하나인 개인주의 성향을 문제로 보기보단,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형성된 한국교회의 갱신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훨씬 지혜롭다”고 했다. 조 교수는 ‘나노사회 파편화를 극복한 기독교 영성과 리더십’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국교회가 ‘공공신학’과 ‘경제적 공정’ 등을 (나노 사회 구성원에게) 가르친다면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되 상호 연합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나노 사회의 병폐를 사회 체질은 물론 교회 회복을 위한 계기로 삼자”고 제안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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