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1st] 느릿느릿 첼시, 비싼 선수들 못 살리는 포터의 공격전술

김정용 기자 2023. 2. 1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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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소 페르난데스(첼시).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첼시가 새로 영입한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기대를 갖기 충분하다. 그러나 이들을 조합해 빠르고 정교한 공격을 만들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런던 스타디움에서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3라운드를 치른 웨스트햄과 첼시가 1-1 무승부를 거뒀다. 강등 위기의 웨스트햄은 5승 5무 12패가 됐고, 상위권 도약이 급한 첼시는 승리를 놓치며 6승 7무 7패가 됐다.


첼시는 웨스트햄 상대로 최근 영입한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2선의 미하일로 무드리크, 주앙 펠릭스, 노니 마두에케, 수비형 미드필더 엔소 페르난데스, 센터백 브누아 바디아실이 그들이었다. 첼시는 무드리크와 페르난데스를 통해 역대 겨울 이적시장 최고 몸값 기록을 두 번이나 경신했다. 이적료를 퍼붓다시피 하면서 영입한 선수들이 대부분 미완의 유망주라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장기적으로는 좋은 투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당장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팀 성적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각 선수도 정체될 우려가 있었다.


각 선수들은 자신의 장점을 보여줬다. 무드리크는 스피드가 가장 큰 장점이지만 첼시 이적 후 동료들과 공을 주고받으며 지능적인 공격 전개와 스루 패스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마두에케의 체격과 스피드는 위협적이었다. 이미 스타인 펠릭스는 공격수 한 명에게 큰 부담이 지워졌던 아틀레티코마드리드와 달리 공격진이 4명이나 되는 전술에서 좀 더 수비 견제를 벗어나 공을 다룰 수 있었으며, 첼시 데뷔골도 넣었다.


페르난데스는 EPL 최고 이적료를 경신한 선수답게 기민한 판단과 정확한 패스,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펠릭스의 선제골 상황에서 문전으로 찔러 넣는 기습적인 오른발 킥을 통해 EPL 첫 도움도 기록했다. 센터백 바디아실은 좋은 신체능력으로 안정감을 부여했으며, 왼발잡이라 왼쪽으로 주는 빌드업도 문제가 없었다. 첼시 수비의 중심인 베테랑 치아구 시우바와 합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을 활용한 전술이었다. 첼시는 공을 오래 다루면서 천천히 패스를 돌리고, 중간중간 볼 키핑이나 드리블 동작이 많이 섞였다. 후방부터 전방까지 공을 끌고가는 속도, 전방에서 공격 루트가 막히면 반대쪽 측면으로 전환하는 속도 모두 그리 빠르지 않았다.


초반에는 첼시 선수들의 압도적인 기술로 공을 오래 점유하면서 상대를 압도하는 듯 보였지만, 웨스트햄이 압박을 강화하고 더 빠른 경기를 추구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웨스트햄은 강한 압박으로 동점골을 만들었고, 이후 스피드와 몸싸움을 겸비한 원톱 미카일 안토니오가 첼시 수비를 위협하는 등 위력적인 역습으로 첼시의 리듬을 깼다. 웨스트햄이 빠른 공격전개에 유리한 3-4-2-1 포메이션을 쓰고, 첼시는 기술적인 미드필더를 다수 넣을 때 용이한 4-2-3-1 포메이션을 썼다는 점에서도 두 팀의 접근법 차이가 보였다.


첼시의 공격 전개는 마치 2000년대 초반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가 전개하던 레알마드리드 공격을 보는 듯한 속도였다. 20년 동안 빅 클럽의 축구는 훨씬 빨라졌고, 첼시 선수들은 지단 정도로 공을 잘 다루는 것도 아니었다.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기 전부터, 그레이엄 포터 감독의 공격 세부전술을 짜는 능력은 도마에 올라 있었다. 다들 스피드와 기술을 겸비한 선수지만 그들의 세부적인 특성을 파악해 맞는 역할을 주고, 더 간결한 플레이로도 전진할 수 있게 해주는 건 감독의 역할이다. 이날처럼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맡기는 전개 속도로는 한계가 있다.


첼시 공격진은 압도적인 볼 키핑 능력보다는 빠른 공격으로 변수를 만들 때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젊은 선수 위주다. 무드리크는 EPL에서 가장 빠른 선수 중 한 명이고, 펠릭스도 속공 상황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플레이가 특기다. 템포를 높일 필요가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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